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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isy Apr 09. 2021

"시작만 잘하지, 뭐하나 끝까지하는 게뭐야?"

스티브잡스의 연설

 나는 INFP(인프피)이며 다능인의 성향을 갖고 있다. 어느 정도의 성향을 가진 것이지 다능인의 특징처럼 난 모든 분야에 뛰어나다거나 그렇지는 않다. 많은 분야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다 잘하는 사람은 당연히 부럽고 한 분야에서 깊게 파고드는 사람 역시 존경한다. 난 한 분야를 깊게 파지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이 많다. 뭔가를 시작하면 처음 수준 정도에서는 잘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시작하지만 그 이상을 뛰어넘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이상의 나와 현실의 내가 다르다는 것이 견딜 자신이 없었다. INFP를 게으른 완벽주의자라고 하던데 그게 나다. 내가 노력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그 이상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되면 금방 포기하거나 애초에 시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다른 곳에 호기심을 보이며 기웃거린다.


이것저것 벌려 놓고 시작하는 것은 많은데 끝맺음이 없다. 어려서도 그랬다. 피아노 학원도 다니고, 학습지도하고, 수학학원도 다니면서도 미술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조르고 얼마 배우지 않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또 수영도 잠깐 배웠고 그만뒀다. 어렸을 때 다 그런가? 그런데 나는 지금도 그렇다. 지금 본업인 제과제빵은 당연히 열심히 하고 있지만 번외로 딴짓도 많이 한다. 글도 써보고, 블로그도 운영도 잘해보고 싶고, 최근엔 굿즈를 만들기도 했다. 여러 가지 호기심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본업으로만 채워지지 않는 갈증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나를 보고 동생은 "언니는 이것저것 시작만 잘하지! 뭐하나 끝까지 하는 게 없잖아"라는 팩폭을 날렸다.

맞다. 가끔은 내가 나를 봐도 진짜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분명 열심히 하고 있는데 대단한 성과를 나타내기엔 나의 게으른 완벽주의 성향이 너무 강한 것이다. 다능인 중에서는 여러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고 서로를 연결시켜 무엇을 성취하는 결과를 얻는 사람들도 많다. N 잡러의 경우도 다능인 특징 중 하나이다. 다능인의 성향을 가졌으나 강력한 인프피의 게으른 완벽주의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한 상황인 것이다. 동생이 나에게 팩폭을 날린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맞는 말만 해서 상처를 받을 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할 수 없다. 그것이 삶의 기쁨을 주기도 하고 또 하나는 내가 지금 하는 일들이 결코 헛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INFP라 하는 소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생의 선배님들은 그런 말씀을 종종 해주셨다. 지금 하는 일이 쓸모없어 보일지라도 나중에 다 쓰임새가 있을 거라고 하셨다. 내가 하는 일 하나하나가 결코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나는 컴퓨터 전공을 시작으로 경영학과로 졸업하고 지금도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커피&디저트를 하고 있지만 결코 무의미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 어떻게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 그렇다 할 성과가 없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전혀 신빙성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스티브 잡스의 연설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이 연설은 늘 감명을 준다. 스티브 잡스는 대학교를 중퇴하고 듣고 싶은 과목들을 청강했다. 그중에 서체 수업을 듣게 되었고 다양한 글씨체와 서체 예술을 배울 수 있었다. 서체에 매료되었지만 이 것들이 그의 인생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0년 뒤 그가 개발한 애플컴퓨터 메킨토시(맥)에 그 기능을 모두 넣었고 아름다운 서체를 가진 최초의 컴퓨터가 탄생했다. 스티브 잡스도 학교를 다닐 땐 알지 못했다. 대학교를 자퇴하고 서체 수업을 들은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모든 것이 분명하게 보인다고 했다. 우리가 미래를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하며 현재와 과거를 연결시켜 볼 뿐이라고 했다. 즉 현재가 미래와 어떻게든 연결된다는 이야기다. 이것을 믿어야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 믿음이 우리가 가슴을 따라 살 수 있는 용기를 줄 것이라고 했다.

난 스티브 잡스의 MBTI의 유형을 알지 못한다. 아마 INFP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MBTI의 유형을 떠나 그의 연설은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준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스티브 잡스의 연설이 꽤 힘이 된다. 지금의 하는 일들은 점들이다. 이 점들이 선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얼마만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다만 무수한 점들이 이어져 언젠가 빛을 발할 거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설령 지금 찍고 있는 점들이 어떠한 전환점으로 큰 빛을 발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가슴을 따라 했던 일들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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