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의 생일을 핑계 삼아 훌쩍 떠나온 겨울 바다. 여름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풍광이다. 모래사장 위에는 순백의 눈이 소복이 쌓여있고, 거친 파도가 한없이 밀려오며 해변에 부딪힌다. 겨우내 외로웠던 바다는 요란스러운 파도 소리를 내며 왜 이제야 찾아왔냐고 앙탈을 부리듯 내 귓가에 울려 퍼진다.
겨울 바다는 내가 온 걸 유난히도 반기는 듯하다. 오랫동안 못 보아 애타게 기다렸던 연인을 만나기라도 한 듯 말이다.
겨울 바다는 여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한적하고 고요한 바닷가에 나 홀로 서 있을 때면 오직 나만의 바다가 되어주고 나도 바다의 일부가 된 것만 같다.
삶의 찌든 때들로 가슴이 답답해질 때 겨울 바다는 나를 달래준다. 차를 타고 내리 달려 저 멀리 바다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면 이미 내 심장은 곤두박질치며 쿵쾅쿵쾅 뛰어댄다.
바다에 도착해 한발 한발 내디뎌 해변으로 다가가는 순간 나의 가슴은 설렘으로 가득 찬다.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끼륵끼륵 갈매가 소리에 귀 기울이며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면 나의 마음의 묵은 때들이 씻겨져 내려가듯 시원해진다.
하얀 눈 쌓인 모래사장을 뽀드득뽀드득 소리 내어 걸으며 설산을 병풍 삼아 나는 겨울 바다와 데이트를 즐긴다.
겨울 바다에 서니 아주 어릴 적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가 마음속에 울려 퍼졌다.
“겨울 바다로 그대와 달려가고파~ 파도가 숨 쉬는 곳에~ 끝없이 멀리 보이는 수평선까지 넘치는 기쁨을 안고 “
영화 OST “러브레터- Wint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