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경계에서
매일 아침, 나는 습관처럼 긍정확언을 읊조리고 되고 싶은 미래를 시각화한다. 10년의 병원 생활을 뒤로하고 아침마다 법전을 펼쳐야 하는 삼십 대의 나에게, 이 루틴은 단순한 자기 계발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예상치 못한 일을 마주하거나, 통장의 숫자가 나를 위축시킬 때, 아침에 선언했던 문장들은 비로소 단단한 닻이 되어 나를 붙잡아준다.
어수선한 마음을 털어내려 시작한 대청소를 하기 전에, 한 권의 책을 읽었다. 문지혁 소설가의 『초급 한국어』. 대청소를 하고 난 후에는 콜라를 마시며 『여름은 고작 계절』을 펼쳤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려 분투하는 경계인들의 삶을 읽는다. 나는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 법학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나 자신의 얼굴을 본다. 익숙한 병원을 떠나 작가와 법학도, 언론사 준비생이라는 낯선 정체성 사이에 서 있는 나 또한 하나의 경계인이 아닐까. 그래서일까, 타인의 고통을 응시하며 소외된 이들의 자리를 찾는 조해진 작가의 문장들도 오랫동안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와닿았었다.
오늘 하루, 누군가는 내 노력을 비웃고 누군가는 내 시간을 가볍게 여겼다. 하지만 다시금 빅터 프랭클의 문장을 가슴에 새긴다.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자유—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을 수 없다.
저녁엔 감사일기와 하루 마무리 일기를 적으며 하루를 성찰한다. 나에게는 절대적으로 공부와 독서에 몰입할 시기가 필요하다. 내 몸이 자연스레 그 쪽으로 가고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