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ChatGPT로 상담하다가 내원하는 환자들이 정말 많아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제가 보는 환자들 중 문제가 될 정도로 의존하거나 유해한 사례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지만, 염려되는 부분이 몇 가지 있어서 건강하게 ChatGPT 이용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ChatGPT를 제일 많이 쓰긴 하지만, 다른 종류의 AI 모두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가장 첫 번째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ChatGPT는 여러 정보들을 긁어보아 그럴듯한 답변을 만들어내는 걸 정말 잘하기 때문에, 대충 읽으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아주 쉬운 부분에서 오류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에 제가 직접 경험한 사례입니다. 정신과와 다른 과에서 정말 흔히 쓰이는 자낙스정에 대한 검색을 했는데, 성분명을 alprazolam 이 아닌 clonazepam이라고 칭하며 내용은 또 alprazolam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도 사실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어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지나치게 지지적인 답변을 내놓아 인지왜곡을 교정하지 못할 가능성과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직면과 해석입니다. 진료실에서 하는 작업 중 하나가 충분히 공감하고, 인지왜곡 지점을 환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적 상태일 때 이해할 수 있게 상처받지 않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환자의 상태를 세심히 longitudinal 하게 관찰하며 언제 어떤 이야기까지 나눌지를 결정하는데, AI는 그런 판단을 할 수 없습니다. 긍정적이고 지지적인 답변들을 내놓아서 실은 나의 생각 패턴의 문제인데 이를 돌아보지 못해 혼자만의 세계에 갇히게 될 수도 있고, 혹은 아직 준비가 안되었는데 현실적 조언을 해서 더 상처를 받고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위급한 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는 케이스인데 AI 상담에 의존하다 치료 타이밍 놓칠 수 있습니다. 실제 미국에서 한 청소년이 AI로 상담을 하던 중 자살사고에 대해 언급을 하였는데 "그런 이유로 망설이지 마세요."라는 답변을 내놓아 실제 시도로 이어진 사례가 있습니다.
네 번째는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로 상담하는 내용들이 친구 관계에서 스트레스,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들인데, 내가 먼저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고 해결방안을 찾아나가며 능동적으로 심리적 성장을 이뤄나가야 하는데, 힘드니 AI에 물어보자는 생각을 바로 하면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내가 먼저 충분히 고민을 해보고, 답답한 구석이 남을 때 참고용으로 쓰면 좋겠습니다.
다섯 번째는 사람과의 교류 단절 문제입니다. 실제 "친구들에게도 이야기하기 힘든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이제는 친구가 필요 없을 거 같아요"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진료실에 와서 상담을 하고 좋아지는 요인 중 하나가 치료자와 건강하게 유의미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그 부분이 빠진 AI 와의 상담도 문제이고, 과도하게 AI에 감정이입을 하는것도 문제입니다. 2013년에 개봉된 AI와 사랑에 빠진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 Her라는 영화가 생각이 납니다. 흥미롭게도 영화의 배경이 2025년 미래입니다. 2025년 우리의 현재이기도 하고요.
마지막은 다른 측면에서도 이미 우려가 되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입니다.
그럼 AI 상담을 하지 말아야 할까요? 제 생각은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기에, 또 과학의 발달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이용해야 한다는 주의이기에, 이용은 하되 똑똑하게 이용했으면 합니다.
예약일이 한참 남은 환자가 힘든 일이 있는데, 혼자 해결은 힘들고, 친구들에게도 말하기 힘들고, 병원에 바로 내원하기도 힘들 때 AI 상담을 이용하며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꽤나 안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건강한 방식으로 AI상담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AI로 상담을 하기 전에 스스로 충분히 고민해 보고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후에도 답답한 지점이 남거나 좀 더 정리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을 때 구체적인 민감한 개인정보는 제외하고 질문을 합니다. 상담 중에는 AI의 답변이 틀릴 수 있다는 것, 지나치게 지지적일 수 있다는 부분을 경계하고, 자살사고, 자해, 환청, 망상, 심각한 우울, 공황 등 심각한 증상이 있을 때는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늘 생각해야 할 것은 AI는 실제 사람과의 교류로 얻을 수 있는 부분을 모두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지나치게 몰두해서 현실의 인간관계에 소홀하거나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