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군가에게 무엇이었을까

by 부뚜막 고양이
사람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다.
문제는, 우리가 그 기억 속에 무엇으로 남았는지
대부분 모른 채 살아간다는 것이다.


사람에게서 상처받을 때면,

또다시 사람에게 도망치고 싶어진다.

그 품 안에 숨어,

내 상처를 잠시 잊고 싶고

다른 따뜻함에 기대고 싶어진다.


하지만 가끔,

그 사람의 무심함에 마음 아파하던 내가

누군가에게는 똑같은 무심함으로 다가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했던 말,

내가 보였던 태도,

내겐 아무렇지 않았지만

그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남을 상처였을지도.


그 사람의 아픔은 내게 와닿지 않았다.

그저 지나가는 대화였고,

별 의미 없는 선택이었으며,

잠깐의 감정이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누군가에게 쓰레기 같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마음을 가지고 논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아프게 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정말 그런 게 있을까?


우리는 너무 쉽게 사람을

“괜찮은 사람” 혹은 “최악의 사람”이라 부른다.

하지만 그 모든 평가는

그 관계 안에서의 상대적 경험일 뿐이다.


어떤 사람은

나에게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하지만

다른 사람에겐 상처만을 남길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누군가에게 잊지 못할 위로였지만

나에게는 싸늘한 벽이었을 수도 있다.


사람은 그렇게

절대적인 선도, 절대적인 악도 아니다.


결국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선물이기도 했고,

아무 말 없이 스며든 상처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살아 있는 모든 관계의 모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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