걷다가 멈추면 3

12. 푸구이처럼.

by 이단단

위화의 『인생』 속 주인공 푸구이는 한 번 느끼고 사라질 쾌락으로 평생에 걸쳐 모든 소중한 것들을 잃는다. 재산, 가족, 그리고 마지막 남은 희망까지 파편처럼 흩어진다. 하지만 그는 울며 주저앉는 대신, 늙은 소 한 마리와 함께 묵묵히 밭을 갈며 삶을 이어간다. 처음엔 괘씸했으나 후회를 한다는 점이 그래도 인간답다고 생각했다. 아직까지는 초반부지만 꽤 반성하는 말을 자주 한다. 미워하려야 할 수 없는 캐릭터다.


​푸구이는 말한다. 사람은 살아가기 위해 사는 것이지, 살아가는 것 이외의 다른 어떤 것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고.

푸구이가 그랬듯, 나 역시 내일 내게 주어진 하루라는 박스를 옮기며 삶을 견뎌낼 것이다. 페스트의 리유가 그랬듯이.

꿈 앞에서 거창한 의미를 찾기보다, 당장 내 앞의 생을 묵묵히 소분하는 일. 그것이 위화가 말한 '인생'의 진짜 얼굴일지도 모른다. 올해 초부터 카뮈에게서 배우더니 또 위화에게서 배운다.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승리다.

내일도 승리하려고 자고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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