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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륙엠 Jul 07. 2021

[스페이스엑스]6. 콰잘레인 환초와 1차 발사

1.2조원에 육박하는 미 국방부의 스파이 위성을 탑재한 타이탄 4 로켓 발사 이후에 발사허가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접한 일론 머스크는 80억원 이상을 투자하여 건설한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의 발사를 포기하고, 8,000 킬로미터 떨어진 남태평양 콰잘레인 환초 내 오멜렉 섬에서 새로운 발사대와 발사시설을 건설하기로 결정한다.  아마 일반적인 사람이었다면 타이탄 4 로켓 발사 이후에 발사허가가 가능하다는 말을 믿고 기다렸겠지만, 일론 머스크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어쩌면 반덴버그 공군기지 발사장에서 발사대 시설을 개보수하고 팰컨 1 로켓의 연소시험을 준비하고 시험하는 과정을 통하여 이곳이 스페이스엑스가 발사를 진행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충분히 느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미 공군은 철저한 매뉴얼에 입각한 절차를 매우 중시한다. 무엇을 진행하고자 한다면 사전에 충분한 설명과 관련 문서들을 제시해야한다. 또한 발사시설에 대한 안전도 지나칠 정도로 철저하게 준수하는 것을 엄격하게 관리했다. 그러한 방법들은 기존의 방산업체들에게는 매우 당연한 절차였을 것이다. 하지만 스페이스엑스는 그렇게 일하지 않았다. 지금은 아마도 모든 과정이 매뉴얼화되어 그 이상의 절차와 안전규칙들을 지키면서 업무를 진행하겠지만, 팰컨 1 로켓을 만들 당시의 스페이스엑스는 일정(Schedule)이 제일 급선무였고, 준비가 완벽하게 끝난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진행하면서 부족한 것을 채우는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했기 때문에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의 발사 준비는 아마도 무척 답답했을 것이다.  또 한가지를 더 언급한다면, 바로 위도다. 반덴버그의 위도는 북위 34도. 콰잘레인 환도는 북위 8도. 더구나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는 동쪽으로의 발사가 금지되어있기 때문에 지구 자전속도인 시속 1,300 킬로미터을 전혀 이용할 수 없어 더 많은 연료를 싣고 가야한다. 하지만 콰잘레인 환초의 경우 북위 8도이며 이곳에서는 동쪽으로의 발사가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시속 1,600 킬로미터의 지구자전속도만큼의 연료를 덜 싣거나, 그 만큼의 페이로드(위성)을 더 탑재하거나, 더 높은 궤도까지 투입할 마진을 갖게 되는 것이다(적도에서의 지구 자전속도는 시속 1,666 킬로미터이며, 위도가 높아질수록 자전속도는 줄어듬). 그런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스페이스엑스는 머나먼 남쪽 섬, 콰잘레인 환초로 발사장을 옮겨버리는 결정을 했다. 


6.1 콰잘레인 환초 (Kwajalein Atoll)


오멜렉 섬, 콰잘레인 환초, 마샬 제도


2003년 초 스페이스엑스사에서는 발사장 후보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물론 첫 발사라는 중요성과 근무하는 사람들의 편의성 등을 생각했을 때 반덴버그 공군기지가 1차 후보지였다. 하지만 팰컨 1 로켓의 성능과 지구궤도에 투입할 위성의 궤도 등을 고려했을 때 캘리포니아의 반덴버그 공군기지보다 조금 더 적도 근처의 장소에서 발사를 할 필요가 있었는데, 우연히도 8,000 킬로미터나 떨어진 남태평양의 콰잘레인 환초를 발견한 것이다. 콰잘레인 환초는 마샬 제도에 속하며 약 90여개의 작은 섬이 산호초 등와 어우러져 동그랗게 모여있는 곳이다.  역사적으로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을 몰아내고 미군이 점령한 이래로 계속 미군의 관리 하에 유지가 되고 있었다. 지금도 미사일, 즉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시험장소로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다만 이곳의 사용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관리주체인 미군의 허가가 필요했다. 일론 머스크가 미군 담당자를 직접 만나 담판을 지으면서 쉽게 풀었다.    


즉각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엑스의 전문가 3인을 콰잘레인 환초로 사전답사를 보냈었다.  우선 엘에이에서 하와이 호놀룰루, 그리고 그곳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콰잘레인 환초까지 가야하는 머나먼 비행이었다. 콰잘레인 환초에서 제일 큰 섬은 콰지(Kwaji) 이며, 그곳에는 군용 호텔과 카페테리아 등이 위치하고 있다. 그나마 사람들이 좀 사는 섬이다 (콰잘레인 환초의 총 인구는 약 1천명 정도). 총 400여킬로미터에 달하는 콰잘레인 환초 사전답사에서 스페이스엑스 전문가들의 눈에 들어온 곳은 콰지섬에서 약 30여킬로미터 떨어진 오멜렉(Omelek)섬이었다. 더구나 오멜렉섬은 콰잘레인 환초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 팰컨 1 로켓을 동쪽으로 발사하더라도 궤도 상에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매우 큰 장점이 있었다 (모든 로켓은 발사 전 발사대 인근과 궤도 상의 선박이나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되어있음).  다만 앞서 설명했듯 이번 방문은 사전조사의 성격일뿐 그이상 그이하도 아니었다. 이미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가 예정되어있으며, 발사대 및 관련 기반시설의 개보수가 진행이 되고 있었다. 콰잘레인 환초 오멜렉 섬에서의 발사는 앞으로 몇번의 발사 이후에나 혹여 있을 수도 있는 제 2 발사장의 옵션 중의 하나 일 뿐이었다.



빨간색이 오멜렉 섬. 동그라한 석초로 이뤄진 콰잘레인 환초


6.2 팰컨 1 로켓의 1차 발사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할 수 없음을 확인 후 2005년 6월부터 스페이스엑스는 백업 플랜으로 콰잘레인 환초의 오멜렉 섬에 팰컨 1 로켓을 위한 발사설비 구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스페이스엑스 본사가 있는 엘 세군도에 있던 팰컨 1 로켓과 관련 부품들, 발사대를 구축해놨던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있던 모든 장비들을 포장하여 배편을 이용하여 약 1달 동안의 여정 끝에 오멜렉 섬으로 이동시켰다. 


오멜렉 섬에서 발사설비를 구축하는 것은 온전히 스페이스엑스 직원들의 몫이었다. 처음에도 언급했지만, 스페이스엑스는 인하우스 제작을 제일 우선시했다. 하청으로 업무를 주는 것은 단기간 내 인하우스 제작이 불가능한 개발품으로만 한정시켰다 (예를 들면 엔진의 터보펌프, 공통격벽 탱크 구조체 등). 스페이스엑스는 채용을 할 때부터 이것을 염두에 두고 뽑았다. 처음 프로그래머, 혹은 시뮬레이션 전문가로 입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무조건적으로 하드웨어를 직접 개발하는 업무도 동시에 담당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이전에 그런 일을 한 적이 있다 없다 는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무조건 해야했고, 그렇게 영역파과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스페이스엑스에 일하는 모든 직원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반적인 업무분장이었다. 비록 8,000 킬로미터나 떨어진 남태평양의 외딴 섬이고, 주 7일, 해뜰때부터 해질때까지 쉼없이 일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도 직접 발사대와 관련 설비들을 구축한 경험까지 있었으니, 이번 일은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오멜렉 섬에 세워진 팰컨 1 로켓


2005년 11월 드디어 스페이스엑스는 오멜렉 섬에서 발사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미군으로부터 발사 허가도 받았고, 발사 윈도우(Launch Window), 즉 팰컨 1 로켓이 투입될 궤도에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다른 위성들과의 충돌이 일어나지 않고 로켓 궤적 상 다른 비행체가 충돌할 일이 없는 시간대,도 받아놓은 상황이었다. 발사를 몇일 앞둔 11월 27일 스페이스엑스는 발사 전에 비행할 로켓을 발사대에 세워두고 발사와 동일한 시퀀스(순서)로 연료(RP-1, 즉 등유)와 산화제(액체산소)를 주입한 뒤 엔진 연소시험을 진행하고자 했다. 바로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도 수행했던 Static Fire Test다. 헌데 1단 동체의 산화제 탱크를 충전하던 중 밸브의 설정이 잘못되어있음을 충전 중에 알게되는 바람에 시험을 멈춰야했다.


2005년 12월 20일 다시 발사 허가와 발사 윈도우를 확정하고 발사 진행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때는 바람이 초속 45 미터를 넘어버렸다. 로켓은 수직으로 서서 발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특히 바람에 민감하다. 물론 발사 준비 과정에는 발사대가 로켓을 잡고 있으나, 발사 직전에는 발사대 보호 등의 이유로 끝까지 로켓에 뭔가를 공급해야하는 몇개의 케이블과 배관들 외에는 전부 거리를 두게 된다. 이때 과도한 바람이 불어버리면 (보통 초속 15 미터 이상) 로켓이 넘어질 확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발사허가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이날은 초속 45미터. 절대로 발사를 할 수 있는 날이 아니었다. 더구나 강풍으로 인하여 발사대에 세워져있는 팰컨 1 로켓 1단 탱크 압력밸브가 망가졌고, 이로 인하여 1단 탱크가 찌그러지는 상황까지 발생해버렸다. 결국 팰컨 1 로켓의 발사는 2006년으로 연기가 될 수 밖에 없었다. 


2006년 1월 스페이스엑스는 새로운 1단 구조체를 오멜렉 섬으로 보낸다. 2월 오멜렉 섬에서 스페이스엑스 팀원들은 1단 구조체와 엔진, 2단 구조체 등과 다시 조립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비록 팰컨 1 로켓이 로켓 세계에서는 작은 크기지만, 그 길이는 무려 28미터다. 6층짜리 건물이 누워있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를 하실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작업을 무인도에서 매우 습하고 햇볓 따가운 상황에서 진행하는 것은 참말로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조립 작업 후에는 전기연결부에 대한 성능 점검작업이 진행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전기 캐패시터에 문제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교환을 해야하는데, 문제는 이 부품은 미국 미네소타에 위치한 업체로부터 받아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본토에 일하던 인턴이 전기 캐패시터를 사서 직접 들고 오멜렉 섬으로 오는 긴 여정을 통해 제때 받을 수 있었다. 


2006년 3월 24일 오전 10시 30분, 드디어 팰컨 1 로켓의 첫 발사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34초 후 1단 멀린 엔진의 작동이 멈춰버렸고, 발사 후 59초 만에 팰컨 1 로켓 1호기는 콰잘레인 환초의 산호초로 추락해버린다. 추락 직후 콰지 섬에서 발사를 지켜보던 스페이스엑스 팀원들은 모두 오멜렉 섬으로 이동하여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하여 바다에 떨어진 파편들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수거를 할 때에도 나중의 분석을 생각하여 체계적으로 라벨링을 하도록 교육을 받았다. 


팰컨 1 로켓 1호기


그렇다면 팰컨 1 로켓의 1차 발사 실패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발사가 실패했을 당시에 이미 일론 머스크와 부사장급 전문가들은 엔진쪽에서 누설이 발생하여 엔진이 정상작동하지않음을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수 일간에 걸친 파편 수거와 데이터 분석을 통하여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는 케로신을 유출되었음도 확인하였다. 심지어 발사 6초 전에 케로신 누출이 데이터로 나타남도 확인할 수 있었다. Static Fire Test까지도 문제없이 진행하였는데, 왜 갑작스럽게 케로신이 누출되었을까? 최종적인 결론은 오멜렉 섬의 습한 날씨로 인하여 연료(케로신) 공급 라인의 B-너트 (재질이 알루미늄)가 녹이 슬어서 균열이 생겼고, 그 균열 틈으로 케로신 누설이 발생하여 결국은 엔진의 폭발까지 이어진 것이다. 미 해군에서는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모든 재질의 기본이 부식에 강한 알루미늄을 사용한다. 더구나 스테인레스 스틸에 비하여 무게는 1/3 이다. 그런데도 눈에는 보이지않는 녹으로 인한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그만큼 오멜렉 섬의 환경이 녹이 쓸기에 매우 좋은 조건 (높은 습도와 온도, 적은 바람)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발사가 수차례 연기되면서 로켓을 약 1달 가까이 바깥에 세워둔 것도 이러한 부식을 앞당겼다.  특히 2005년 12월부터 2006년 1월까지의 기간 동안 보관텐트동으로 옮기지않은 것도 뼈아팠다.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 그 부분에 대하여 철저한 점검과 방지책을 세워 다시는 반복하지 않으면 다음 발사는 진행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DARPA도 일론 머스크도 모두 동의하였다.  





https://www.fnnews.com/news/200902131744578344?t=y

https://ko.wikipedia.org/wiki/%EC%BD%B0%EC%9E%98%EB%A0%88%EC%9D%B8_%ED%99%98%EC%B4%88

https://www.space.com/2196-spacex-inaugural-falcon-1-rocket-lost-launch.html

https://youtu.be/kBq3eNi-Y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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