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멈추면3

26. 과거의 나를 기억하는 사람.

by 이단단

과거의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덮어두었던 상처의 낱장들을 다시 들추는 일이다. 그 시절의 서투름이 지금의 나를 잠식하려 할 때, 나는 힙색의 벨트를 조이며 스스로에게 말해주어야 했다. 그때의 나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단지 그 계절이 너무 추웠을 뿐이라고.
​냉장 창고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손이 빠르다'는 인정을 받아낸 지금의 나는, 9년 전의 그 아이가 가 닿지 못했던 단단한 대지에 서 있다. 우울함은 잠시 머물다 가는 안개 같은 것일 뿐, 내가 오늘 주운 '파편'들은 내일의 문장이 되어 나를 지탱해 줄 것이다. 고단함을 친구 삼아 달콤하게 잠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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