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저는 늘, 항상 이런 식이었어요,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말이죠. 5살 때였나, 6살 때였나. 저는 제 생일이면 매번 어딘가에 갇혀 있었어요, 어둡고 좁은... 아마 옷장이나 그런 곳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걔를 처음 봤어요. 옷장의 틈 사이로, 따스한 불빛과 노랫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생일 축하 노래였어요. 그러니까, 우리 엄마아빠는 나를 옷장에다 처박아두고, 걔한테는 케이크니, 촛불이니 하는 것들을 해준 거예요! 진짜 자식은 저인데 말이죠. 선생님은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3월 5일
재가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아, 걔를 처음 보게 된 순간이었죠. 그 이후로도 뭐... 비슷했어요. 우리 엄마는 걔한테만 무언가들을 사줬어요. 맛있는 초콜릿도, 장난감도, 심지어는 몇 개 되지도 않는 제 옷들을 걔한테 가져다주기까지 했다니까요? 어떻게 아냐면, 제 옷이 종종 걔의 방에서 나오는 걸 봤거든요. 근데 저는 한 마디도 하지 못했어요. 걔에 대해 한 마디라도 하는 순간이면, 저는 항상 그 작은 옷장에 갇혔거든요. 옷장에 갇히는 건,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한 일이에요. 밥도 못 먹고, 물도 못 마시고... 그래도 옷장에 있을 때는 걔가 안 보여서 좋기도 했어요.
3월 11일
하... 이번에도 걔인가봐요. 어제 선생님한테 편지를 쓴 이후로 잠시 자리를 비웠거든요. 근데 다시 돌아오니까 제 책상에 꽃이 놓여 있는 거예요. '축하하고 미안하다.'라고 적혀 있었는데... 누가 보냈는지는 안 적혀 있지만 저는 알아요. 엄마 글씨체거든요. 집에 아무도 없을 때면 걔의 서랍을 열어봤어요. 엄마가 준 편지도 읽어보고요. 선생님, 왜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요? 저보다 그 애를 사랑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 이유만 알면, 저도 그 애처럼 사랑받을 수 있을 텐데요.
3월 20일
선생님, 오늘은 죄송해요. 좀 전에, 걔를 데리고 오라고 소리 질렀던 거요. 저는 걔가 없어지기를 바라면서도, 아닌가봐요. 선생님도 제가 이상하시죠? 사실, 최근에는 그 애가 왔다갔다는 느낌이 안 들었거든요. 걔가 올 때면 항상 느껴졌는데 말이에요. 엄마가 놓고 간 편지도 없었고요. 엄마가 이제 영영 떠나버린 걸까요? 그 애만 데리고 가버린 건 아니겠죠? 선생님은 저희 엄마랑 연락할 수 있다는 거 다 알아요. 만약 연락이 닿는다면, 저에게도 얘기해주셔야 해요. 기다리는 건 딱 질색이거든요.
4월 1일
선생님, 요즘은 너무 혼란스러워요. 왜 저한테 제가 선생님께 쓴 편지를 읽어 보라고 하신 거예요? 이 편지들은 죄다 엉터리예요. 아, 이 편지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주시려고 읽어보라고 하신 건가요? 아니면 제가 날짜도 제대로 못 쓰는 멍청이라는 걸 얘기해주고 싶으셨던 건가요? 하여튼 이 편지들은 하나같이 이상해요. 전 분명 선생님의 말대로 매일 편지를 썼어요. 무슨 내용으로 썼는지도 토시 하나 안 빼고 기억할 수 있어요. 근데 이 편지들은... 날짜가 이상해요. 3월 내내 제가 4통의 편지만 썼다고요? 말도 안 돼요. 저는 정말 매일 썼단 말이에요.
작은 상담실 안, 희수의 엄마가 희수의 편지를 읽는 소리만 조용히 울렸다. 5통의 편지를 모두 읽고 나서도, 상담실의 공기는 무겁고 텁텁했다.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를 걷고, 흰 가운을 입은 상태가 말을 꺼냈다. 희수의 상태가 점차 나아지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이제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당했던 학대를 글로 써 내려가기도 하고, 희수의 다른 인격도 점차 인지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러니 어머니도 이제는 남편도 죽고 없으니 마음 편히 먹고 열심히 치료 받으셔야 한다는 말도 같이. 희수의 엄마는 숨죽여 울었다. 사랑받고 싶어 그 애까지 만들어낸 희수가 안쓰러워서. 온통 그 애의 이야기뿐인 희수의 편지를 손에 든 채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