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2 영어학원을 그만두니 보이는 것들 1

by 봄봄

아이는 지난 10월 4년 조금 안되게 다니던 영어학원을 그만두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은 늘 학원 교육 과정에 대해 이렇게까지 벌써?!! 라며 의문을 품던 게 이젠 안 되겠다로 이어지며 결단을 내린 것이었다.


6세에 영유를 들어간 아이는 꽤 영어를 잘했다. 2년이 지나며 SR 4점이 넘었고, 유치원을 졸업하며 치른 반편성 시험에서는 3년 차 아이들 몇 명을 제쳤다. 아이가 영재인가 싶은 마음이 들고 으쓱했다. 그러나 지금은 SR 4점대의 의미를 안다. 그걸 이해하고 아이가 문제를 푼 것이 아니라 지문을 대략 암기해서 그럴듯한 답을 잘 찍어서 나오는 점수라는 걸. 일반적인 유치원 아이가 인지적으로 그 수준의 내용을 이해할 수는 없다.


아이는 어찌 되었든 어학원의 탑반, 영재반이라 불리는 곳에서 초등 영어를 시작했고, 1학년때 미교 3학년 교재를 배웠다. 내용은 법원에 대한 내용에 피해자, 가해자, 검사, 변호사가 나오는데 아이는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험을 보면 또 그럭저럭 답을 맞히긴 했다. 2학년이 되고 원에서 시작한 것은 중학생 단어집을 주고 무작정 외우게 했는데 왜 이런걸 하나 싶긴 했지만 아이가 적응을 해내기에 지켜보았다. 디베이트라 칭하며 한 주제를 찬반을 나눠 토론하는 것을 한 달에 한 번씩 외워서 서로 실전 토론처럼 하는 것이 있었는데, 아이도 처음에는 외워서 하는 걸 힘들어하다가 점차 요령을 터득해서 그럭저럭 했다.


왜 이 정도 수준의 공부를 하지? 왜 이런 방식으로 하지? 아이에게 너무 큰 스트레스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면서도, 아이가 결국엔 그럭저럭 적응을 해냈고, 친한 친구와 다니는 즐거움이 크고, 스스로 영어를 잘한다는 자부심이 컸기에 실보다 득이 많다 생각해서 학원을 놓지 못했다.


그러던 중 원에서 몇 가지 일들이 있고, 아이도 그만 다니고 싶다고 해서 이젠 실이 득 보다 커지는 순간이구나 싶어 원을 그만두었다. 내용은 너무 특정 원이 지칭되는 부분이라 세세히 적진 않겠다.


그만두며 엄마의 마음이 신기한 게, 아이를 더 낮은 레벨의 학원으로 옮기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원을 그만둔다고 하자 아이 친구 엄마들과 학원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아이가 어느 학원으로 갈 것인가였기에, 다음 원을 결정하는 것이 내 아이의 실력을 입증하는 일처럼 느껴졌다.


라이딩도 쉽지 않으면서 유명하다는 학원들을 미친 듯이 검색하기 시작했다. 정말 말 그대로 난 그때 미친거 같았다. 유명학원들은 레테 신청도 쉽지 않았다. 정해진 시간에 미리 로그인을 해두고 바로 클릭을 해야 원하는 날짜로 시험 신청을 할 수 있었고, 평일에 설명회를 들어야 레테 신청권이 주어지기도 했다. 대기자가 너무 많아 아예 레테 일정이 열리지 않는 원도 있었다.


두 개의 원을 추려 드디어 한 곳의 시험을 보러 갔다. 아이에게 여기는 꽤 잘하는 아이들이 다니는 곳이라고 말을 해서 그런지, 아이는 꽤나 긴장하며 시험을 보러 들어갔다. 무슨 영어학원이 하루 만에 시험이 끝나지 않았다. 1차 지필고사를 보고 결과발표를 보고 2차 인터뷰를 치러야 드디어 학원에 다닐 자격이 주어지고, 그 역시도 내 아이 레벨에 맞는 반에 티오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었다. 레테 시험 과외까지 하며 아이를 보내고 싶진 않았기에 우린 그냥 평소 실력대로 보자 하며 갔다. 끝나고 물어보니 어른이 생각할 수 있는 틀과 달리 아이다운 창의성이 들어가게 썼길래 떨어져도 엄마는 네가 기특하다고 장하다고 말해주었다. 1차 점수는 커트라인에 딱 맞춰 통과였다.


합격하면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며 2차 인터뷰를 보러 갔다. 무슨 수능 시험 들여보낸 엄마의 마음 같았다. 아이를 데리고 들어간 교포 실장의 인상이 강했기에 염려가 되어 문 근처에서 조금이라도 들어보려고 했다. 역시나 강한 목소리와 아이의 기죽은 대답이 들렸고 당장이라도 아이를 데리고 나오고 싶었다. 20여분의 시간이 흐른 후 상기된 표정의 아이가 나왔고, 아이는 나를 데리고 재빠르게 원 밖으로 나가더니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한참 진정을 시키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질문을 던지고 아이가 대답을 하면 선생님은 딴짓을 하다가 나 제대로 못 들었으니 처음부터 다시 말해보라고 했다는 것. 두 번씩 답을 하며 아이는 모멸감을 느꼈던 거 같다. 그 외에도 강압적인 분위기의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너무 화가 나서 당장 들어가서 항의를 할까 싶었지만, 떨어진 부모의 항의로 느껴 제대로 듣지 않을 거 같아 아이가 합격하면 항의를 하자 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기다리며 보니 떨어진 부모가 전화를 하여 재응시 기회를 얼마 후에 가질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보내고 싶어 하는 원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초2 밖에 안된 아이에게 강하게 밀어붙이며 네가 오든 안 오든 상관없다는 태도였나 싶다. 아이를 달래고, 우린 여기 붙더라도 절대 오지 말자고 약속했다.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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