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 표정 하나에 흔들리는 마음들

감정에도 예의가 필요해 (1)

by 부뚜막 고양이
내 표정 하나에 그의 하루를 망쳤다.



살다 보면 문득 멈춰서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나는 왜 이렇게 쉽게 기분이 상할까?’

‘왜 그 사람은 내 감정을 몰라 주는 것일까? “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마음이 상하면 말하지 않아도 표정으로, 분위기로 전했다.

‘알아서 눈치채겠지’ 하고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론 상대가 못 알아보면 더 서운해졌다. 나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채고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고, 표정 하나로 내 마음을 읽어주길 바라던 그때의 나는 사랑은 ‘무언의 이해’라고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그 믿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말투 하나, 표정 하나에

생각보다 더 쉽게 불안해지고 힘들어한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날도 특별한 다툼은 없었다.

다만, 어떤 말 한마디가 내 기분을 언짢게 만들었고, 나는 조용히 한숨을 쉬고 자리를 피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 내 얼굴엔 아마도 ‘기분 나쁨’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날의 나는 늘 그랬다.

입은 닫아도, 표정으로 감정을 말하는 사람.


며칠이 지나고, 그 사람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날 너 표정이 너무 차가워서… 하루 종일 너랑 헤어지게 될까 봐 무서웠어.”

그리고 잠시 망설이더니 이런 말도 덧붙였다.

“너의 표정 하나하나, 말투,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까지 다 신경 쓰여.
그게 너무 힘들어.
네 감정에 내가 휘청거리는 기분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나는 그저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뿐인데,

그 솔직함이 누군가에겐 불안이었고, 고통이었고, 상처였다는 걸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그는 내 표정 하나에 하루를 망쳤다.

그는 내 말투 하나에 관계의 끝을 고민했다.

나는 그냥 ‘내가 기분 나쁜 상태’였을 뿐인데, 그 사람은 ‘사랑이 끝났나?’를 고민했던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자주 돌아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표정을. 그들이 나와 있을 때, 얼마나 조심스러웠는지를. 그리고 왜 그들이 점점 나에게 ‘편안함’을 말하지 못하게 되었는지를.


그건 아마도,

내 감정이 늘 관계의 중심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힘든 게 중요했고, 내가 섭섭한 게 더 크게 보였기에 그 사람들의 작은 불안이나 두려움은 늘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요즘 나는,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내 기분을 표현하기에 앞서, 그 표현이 상대에게 어떤 무게로 닿을지 상상해 본다.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게 있다면, 말하지 않아서 더 깊어지는 상처도 있다는 걸 나는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사랑은 때때로 조심스러움으로 시작된다.

내 기분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감정에 누군가의 하루가 흔들리지 않도록 조금 더 따뜻한 말로, 조금 더 부드러운 표정으로, 건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워가는 중이다.


지금의 나는, 조금 느리게 말하고, 조금 더 부드럽게 반응하려 한다.

상대의 표정을 한 번 더 살피고, 내 표정이 누군가의 마음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천천히, 조심스럽게 사랑하려고 한다.


그렇게 사랑은, 내 감정을 전하는 방식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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