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진심인 사람들을 보며 배우다

by 희재
스탬프 갯수를 확인하고 두번 찍은 바리스타님의 다정함


2018년 아직 입점한 업체가 없는 센트로폴리스 앞을 무심하게 지나가던 어느 퇴근길에 '결'이라는 카페를 발견했다. 한참 새로운 카페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던 시기라 검색 과정 없이 들어선 카페는 모던, 심플인 광화문 일대 카페와 다르게 우드톤으로 한국적인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모던한 테이블이 묘하게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주력 메뉴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메뉴판을 보면서 '펠트커피와 비슷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넓은 청계광장점도 생겼지만 아직도 맛있는 펠트커피라고 생각되는 곳은 광화문 D타워 지하에 있는 광화문점인데 맛있는 커피 한 잔을 포장해서 출근하는 그 순간이 참 좋았다. 입맛에 따라 원두를 고르고 그 원두가 아메리카노, 라테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 그 매력을 '결'에서도 가능했는데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는 오늘의 드립이 있다는 것이었다. 고민 없이 따뜻한 드립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서 '결'을 검색하면서 빈브라더스에 또 다른 매장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조만간 사람들로 북적거리겠구나 싶은 마음은 마치 대관한 것처럼 혼자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이 기회를 만끽하기로 했다.


예상대로 결은 종로로 외출한 사람들의 대화로 채워지고, 창가 바 자리는 노트북 작업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오전, 오후를 가리지 않고 카페인이 필요한 직장인들의 포장 주문으로 공간이 채워졌지만 희한하게 여유로운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그렇게 결과 친해질 것 같았지만 퇴사와 동시에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거주지를 제외한 모든 곳은 안전하지 못하게 되면서 나 역시 외출을 자제하던 시기였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익숙해질 때쯤 나도 조금씩 외출을 하기 시작했는데 아마 그때 방문으로 빈브라더스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로 가득한 매장 내부에서 주문대 앞에서 메뉴 설명을 해주는 남자 직원분이 "아메리카노보다 진하게 드시고 싶으시면 아이스 롱블랙을 추천드려요. 처음이면 블랙수트 원두로 드셔보시겠어요?"라는 안내에 고민 없이 주문한 아이스 롱블랙은 첫 모금에 '조금 더 진했으면 좋겠다'며 찾던 그 맛이었다. 만족스럽게 한 모금, 두 모금 홀짝이는데 주문받았던 그 직원이 자리에 와서 입맛에는 맞은 지 확인하면서 혹시 라테도 좋아하시냐며 그때는 벨벳 화이트 원두로 드셔보라는 말을 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커피에 진심인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르고 다시 광화문 직장인으로 복귀해서 방문하는 빈브라더스는 그때 그 직원분은 없지만 그 직원분의 친절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았다.


"지금 스탬프가 9개인데 제가 한 개 더 찍을 테니깐 다음번에 무료 음료로 드세요~"


오랜만에 방문한 결은 희한하게 친절함을 남긴다. 다른 지점에서 찍은 8개의 스탬프를 결에서 만난 세심한 친절함이 덮는 그 순간, 나는 다시 한번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을 보고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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