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견뎌내는 것의 중요성

by 봄봄

며칠 전 간만에 진료실에서 신나게 박수를 치며 큰 축하가 있었다. 잘 견뎌준 환자에 대한 나의 감사와 치료자에 대한 환자의 감사가 오간 시간들.


몇 개월간 폭식과 구토를 이어가던 환자는 여러 가지 상담과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았다. 매일 하루 두세 번씩 조금이라도 음식을 먹으면 구토를 했고, 2주 동안 구토를 참은게 한끼 혹은 두끼 정도였다.


우선은 구토를 참아볼 것, 구토하지 않을 정도로 소량씩 먹는걸 목표로 할 것, 구토하지 않는다고 바로 살이 찌는건 아니니 안심할 것 등등 구체적 지침을 주고, 체중에 예민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함께 되짚어보았다.

그간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약도 최대치로 썼는데, 치료는 난항을 겪고 있었다. 직전 진료에서 우리는 2주 단위로 생각하지 않고, 하루만 보기로 약속했다. 전날 구토해도 괜찮다. 오늘 하루 구토 안 하고 버티면 잘한 거다. 전날을 망치면 나는 실패했다는 생각에 그냥 이번 주간은 망했다로 가버리기에 그렇게 하루 단위로만 생각하기로 했다.

환자는 하루만 생각하는 것이 꽤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자책하지 않을 수 있어 마음이 한결 가벼웠고, 며칠 연속 성공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으니 앞으로 며칠을 더 참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 좋았다고 한다. 구토를 안 하기로 결심했다고 해서 바로 성공으로 가는 일은 잘 없다. 대부분이 횟수를 점차 줄여가다가 어느 순간 안 하게 되고, 그 경과 중에는 약간 후퇴하는 것 같은 날도 있다. 그것을 실패로 받아들이고 좌절하지 않는게 중요하다. 큰 흐름상 좋아지고 있으면 된 거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지치지 않게 하고, 자책하지 않게 하기 위해 필요한 생각이 길게 보기보다는 하루씩 짧게 끊어가는 것이다.

하루만 보는 중요성은 다른 증상의 치료에도 많이 적용이 된다. 알코올, 흡연, 게임, 인터넷과 같은 중독 분야뿐 아니라 무기력, 우울, 강박 등의 치료과정에서도 이야기한다. 긴 시간을 놓고 보면 할 수 없는 일도, 하루만 잘 지내보자라고 생각하면 꽤 수월한 일이 된다.


견디기 힘든 일들이 있을 때 길게 보기보다는, "오늘 하루 잘해보자"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처음엔 견디는 것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내 몸에 익숙해지면 그때는 자연스러운 나의 생활이 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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