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멈추면 3

30.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by 이단단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데 서툰 편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적당히가 잘 안 된다. 관심을 조금 주는 게 아니라, 상대의 말투와 표정, 타이밍까지 과하게 읽어버린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상대는 평소처럼 행동했을 뿐인데, 나는 그 안에서 의미를 만들어낸다. 웃음 하나에 가능성을 보고, 무심함 하나에 결론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실제 상대는 점점 사라지고, 내 머릿속에 만들어진 ‘해석된 사람’만 남는다.


그래서 관계가 자꾸 어긋난다.


나는 이미 너무 멀리 와 있는데, 상대는 아직 출발선 근처에 있다. 결국, 속도의 차이다.

어떤 사람은 천천히 관계를 쌓고, 어떤 사람은 빠르게 감정을 키운다. 나는 늘 후자였다.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다만, 그 속도를 상대에게까지 강요하면 문제가 된다.

상대는 나처럼 느끼지 않는데, 나는 상대도 나와 같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은 종종 실망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은 배신이 아니라, 단순한 속도 불일치였다.

이쯤 되면 알게 된다.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정을 느끼는 건 자연스럽지만, 그 감정을 다루는 방식은 연습이 필요한 영역이다.

조금 덜 해석하고, 조금 더 확인하고, 조금 더 기다리는 것. 그 단순한 것들이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제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곧바로 키우기보다 잠깐 멈춰보려고 한다.


이 감정이 진짜인지, 아니면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인지. 아마도 그 차이를 아는 것이 다음 관계를 바꾸는 시작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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