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기한이 십 분밖에 안 남았는데 괜찮으실까요?
맥주 한 캔과 삼각 김밥의 바코드를 찍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말했다. 민수는 귀에 꽂혀 있는 줄 이어폰을 빼며 아르바이트생을 향해 눈을 크게 떴다.
- 이 삼각 김밥이요, 곧 있으면 폐기처분 된다고요.
- 아, 괜찮아요. 그냥 주세요.
민수는 대답과 동시에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6장을 건넸다. 이후 아르바이트생이 건넨 동전 몇 개의 거스름돈과 맥주, 그리고 삼각 김밥 하나를 챙겨 편의점을 나섰다. 정처 없이 걸었다. 시원했던 맥주가 조금 미지근해질 때쯤, 민수의 눈앞에는 한 공터가 있었다. 앙상한 나무 아래의 벤치에 앉아 생각했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어버린 자신의 처지를.
어제까지만 해도 민수는 한 제약회사의 대리였다. ‘만년 대리’라는 칭호가 붙은 지는 오래였지만, 그래도 성실히 회사 생활을 했다. 올해도 승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팀장의 말을 들은 후에도 민수는 그저 매일같이 십분 일찍 회사에 출근했다. 자신의 성실함을 언젠가는 회사에서도 알아줄 거라 생각했으나, 민수에게 찾아온 건 이른 퇴사였다. 회사의 사정이 어려워져 불가피하게 몇몇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요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말은 권고사직이었지만, 사실상 해고나 다름없었다.
어제, 민수는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아내에게는 야근을 하느라 회사 근처 찜질방에서 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이가 눈에 아른거렸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렇게 민수는 집 대신 길을 택했다. 밤새 회사와 집 근처를 어슬렁거렸다. 당장 다음 달 월세는 어떻게 내야 할지,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마다 막막했다. 이 회사에 처음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기뻐서 부모님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과 뒤처지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던 자신의 회사 생활이 뒤엉켰다.
민수는 이미 다 식어버린 맥주를 들이켰다. 밀려오는 허기에 삼각 김밥을 뜯으려는 순간, 이미 어제가 되어버린 날짜가 보였다. 동시에 곧 폐기처분이 될 거라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말이 들렸다. 민수는 생각했다. 자신의 유통기한은 이미 끝나버린 것 같다고, 이제는 폐기처분될 날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라고. 그러자 편의점에 작은 반발심이 드는 것 같았다. 편의점이야말로 매일같이 새로 만들어지는 음식들, 그리고 매일같이 폐기로 남아버리는 음식들이 생기는 곳이었으니까. 사람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것들을 버리는 데에 익숙해진 곳이었으니까.
민수는 뜯다 만 삼각 김밥을 마저 뜯어 한 입에 모두 쑤셔 넣었다. 그리고는 아주 오래, 한참을 꼭꼭 씹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