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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isy Jan 01. 2021

5년차 알바의 흔한 실수

알바생이 생각하는 서비스란 


오늘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 출발하는 2021년의 첫날. 늘 마지막엔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지만 유난히도 다사다난하고 허탈했던 2020년이 아니었나 싶다. 그럼에도 하루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잘 보내온 스스로를 토닥여주면 좋겠다. 그래서 더욱이 함께 웃으며 한 해를 시작하고 싶었다. 

나는 프리터족 전문가로 알바를 꾸준히 하고 있다. 그래서 생겼던 재밌었던 에피소드를 대방출해보려 한다.


그전에 한 가지! 서비스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고 싶다. 난 아부나 아첨 등은 못하지만 스스로 서비스직에 잘 맞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바를 오래도록 하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서비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또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있었다. 


내가 파스쿠찌에서 일했을 때였다. 중년의 남자 고객님이 들어와 "아메리카노!"하고 자리로 가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불러 세웠고 계산하고 가셔야 된다고 했지만 들은 척도 안 하고 카트를 던져놓고 자리로 갔다. 그리고 약속한 상대가 오자 그 자리에 앉아서 "한 잔 더"라고 하셨다. 나는 일단 던져준 카드로 결제를 하고 아메리카노를 픽업대에서 받아가야 한다고 안내를 해주었지만 꼼짝을 안 하셨다. '몰라서... 그런 거겠지' 하고 카드와 함께 가져다주었는데, 같이 일하던 알바가 "국회의원이면 다야?"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보니 보이는 국회의원 배지. 몰라서 그런 것인지 무시해서 그런 것인지 속내를 알 수 없지만 도대체 사람들이 서비스직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하긴 했다.




서비스직이 고객의 기분을 맞춰주거나 언제나 웃는 얼굴만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서비스가 아니다. 서비스가 감정 쓰레기통이 돼야 한다고 누가 그러던가. "고객이 왕이다" 이 말은 도대체 누가 만들었는지 어디서 내려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고객이라고 모두가 왕이 될 수는 없다. 왕다운 사람이 왕대접을 받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서비스직은 내가 일하는 곳의 상품과 시설 등을 모두가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물론 친절한 태도는 플러스 요소이다. 내가 일하는 곳의 가치를 파악하고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며 그것을 최상의 상태로 고객 모두가 똑같이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곧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서비스직의 정의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름의 정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의 친절한 태도는 첫 번째로 인사였다. 어려서부터 인사를 중요시하게 생각했다. 배움에서 나온 것인지 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기에 그런 것인지 인사를 하는 것을 좋아했고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에피소드도 대부분 인사에서 비롯된 이야기들이다. 흔한 알바의 실수담이다.



Ep1

위에 말한 것처럼 나는 파스쿠찌에서 일을 했었다. 프랜차이즈는 브랜드만의 공통의 인사말이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 멘트를 꺼려했다. 오그라 든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 인사가 너무 마음에 들었고 누구보다 신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어서 오세요). 행복을 드리는 파스쿠찌입니다" 행복을 드린다는 표현이 너무 좋았다. 여느 때처럼 계산을 하고 (spc계열사로) 해피포인트 적립을 해드린다고 말을 하려던 찰나에 손님이 왔다. 나는 미소 가득 머금고 너무나도 밝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행복을 드리는 해.피.포.인.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 가서도 이런 인사는 듣지 못할 것이다. 너무 웃펐다. 어찌나 창피하고 스스로도 웃기던지 라이오 사연에 내보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나는 이 에피소드가 제일 웃기고 지금 또 쓰면서도 웃기다.



Ep2

일찍 끝난 친구가 카페로 놀러 왔다. 조금 기다렸다가 같이 퇴근을 한 후 근처의 맛집을 찾아 밥을 먹으러 갔다. 추운 겨울날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버섯샤브샤브를 먹으며 마지막 시험을 끝내고 나온 학생처럼 여유롭게 식사를 즐겼다. 계산을 하고 역시 인사 왕답게 나는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나왔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누구보가 가라고 하는 것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볼이 좀 뜨거워지려고 했고 내자신이 너무 웃겼다. 친구도 직업병이라며 같이 웃었다.



Ep3.

손님이 스트로베리 스무디를 시켰다. 새콤달콤 맛있는 스트로베리 스무디! 숙지한 레시피와 능숙한 손놀림으로 빠르고 맛있게 스무디를 만들어 주었다. 진동벨을 울리고 손님이 받으러 왔다. 스트로우는 뒤편에 손님이 가져갈 수 있게 해 두었다. 그래서 나는 또 밝은 목소리로 음료를 건네주며 안내를 해주었다.


"스트로스무디 나왔습니다. 스트로베리는 뒤편에 있습니다"



아 진짜....ㅋㅋㅋㅋㅋ 말이 꼬여도 왜...^^;;


나는 왜 이렇게 밝고 크게 인사를 해서 민망함을 자처한 것일까.

고객님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 한잔" "따뜻한 아이스 쵸코" 등으로

티키타카 많은 실랑이 했었는데 


고객님 괜찮습니다!!!!

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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