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의 여백

by 봄봄

환자는 휴가를 다녀온 후 친구들과의 마음 상하는 일들이 있었다고 말을 꺼냈다. 워낙에 친한 친구들이다 보니 환자의 심리상태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너무 깊이 침범해서 이런저런 조언들을 했던 것.


우울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사실 이해를 못 한다. 무기력하고 위축된 마음을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네가 좀 더 의욕적으로 움직이면 좋겠어' ' 네가 그렇게 지내니 더 무기력을 느끼는 거야' '나가서 운동이라도 해봐'와 같은 조언들을 한다. 그 조언은 가뜩이나 우울해서 힘든 마음에 더 큰 짐을 지어주며, 스스로를 더욱 자책하게 만든다. 우울한 사람들이 그걸 몰라서 안 하는 건 아닌데....


조언을 하는 이유는 친구가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일 것이다. 직접적으로 더 깊게 말을 하는 관계들을 보면 애매한 거리의 친구들 보다는, 꽤 오래 관계를 이어온 절친들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가족과도 같은 사이라 여기고, 우리 관계라면 이 정도 쓴소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상대가 실수를 하는 것이리라.


이런 경우 환자와 친구들 사이에 필요한 것은 여백이다. 서로가 지나치게 가깝다는 생각에 불필요한 선을 넘고 있기에, 너와 나의 사이에 공간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너무 자주 연락하고 보던 사이라면 조금 시간을 두고 보는 것도 좋다.


이 여백은 가족들 사이에서도 필요하다.

이번 겨울 휴가는 욕심을 내어 조금 길게 다녀왔다. 평소 5일 정도 일정으로 다녀오던 것을 여유롭게 쉬다 오자는 생각에 일주일로 늘려보았다. 각자 학교, 병원에서 보내야 할 시간에 넷이 모두 모여 함께 이동하고 생활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한계에 이르렀을 때 남편과 번갈아 휴식기를 가지고, 가족 안에서 조금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게 필요했다.


사람에게 부대껴 힘들 때는 (거리 두기, 멀리 하기, 절교하기 같은 무서운 단어 대신)

내 주변 사람들과 적절한 공간을 확보해 보자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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