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데 서툰 편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적당히가 잘 안 된다. 관심을 조금 주는 게 아니라, 상대의 말투와 표정, 타이밍까지 과하게 읽어버린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상대는 평소처럼 행동했을 뿐인데, 나는 그 안에서 의미를 만들어낸다. 웃음 하나에 가능성을 보고, 무심함 하나에 결론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실제 상대는 점점 사라지고, 내 머릿속에 만들어진 ‘해석된 사람’만 남는다.
그래서 관계가 자꾸 어긋난다.
나는 이미 너무 멀리 와 있는데, 상대는 아직 출발선 근처에 있다. 결국, 속도의 차이다.
어떤 사람은 천천히 관계를 쌓고, 어떤 사람은 빠르게 감정을 키운다. 나는 늘 후자였다.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다만, 그 속도를 상대에게까지 강요하면 문제가 된다.
상대는 나처럼 느끼지 않는데, 나는 상대도 나와 같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은 종종 실망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은 배신이 아니라, 단순한 속도 불일치였다.
이쯤 되면 알게 된다.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정을 느끼는 건 자연스럽지만, 그 감정을 다루는 방식은 연습이 필요한 영역이다.
조금 덜 해석하고, 조금 더 확인하고, 조금 더 기다리는 것. 그 단순한 것들이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제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곧바로 키우기보다 잠깐 멈춰보려고 한다.
이 감정이 진짜인지, 아니면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인지. 아마도 그 차이를 아는 것이 다음 관계를 바꾸는 시작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