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의 늪에서 벗어나기

by 봄봄


"저는 무슨 일이 생기든 저를 자책하게 돼요.

내가 그때 잘했더라면, 이렇게 했더라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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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서 또 이렇게 자책하는 저를 자책해요. “





이번 주 진료실 주제는 ’ 자책’입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실수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심판이 됩니다. 남이 나에게 했다면 당장 절교했을 법한 모진 말들을, 우리는 반성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에게 퍼붓곤 합니다. 왜 우리는 이토록 자신에게 가혹한 검사가 되어야만 할까요?



정신역동적 관점에서 볼 때, 유독 자책이 심한 사람의 마음속에는 비대해진 초자아(Super-Ego)가 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나를 훈육하던 부모님의 엄격한 시선이나 사회의 높은 기대치가 내면화되어, 성인이 된 후에도 나를 감시하는 목소리로 남은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자책이 사실은 전능감에 대한 열망과 맞닿아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조금 더 잘했더라면 결과가 바뀌었을 텐데”라는 생각은, 역설적으로 내가 상황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오만에서 비롯됩니다. 타인의 잘못이나 우연이라는 변수를 인정하기보다 차라리 내 탓을 함으로써, 세상을 통제하고 있다는 가짜 안도감을 얻으려는 심리적 기제입니다.



우리는 왜 이 괴로운 짓을 반복할까요?

자책은 일종의 ’심리적 선제타격‘역할을 합니다. 남에게 비난받기 전에 내가 먼저 나를 더 세게 때림으로써, 타인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도 합니다.

자책하는 동안 스스로 도덕적이라 안심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 방패의 대가는 너무도 많습니다.

자책은 자기 성찰과는 달라요. 자기 성찰이 행동을 수정하게 한다면, 자책은 존재를 위축시킵니다.

뇌가 자기를 비난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느라 정작 문제를 해결할 지적 자원은 고갈되고 마는 것이죠. 결국 자책은 성장의 발판이 아니라, 우리를 과거의 실수라는 감옥에 가두는 창살이 됩니다.




이제 내면의 엄격함에서 벗어나는 세 가지 연습을 해봅시다~


첫 번째는 책임의 지분을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모든 결과에는 나의 지분뿐만 아니라 타인의 몫, 환경의 몫, 그리고 불가항력적인 운의 몫이 반드시 존재합니다. 나의 지분만큼만 책임지고 나머지는 수용의 영역으로 넘겨주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나와 똑같은 실수를 했다면, 나는 지금처럼 모진 말을 내뱉었을까?”를 생각해 보세요. 아마 아닐 것입니다. 타인에게 보이는 관대함을 이제는 나 자신에게도 허락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행동 중심으로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번 일에서 배운 것은 무엇이고,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오면 다르게 해 볼 행동을 적어보는 것입니다. 글로 적다 보면 감정적으로 치닫는 것에서 빠져나오는데 도움이 됩니다.



나를 향한 화살을 이제는 멈춰볼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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