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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요가생활 Oct 07. 2019

일상 요가 생활 - 불안

두려움을 인지하기

불안은 순식간에 나를 사로잡는다.
이것을 완전히 떨쳐버릴 순 없다.
인정하고 다독여 나가야지, 나에 대한 믿음으로.


 어느 날은 불현듯 불안해졌다. 이 일을 계속해도 괜찮을까? 지금이라도 준비해서 더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을까? 좀 더 치열하게 경쟁하거나 표준적인 삶의 방향을 따라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것저것 기웃거리기만 하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나름대로는 꾸준하게 이어간다고 하는 일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면 어쩌나? 미래에는 지금보다 나아져야 할 텐데, 오히려 더 가라앉는 것은 아닐까?
 불안은 순식간에 나를 사로잡았고 이런 혼란한 감정과 생각들을 떨칠 수 없었다. 답을 구할수록, 스스로 괜찮다고 다독일수록 모든 것이 다 의심스러워졌다.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자기기만처럼 느껴졌고, 어떤 해결책을 내 보아도 불만족스러웠다. 내가 알고 있는 주변의 모든 긍정적인 사례를 들어 나 자신을 설득시키려 해 보지만, 그 사례는 특별한 경우이고 그들에게 가능했던 일이지 내게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이 않았다. 반면에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부정적 사례들이 더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미래의 상으로 다가왔다.
 언제나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남편과 상의해도 불안이 가라앉지도 않았다. 어쨌든 자기 자신의 일이 아니니 쉽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만 들어 마음속에 남은 말들을 그쳐버렸다. 아주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저녁 시간 내내 우울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다행히 자고 일어나 다음날이 되자 온 마음을 사로잡던 불안은 가라앉았다. 불안 속에서 끊임없이 떠돌던 질문들에 시원스러운 답안이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다음날이 되니 괜찮아졌다. 평소와 같이 일하고 공부하고 수련하고 놀고 생활했다. 언제나처럼 특별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불안 속에서 느꼈던 내 삶에 대한 의심이 내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순 없었다.

 그런 불안이 또 한 번 휘몰아쳤다 가신 어느 날, 김진선 님의 <적당히 벌고 잘살기>라는 책을 읽었다. 새로운 삶과 일하기 실험에 대한 사례들을 정리한 책이었는데, 나에게 바로 적용해 볼 수 있을만한 딱 맞는 사례는 (당연하게도) 없었지만,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좀 더 구체적으로 고민해보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책의 사례를 참고하여 나의 삶에 기준이 되는 가치, 일을 정할 때의 방향과 원칙, 필요한 수입의 적정선, 시간의 배분, 필요한 기술 등에 대해 고민하고 정리를 해 보았다. 아직 많은 구체적인 부분들이 비어있지만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싶어 하고, 어떤 것을 추구하며 어떤 것으로 삶을 채우고자 하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스스로 고민하고 정리하며 내 삶에 대한 의구심들을 어느 정도 가라앉혔다.


 하지만 이런 고민들의 결과가 내 현재의 불안들을 말끔하게 없애줄 수 있는 것들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어느 날 또 느닷없이 불안해질 것이고 마구 흔들리며 혼란스러워하는 날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내 삶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단 대게의 사람들이 겪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남부러울 것 없이 보이는 사람들도 불안을 느끼며, 당장의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도 그 행복이 사그라질까 봐 불안해하기도 한다. 불안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 같다.


 얼마 전 넷플릭스 다큐 <익스플레인 - 뇌를 해설하다>에서 “불안에 대하여” 편을 인상 깊게 보았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불안은 투쟁 또는 도망, 즉 생존을 위한 적응으로 발생된 본능이다. 하지만 인간은 단순한 동물과는 다르게 생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경우 이외의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불안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불안의 감정을 네 가지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정리하였는데, 바로 재앙적 두려움(분리불안, 공포증), 평가에 대한 두려움(사회적 불안 장애), 통제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공황 발작) 그리고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범 불안장애, 강박장애)이다. 내 경우는 커리어에 대한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주변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더해졌던 것 같다.

 심리 또는 신경학자들은 그들의 목표를 불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합리성에 기반해서 신체 시스템(투쟁이나 도망을 위한)을 켜는 것이라고 했다. 즉 불안은 인간의 본능이고 인간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과도해지지 않도록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 이 다큐에서는 불안을 낮추기 위해서 학자들이 사용했던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하는데 효과가 가장 높은 것은 약물 치료와 함께 상담(테라피)을 함께 적용한 것이지만, 그 외에 운동이나 명상도 상당히 높은 수치의 효과를 보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누구도 불안을 완전히 떨쳐버릴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 스스로를 들여다보면, 내가 어떠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지 인지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불안에 휩쓸려 우울감에 빠지기보다는 내게 어떤 두려움이 존재하는지 들어다보고 내 불안을 인정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그렇다. 말로는 쉽다. 이것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연습이 필요하다. 내 호흡과 내 몸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연습, 내 몸에 깊이 작용하는 감정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연습, 내 마음 상태와 작용을 알아차리는 연습. 그리고 그게 어쨌는데, 나는 내 쪼대로(스스로의 가치를 따르며) 살 테다!라고 하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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