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 표현의 차이는 사랑의 크기와 무관하다

감정에도 예의가 필요해 (2)

by 부뚜막 고양이
나는 다 해주는데,
왜 너는 이 정도밖에 안 해?

말로 꺼내진 않았지만, 마음속에 수없이 맴돌았던 문장이다.

나는 매일 아침 ‘잘 잤어?’로 하루를 시작하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말투로, 좋아하는 이모티콘을 붙여 문자를 보낸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혹시 감기 걸릴까 걱정이 되어 따뜻한 음료를 챙기고,

주말이면 맛집을 찾아보고, 기념일엔 조그만 선물이라도 준비하려 애쓴다.


나는 이런 걸 사랑이라 믿었고,

그 역시 같은 방식으로 나를 사랑해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내 기대와 달랐다.

답장은 늦고, 때로는 까먹은 듯 짧은 말만 툭 건넨다.

기념일을 잊기도 하고, 서프라이즈 이벤트 같은 건 꿈도 꾸지 않는다.

함께 있는 시간에도 종종 말이 없다.

처음엔 그게 너무 서운하고, 섭섭하고, 억울하기까지 했다.


‘내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너는 왜 아무것도 안 해?’

그게 속으로 삼켜둔 내 진심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조용히 흔든 건, 아주 사소한 순간이었다.


추운 겨울날이었다.

퇴근길에 그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나는 그날따라 하루 종일 지쳐 있었고, 묘하게 마음도 울적했다.

바람은 매서웠고, 말도 없이 나란히 서 있는 그 시간마저 서운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가 말없이 다가와

내 목도리를 한 번 더 감아주고는,

자신의 패딩 지퍼를 내리더니 내 등 뒤로 바람을 막아주었다.


그때 알았다.

이 사람은 ‘추워?’라는 말을 하지 않지만,

자기 몸을 벽처럼 세워 나를 감싸주는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었다는 걸.




사랑에는 정답이 없다.

누군가는 말로 사랑을 전하고,

누군가는 침묵 속의 배려로 마음을 드러낸다.

누군가는 매일 선물을 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언제나 시간을 내어주는 것으로 존재를 증명한다.


우리가 서로를 사랑할 때,

내 방식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선 안 된다.

서로 다른 사랑의 언어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언어를 해석하려는 진심이,

서로를 이해하게 만든다.




가끔 사랑이 작아 보이는 건,

그 마음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그 표현이 내 익숙한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나처럼 문자도 잘 보내고, 말도 부드럽게 하고,

깜짝 선물도 자주 해줬다면 분명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그 사랑이 가벼운 건 아니다.


그는 나와 다른 방식으로, 다른 온도로,

어쩌면 그의 최선을 다해 나를 사랑하고 있을지 모른다.




사랑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루에 열 번 문자로 안부를 묻기도 하고, 선물로, 시간으로, 함께 걷는 그 조용한 30분으로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그러니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그 마음이 작다고 단정 지어선 안 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