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생기면
계속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은 미워 보이고, 불편하게 해석되고, 나를 향한 공격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상사가 유독 나만 미워한다고 생각하면
일상적으로 업무 배분을 했을 뿐인데
나만 더 일을 시킨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나를 힘들게 하려고 한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평소 나에 대한 배려가 없던 배우자 혹은 친구가
갑자기 잘해주면
실눈을 뜨고 그 이면의 어떤 나쁜 목적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부터 하게 됩니다.
진료실에서 관계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 이건 중립적인 관점에서 보면
문제없이 기분 나쁘지 않게 반응하며
편안하게 받아들여도 되는 부분인데..' 싶은 이야기들이 간혹 나옵니다.
꽤 오랜 기간에 걸쳐서
나를 괴롭게 했던 대상이다 보니
그와 관련되어 축적된 데이터가 그런 판단을 내리도록 이끄는 것입니다.
내가 만들어둔 프레임 속의 그는
어떤 행동을 해도 그 프레임에 맞춰 해석을 해야
내가 정보를 처리하기도 편하고
조금 더 안전한 해석이라는 안도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료실에서 나오는 질문들에 대부분은 상세히 설명해 주지만
유일하게 답을 안 해주는 질문이 있습니다.
"제 진단명이 그래서 뭔가요?"
초보 전문의 시절에는 진단명을 친절히 설명해주기도 했습니다.
진단명을 명쾌하게 듣고 가면 속이 후련하다 하며 끝나면 좋겠지만,
신기하게 자기 자신을 그 프레임 속에 가둬버리는 일이 생깁니다.
진단명을 검색해 보고, 없던 증상도 찾아내서 강화시키기도 합니다.
프레임을 만든다는 게 이렇게 나에게도 남에게도 독이 되기도 합니다.
내 주위의 사람들, 나를 보는 나의 시선을 한번 점검해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