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잠시나마 파편을 나눈 시간
오늘 내 발길이 닿은 곳은 남산이었다. 소음들을 잠시 뒤로하고 오른 그곳은, 도심의 소란을 발아래 두고 제법 고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남산의 어느 카페,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배경 삼아 독서모임이 시작되었다. 오늘 처음 만난 멤버들에게 위화의 소설 『인생』을 소개했다. 주인공 푸구이가 겪어낸 그 모진 세월들. 가족을 하나둘 떠나보내고 결국 늙은 소 한 마리와 남겨진 그의 삶을 보며, 조금씩 내 삶의 파편들을 테이블 위에 잠깐 꺼내 놓았다.
소설 속 푸구이는 비록 모진 세월을 겪고 나서야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깨달음을 얻었지만 나는 그 덕분에 조금 더 빨리 배울 수 있었다.
오늘 내가 남산을 오르며 느낀 가쁜 숨도, 내리막길을 따라 숭례문까지 걸어갔던 걸음도 결국은 그저 '살아있음' 그 자체를 증명하는 과정이 아닐까.
책장을 덮고 다음 걸음을 위해 카페를 나설 때, 남산의 공기는 조금 더 봄에 가까워져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위화가 던진 투박한 위로로 채워진 기분이었다. 거창한 의미를 찾지 않아도 좋다. 그저 오늘처럼 걷고, 좋은 사람들과 문장을 나누고, 돌아와 이렇게 글 한 편을 남길 수 있다면, 그리고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인생'이다. 그래서 감사하다.
오늘도 나는 내 삶의 흩어진 파편 하나를 소중히 주워 담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