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엄마의 초등 학원 선택기

by 봄봄

영어 학원에 대한 글을 올린 지 꽤 되었는데 아직까지도 관심이 뜨거워서

그 후 아이들의 학원 후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과한 교육을 지양하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는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 정신과 의사의 개인적인 후기입니다. )


이제 초4가 되는 첫째 아이는 2학년 후반부에 영어학원을 그만두고 아예 감을 잃지는 말자는 마음에 영어도서관을 슬렁슬렁 다녔습니다. 그러다 3학년이 되고 영어를 학교에서 정규과목으로 배우기 시작하니 스스로 영어 학원을 다녀야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동네 학원을 다시 샅샅이 뒤지기 시작합니다.


학원을 알아보는 방법은 네이버 지도 검색, 지역 카페, 지인들의 추천을 모두 이용합니다.

일을 하다 보니 엄마들과의 교류가 쉽지 않아 입소문 난 학원 정보를 바로 얻기는 어렵다는 걸 이때 느낍니다.

동네 학원을 하나하나 찾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작은 학원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최근 동네에서 핫한 학원이라고 하네요. 원장님도 검색만으로 찾아온걸 신기해하는 눈치.

정보력은 약하지만, 검색만으로도 좋은 학원을 찾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도 합니다.


대형학원이 안 맞다고 판단한 첫째는 작은 영어학원을 선택합니다.

대형학원의 정해진 숙제, 많은 숙제, 빠른 진도와 다르게

동네 작은 영어학원은 숙제량도 레벨도 선생님과 조율해서 스트레스받지 않는 수준으로 정해집니다.

진도 역시 아이가 흡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아이도 만족합니다.


영어가 안정이 되면서

욕심이 생긴 엄마는 늦었지만 사고력 수학학원에 등록합니다.

6세에 잠시 사고력을 다니다가 숙제가 많아 그만뒀었는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 맞습니다.

다른 종류의 사고력학원이지만 역시 숙제가 많네요. 사고력을 가장한 선행입니다.

3개월 다니고 중단합니다. 수감이 좋고 아이가 즐거워한다면 따라가겠지만, 우리 집 아이는 아닙니다.

영어와 예체능만 다니며 3학년 신나게 노는 황금기를 보내며 아이의 기분과 컨디션은 늘 최상입니다.

힘이 남아돌아서인지 학교 수업에 열정을 다하는 모양입니다. 담임선생님에게 수학학원을 좀 보내서 선행과 심화를 해보는 게 어떻냐는 조언을 듣습니다. 제가 보기엔 그 정도는 아닌데 학원에 절어있지 않다보니 학교에서 퍼포먼스가 잘 나오는거 같습니다.

아이는 아직 좀 더 놀고 싶다고 하여, 천천히 가기로 합니다.


그렇게 3학년 후반부까지 오자 대부분의 친구들이 수학학원을 다니고, 빠른 친구는 중2 과정까지 갔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옵니다. 정보력 없는 엄마는 모르고, 아이들끼리 서로 수학 진도 자랑을 하며 나온 이야기입니다. 마침 친한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에 자기도 가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합니다.

역시 작은 보습학원으로, 저도 눈여겨보던 학원이었던지라 바로 등록해 줄까 하다가

아이가 좀 더 애타게 간청하게 한 후 등록합니다. 학원은 엄마가 들이미는 게 아니라 네가 진짜 공부하고 싶어서 간 거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주기 위함입니다.

수학이 조금 더딘 아이는 선행을 달리고 너무 잘하는 아이들이 모여있으면 위축이 됩니다.

일부러 개별진도에, 선행을 빨리 빼지 않는 학원으로 결정했습니다.

학원은 1학기를 기본서, 심화서, 연산책 1권씩을 기본으로 해서 총 3권을 풀고 넘어가는 시스템입니다. 진도는 아이 속도에 맞춰 진행하고, 빨리 이해하는 단원은 하루에도 끝내기도 하지만 어려워하는 단원은 1,2주씩 하기도 합니다. 숙제 역시 매번 양이 다릅니다. 아이가 스트레스받지 않으나 양이 너무 적지는 않은 수준으로.


이렇게 영어, 수학을 세팅하고 안정되게 다니던 중

영어 학원 원장님과 상담을 하는데, 논술학원을 다니면 영어 지문을 이해하고 실력이 올라가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조언을 받습니다.

다시 논술학원 검색에 들어갑니다. 여러 번 학원을 옮기는 시행착오가 아이도 엄마도 힘든 일이란 걸 이제는 알기에 더 신중하게 찾습니다. 동네에 모든 논술학원을 검색하고, 몇 곳을 추려 통화를 해보고, 괜찮은 곳은 직접 방문상담을 합니다. 5곳 정도 직접 가서 보았는데, 학원은 꼭 직접 가서 상담해봐야 합니다.

가장 유명한 두 곳은 아이 성향과 맞지 않아 제외하고

오래되어 건물이 낡았지만 학생이 많지 않고 원장님이 직접 관리하는 마이너 한 논술학원에 등록합니다.

(주변 엄마들에게 이야기해도 다들 처음 듣는 곳이라는 반응)



전공이 정신건강의학과이다 보니

공부를 잘하지만 스트레스 관리가 안 되는 친구들을 많이 보면서

아이의 학습 로드맵에 꼭 고려하는 것이 스트레스 정도입니다.

-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학원을 가는 것이니, 하루 두 개 이하로 스케줄 넣기.

- 국영수 중 하나만 하루에 넣기

- 학교 급식을 먹고 저녁까지 버티기란 쉽지 않으니 간식 시간 꼭 비워두기

- 숙제가 과도하지 않고, 무리한 선행 하지 않기. (수학은 1학기 선행까지)

- 새로운 학원 충분히 적응된 후 다른 학원 넣기


아직 어리다 보니 내재적 동기를 가지고 공부를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부모가 짜준 스케줄을 따라가고, 외부 보상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꼭 명확히 해두어야 할 것은 공부는 나 자신을 위한 것이지, 부모를 위해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며칠 전 원하는 거 안 들어주면 오늘 숙제 안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아이를 보며

숙제는 엄마를 위해 하는 게 아니고 너를 위해 하는 것인데,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선을 그어주었습니다.


저도 엄마가 처음이다 보니, 첫째는 유독 시행착오가 많습니다.

(미안하다 첫째야)

천천히 스트레스 조절하며, 아이가 부담되지 않게 받아들일 양과 속도인지 늘 살펴보려고 합니다.

유명학원보다는 아이 기질에 맞는 학원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 계속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학생이 할 일은 공부이고, 그 책임을 다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함을 설명해 줍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본 경험이 나중에 인생에서 필요한 그 어떤 지식을 습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도요. 여러 각도에서 공부는 엄마가 시키니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라고 간간히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꼭 잊지 않는 것은 ’ 공부를 잘하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을 잃지는 말자 ‘ 라며 다짐해 봅니다. 성적이 조금이라도 떨어질까 불안 속에 살지 않게, 공부만이 나를 증명하는 길이라 여기지 않게, 비교하며 자존감을 깎아내리지 않게, 공부 때문에 아이와 관계가 틀어지지 않게 말이죠.


언제 또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 올 수도 있겠지만

현재는 이렇게 아이 학원이 정해지고 꽤 안정적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정신과 엄마로서 아이의 정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학원 선택 여정과 스케줄 관리에 대해 공유해 보았는데

모쪼록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되었길 바라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수학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