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수다방_3. 어렵고도 어려운 관계

by 봄봄

아이는 얼마전 돈을 요구했던 친구와 관계를 끊지 못하고 지지부진 이어가고 있었다.

돈을 요구하는 친구도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모르는채로

아이 학원이 끝날 무렵이면 학원 앞에서 기다렸다가 놀다가자고 제안하곤 했다.

아무래도 관계가 위태로워보여 그친구에게 돈 요구에 대해 단호하게 설명을 해보자고 했지만

아이 성향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았다.

그게 어렵다면 적절한 거리를 두고 가능하면 학교 밖에서 따로 노는일은 하지 말자고 약속을 했었다.

친구가 놀자는 제안을 한번은 거절을 했지만, 번번이 거절하는것이 미안했던 아이는

결국 그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사달이 나고 말았다.


그집 어머님이 저녁을 먹고 가라고 자장면을 시켜주겠다고 했는데

우리집은 6시반까지 귀가해 집에서 식사를 해야한다고 아이가 이야기했단다.

의견이 강한 그 친구는 무조건 먹고 가라고 하면서 자장면을 시켰고

6시까지 자장면이 오지 않자 아무래도 못먹고 가겠다고 아이가 걱정을 하자

그럼 자장면 값을 내고 가라고 해서 싸움이 시작된것.


친구에게 어떻게 단호하게 이야기를 해야할지 몰라 망설이던 아이는

이날만큼은 돈을 줄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조목조목했고

이전 방청소 값에 대한 이야기까지 번지며 설전을 벌이다가

결국 둘이 싸우게 되었고, 아이는 집에서 나가라는 소리를 듣고 쫓겨났단다.


쫓겨난데 대한 당혹스러움, 서러움, 분노로 시작해

그 친구에게 고구마 백개를 먹으며 참고 살다가, 사이다 천개를 날리고 나온 것 같아

후련하다는 이야기

그렇지만 친구에게 이렇게 화를 내본게 처음이라 자신 역시 잘못한거 같다는 죄책감

일년 넘게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이런식으로 멀어지는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는 이야기


어떤 위로로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아이의 복잡한 마음이 느껴졌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려운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렇게 배워나가고 있구나 싶어 다독여주면서도,

어린 마음에 얼마나 잘 소화해낼 수 있을지 염려가 되기도 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고정된 무언가가 아니다.


친밀한 사이인줄 알았지만, 어느날 적이 되어 있기도 하고

호의를 베풀다보면,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이 되어 있기도 하고

그저 그런 관계였던 사람이 어느 순간 든든한 내 편이 되어 있기도 하다.


이 친구도 아직 자라는 아이이니 어느 순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 내 아이와 잘 지내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친구에게 가끔은 단호하게 거절의 말을 할 수 있기를,

쉬워보이지 않으면서도 지나치게 뾰족하지 않게,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단단한 모습으로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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