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지하철,
요즘 저는 새로운 시선으로 사람들을 둘러봅니다.
환자들과 이야기하던 중 듣게 된 신기하고도 무서운 이야기 때문입니다.
분노를 품고 있는 사람들. 지하철에서 마주하는 무례한 사람들에게 그 분노의 화살이 닿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리를 꼬고 있는 사람의 다리를 잘라버리고 싶어요"
"어깨로 저를 밀칠 때 그 사람의 어깨를 베어버리는 상상을 해요"
"지나가며 저를 밀치면 따라가서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어요"
이런 내용들입니다.
처음에는 극단적인 한두 명의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면서 생각보다 많구나 싶습니다.
‘저 선한 얼굴 뒤에도 누군가를 향한 분노가 숨어 있을까?
저 다리 꼬고 있는 사람은 자칫하면 다리가 위태로운데.‘
상상은 그렇게 끝없이 이어집니다.
화가 나서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
늘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이런 무시무시한 생각과 분노에 차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가장 손해가 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상대는 자신이 분노의 대상이 된 지도 모른 채
핸드폰을 보며 평온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분노에 찬 자신만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되게 억울한 일이죠.
지하철에서 마주하는 무례함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분노가 정말 그들 때문에 생겨난 것일까요?
대부분은 다른 곳에서 시작된 감정일 가능성이 큽니다.
직장이나 친구,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쌓인 감정들이
적절히 표현되지 못하고 남아 있다가
'전치'라는 방어기제를 써서 비교적 안전한 대상인 불특정 다수에게 표현되는 것입니다.
감정을 어딘가 분출하고 싶지만
적절한 곳을 찾지 못할 때 생겨나는 현상입니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참 상식이 없네' 하고 지나갈 수도 있는데,
이처럼 강한 분노로 표현이 되는 이유는
'나를 무시하는 행위'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상담을 이어가다 보면
'내가 만만해 보이니 유독 사람들이 저에게 무례하게 한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겨서 기억에 저장되지 않을 뿐입니다.
그 장면을 마음에 오래 담아두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매일 마주치는 사소한 무례함을 하나하나 기억 속에 남겨둔다면
나는 매일 지하철에서 당하는 사람으로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지하철에서 분노가 종종 찾아온다면
나의 평상시의 스트레스 수준을 돌아보고,
전치라는 방어기제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연한 상황인데 나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두고 해석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내 소중한 하루의 에너지를
이름도 모르는 타인에게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