⑲ 행복한 개붕씨의 행복한 결말

by 벗곰

[경고] 본 작품은 19세 이상 열람을 요하며,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표현과 혐오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읽으실 때 주의를 바랍니다.



드디어 퇴근이다. 나, 김 개붕이는 습관처럼 휴대폰 문자를 확인한다. 몇 통의 스팸과, 아버지. - 입금 요망, 5만 원. 시발. 어차피 들리지 않을 욕이지만.


누구는 자식한테 아파트를 사주네 마네, 박사 유학을 보내 주네 마네 하는데, 내 아버지란 작자의 문자 꼬라지 하고는.


잘 기억나지 않는 나이에, 아버지 손에 이끌려 할아버지네 댁에 홀로 남겨진 나는 며칠을 앓았다고 했다.

오지 않을 아버지를 찾으며 며칠간 끙끙.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래도 그 당시에는 좀 젊었다. 할아버지는 노가다를 계속했다. 할머니는 매일 손목이 아프네 무릎이 아프네 파스를 더덕더덕 붙이고서도 이럭저럭 살림을 꾸렸다. 할머니가 지은 밥에서도, 잔칫집에서 얻어온 떡에서도, 빨아준 내 옷에서조차 은은하게 파스 냄새가 났다.


그래도 누군가 나를 위해 갓 지어준 쌀밥을 저녁으로 먹을 수 있었던 시절.


아버지는 십여 년이 지난 후에야 나를 다시 찾았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내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줄줄 흘렸다. 자신이 그동안 어디 가서 무슨 고생을 했으며, 언제나 너를 생각했다 - 이제 우리 함께 행복하게 살자. 나도 덩달아 눈물이 났다. 그러나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수술을 좀 받아야 해서 대출을 좀 냈어요. 제 앞으로 조금... 갚을 돈이 있어요. 아버지의 울음이 그쳤다.


알겠다고 대답하고 우리는 같이 저녁을 먹었다. 파스 냄새 대신 아버지의 옷에 배인 담배 냄새와 함께. 아버지는 며칠 내 자취방에 머물렀다. 그리고 사라졌지. 시발, 아무리 생각해도 내 짝퉁 명품 시계와 만년필 한 자루는 그때 사라진 것 같다.


결국 꺼낸 이야기는 또 돈. 다시 가족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 속에 지나치게 기뻐했기 때문일까, 생각할수록 마음이 쓰리다, 시발 새끼가 꼭 돈 떨어지면 연락을 한다.


마지막 전화는 보름 정도 전이었다. 장황하게 뭘 늘어놓더니, 결론은 무슨 연대 보증을 서 달라고 했다. 이 새끼가 내가 연대 보증이라는 말도 모르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나는 그 단어를 학창 시절 담임에게서 배웠다. 그 새끼는 지 박봉을 한탄해 가며 자기가 왜 일평생 찌질한 월급쟁이로 살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 그날따라 수업 시간 내내 일장 연설을 해댔다. 그 장황하고 절절한 변명의 화룡점정으로 장식된 단어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개병신 새끼, 그러게 왜 보증을 서, 네가 뭔데. 그는 종종 우리에게 자율학습을 시키고, 교실 구석에 앉아 휴대폰을 들고 고스톱을 쳤다. 뭔가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나를 비롯한, 소위 ‘찍힌 아이들’ 몇몇을 불러내 귀싸대기를 올려붙였다. 그 어이없고 당혹스러운 기분, 도대체 무슨 말로 나 자신을 변명해야 할지 몰랐던, 서글픈 유년 시절.


시발 새끼, 이 새끼나 저 새끼나.


대충 씻고 저녁이나 먹어야겠다. 이제 파스 냄새가 나는 쌀밥은 먹어 본 지 오래다. 일회용 레토르트 쌀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컵라면에 물을 받아 놓은 뒤 나는 컴퓨터를 켰다. 유튜브는 이제 지겨웠다. 내 팔자도 심연 속에 가라앉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역시 세상은 넓 고 병○은 그보다 더 많았다. 여기도 이제 진짜 갈 데까지 간 새끼들만 수두룩하니 모여 있다. 며칠 전 대○방 후기 영상을 몇 개 봐서 그런가, 썸네일 제목부터 - ‘저는 업소 마담이었습니 다’ - 로 시작하는 저렴한 영상이 오늘의 알고리즘 추천으로 뜬다. 썸네일 간판 마담년이 은근히 꼴리게 생겼다, 저 보○팔이년 온라인 전단지 좀 받아볼까, 클릭해 본다. 샹년이 인식 개선 같은 소리 하네 시발, 그럼 너도 나처럼 한 달에 200 벌고 좆소 사무직으로 밥 처먹고 살지 시발련이.


누구는 가정 형편 불우하지 않았나? 그럼에도 악으로 깡으로 하루하루 힘들게 모범 시민으로 살아온 것은 나다. 그런데 왜 니년이 명품 옷 처 입고 면상 팔아가며 조곤조곤 조둥아리 쳐 놀리며 돈 벌고 지랄 자빠졌누. 아무튼 ㅈㅍㅁ년들 최대 업적이라고 해봐야 저런 보○팔이피플을 양지로 끌어낸 것 정도랄까. 도찐개찐 꼴에 동업하면 잘하겠다 싶다.


문득 휴대폰으로 시선이 향했다. 하긴, 자식새끼한테 몇 만 원 구걸 문자나 보내는 애비 새끼에 비하면, 저년은 그래도 커리어 우먼이지. 딴에 고생한다, 너도 니 팔자고 니 적성이지 뭐.


멍멍드랍 사이트에 접속했다. 알림이 떠 있다. 어제 새벽 써 놓은 글에 누군가 개발작 댓글을 몇 개 달았다. 역시 내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가볍게 비웃고 오늘의 베스트 게시물을 클릭한다. 새끼들 필력 좀 볼까, 그전에 누가 또 헐벗은 계집년 사진을 올려놨다. 일단 이것부터♥ -클릭.


댓글창이 가관이다 - 누님 아름다우세요, 한번 진지하게 만남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행복한 인생을 사시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언니 파이팅 – 개 웃기네 시발것들. 아무튼 저런 보○년 하나 잘못 따 처먹고 믹서기에 오체분시 갈려봐야 정신 차릴 새끼들이라니까. 나머지는 여태 계집년 보○구멍에 들이부은 데이트 비용 환수받겠다고 찾아 염병 떨다 칼부림이나 할 새끼들이고. 꼴에 보는 눈깔은.


그럼에도 이따금 먹물 좀 튀긴 점잖은 장문의 댓글도 종종 달리긴 해. 내 좆도 좆이지만, 의도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댓글들에, 나는 기꺼이 토악질을 하고 싶어졌다. 어차피 저 게시물 속 헐벗은 예비 마담년도, 나와 결론은 비슷할 것이다. 하나님이 계집년 팔자 걱정을 왜 하겠니, 하나님도 좆 달린 남자야 병○○들. 시발 쓰레기는 저 새끼들인데 왜 내가 자살이 마렵누. 기분이 더럽다.


앞으로는 좀 생산적인 취미를 즐겨볼까. 잠도 안 오는 밤이다. 오늘도 나는 멍멍드랍 사이트에 짧은 게시글을 몇 편 싸질러 본다. 이제 내가 글을 쓰면 몇몇은 나를 알아본다. 스게~ 혼또니 오레와 지니어스~♬ 나는야 멍멍드랍의 마스코트~♬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나는 마우스를 클릭한다. 오늘의 게시판 베스트는 지금 한창 인기 있는 웹소설 관련 썰.


그러고 보니 나도 한 때 웹소설을 써볼까 했다. 불법파일공유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한 무명작가의 글이 상당히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 작가는 작품을 완결 내지 않았다. 또 다른 글이 있나 싶어 찾아봤더니, - 자살했다고 했다.


가정사도 불우했고, 돈도 못 벌었다고, 무슨 저작권 관련 사기를 당했다나 뭐라나. 하긴, 그러게 왜 돈도 못 버는 작가질은 한다고 오두방정을 떨어 갖고. 그래도 웹하드를 떠돌 정도면 제법 팔린 작가였을 것인데, 도대체 돈을 얼마나 못 벌었길래 뒤져버렸담.


찾아보니 할 말이 없었다.


당시 편의점 알바생이었던 나도 너보다는 많이 벌었을 것이다. 그래, 너는 내가 인정, 잘 가라. 뭐, 미안하지만 현실이란 것이 그러하다. 너 하나 없어도 흔해 빠진 게 작가 지망생이고, 발에 차여 굴러다니는 것이 무료 웹소설 나부랭이니까.


게시판 새로고침을 반복해 본다. 밤이 깊어질수록 게시판에 글 리젠이 점차 줄어든다. 벌써 새벽 두 시다. 좀 졸리긴 하는데, 그래도 새벽 감성에 취해, 잠들기 전 진솔한 글을 몇 자 적어 보았다.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오늘도 또 돈이나 보내라며 문자를 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기다리며 자주 울었다 – 이 시간에는 그래도 게시판 분위기가 좀 훈훈한 편이다. 어쨌건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사실 나도 한때 작가라는 꿈을 그리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첫 월급으로 산 것이, 사실은 별로 실용성도 없는 일제 고급 만년필이었다. 짝퉁 명품 시계는 내가 산 것이 아니라, 직장 사수가 생일 선물로 던져 준 것이고.


시발 애비 새끼 면상이 또 떠오른다. 그 새끼 수준에 분명 짝퉁 오메가 시계는 웃으며 품에 넣어 전당포에 갖고 갔을 것 같다. 만년필은 그냥 나 엿 먹으라고 들고 간 것이 분명하다. 망설임 없이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을 것이다. 진실은 그게 훨씬 더 비싼 거다, 시발새끼야.


오늘은 멍멍드랍이 아니라 온라인 게임에 접속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점검 후 주간 레이드 제한이 풀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한 판 뛰고 일찍 자야지. 무슨 업데이트가 올라왔나 싶어 게임 커뮤니티 게시판을 한번 훑어봤다. 다들 디렉터 욕바가지에 쌀값 떨어졌다고 난리다. 옛날 할머니 말이, 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고 했다. 그렇다면 디렉터 이 새끼는 받아 놓은 불사신이다. 아무튼 병○ 쌀먹충들, 이 판에서 니들은 진짜 불가촉천민 수드라 계급 아님? 저런 새끼들한테 무슨 발언권을 줘? 월 실수령액 200 받아 절반 이상 이 판에 꼬라박는 나도 한심한 인생이다. 그러나 쌀먹으로 생계를 꾸리는 니들은 나보다 더 진짜 답 없는 새키들 아닌가? 주제도 모르고 게임 운영이 어떻고 저떻고, 같잖은 글이 우후죽순 쉴 새 없이 게시판을 불태웠다. 시발 돈이 없으면 좆 달린 새끼들이 공사판에라도 가서 원화 채굴이나 할 것이지, 시발 개병○들, 인생이 불쌍하다.


이번에는 어느 새끼가 훈장질을 한다. ‘게임은 게임일 뿐, 이런 게임에 월 백이상 쓸 수 없을 형편이면, 이런 게임으로 시간 낭비 하면 안 되는 거야, 다들 자기 계발이나 하고 취직이나 해라, 부모님 돌아가신 후에 후회해 봤자 아무 소용없다, 다들 좋은 밤 보내고 우리 게임에서 오랫동안 얼굴 보자.’ - 나는 코웃음을 쳤다.


우스웠다.

이런 댓글 다는 새끼들의 죄악이라면, 주제를 모른달까.


이런 새끼들은 아무런 자각이 없다. 그래봤자 너도 나도 이딴 쿠소 게임을 하면서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다 같은 공범이다. 지가 즐기는 것은 고상한 취미, 고급문화생활이고, 내가 하는 것은 사이버 마약이냐? 이 새끼 이거 분명 ㅈㅍㅁ, 보○팔이년들의 스윗대디, 위선자 새끼가 분명해.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일단 게시글을 캡처해 놓는다. 너 내가 나중에 살생부 하나 쓰는 수가 있다, 조심해라, 행님 시간 존나 많으니까. 아무튼 파뿌리카 인터넷 방송 사이트 창년들도 다 뒤졌으면 좋겠고, 쌀먹충 이 새끼들은 최소 내가 종결템 맞출 때까지 저대로 평생 방구석에서 썩어 문드러졌으면 더 좋겠다.


몇 달이 지났다.


아버지는 이따금 문자가 왔다. 나도 여전히 이따금 돈을 보냈다. 그런데 이게 몇 달치를 모아 보니 제법 액수가 컸다. 이번 달 게임 가챠에 쓸 돈이 부족할 지경이다. 아 시발, 지긋지긋했다. 템 하나를 내 맘대로 못 까나, 관두고 좀 쉴까. 짜증이 나서 게임을 끄고, 잠시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게임을 끄니 주변이 정말 조용했다.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완전히 혼자이고, 애초에 꽤 오래전부터 혼자였다는 사실. 이 고요한 밤도, 사실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누군가의 고요한 밤을 위해, 사실 내가 존재하기를 강요당해 왔다는 - 시발 좆같으니까 그만해.


오늘은 익명 게시판에 가서 놀아야지.


시발 불쌍한 내 신세, 나를 둘러싼 불운한 운명과, 고독한 도시의 밤과, 희망 없는 현실에 대해 또 장문의 사연을 주절주절 늘어놓아 본다. 역시 익게는 새벽 감성이 최고다. 알림이 와서 보니 누군가 내 예전 글에 새 댓글을 달았다, 아이디는 ‘카산드라’.


‘너 조심해, 너 올해 운이 너무 안 좋아, 너는 그래도 배우자 운이 좀 있네. 하지만 아마 살아 있는 동안에는 만날 수 없을 인연이야. 그래도 너는 그 덕에 목숨을 건질 수도 있어. 그래도 올해는 꼭 조심해야 해. 올해는, 네 처가 목숨이 위태롭고 기운이 약해지는 해야.’


이 시발련이 내가 33세 모쏠 아다인 줄도 모르고.


나는 화가 났다. 일평생 만나 본 적도 없는 마누라 따위, 미친 새끼가 왜 이런 남초사이트에서 기집년 이름을 닉으로 쓰는지도 모르겠고, 같잖게 무당행세를 하는 것도 웃겼다. 시발○이 누굴 놀리나, 이 새끼가 사람을 신박하게 갖고 노네, 나는 웃으며 댓글에 댓글을 달았다. ‘^^개붕아, 내 짝은 너야. 우리의 사랑 Forever.’ 뒤이어 비웃는 댓글들이 몇 개 달렸다. 나는 잠깐 큭큭 웃다가 크롬창을 껐다.


요즘 들어 기분이 영 찜찜하다.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다. 자는 동안 무엇인가 가슴팍을 눌렀던 것 같기도 하고.. 기분 탓인가. 냉장고를 열었더니, 어제 사다 놓았던 바나나 중에서 분명 두 개가 더 없어졌다. 확실히 기억한다. 바나나 한 뭉치에 10개가 달렸는데, 내가 어제 2개 먹고, 그리고 2개가 더 비었다. 나는 음식물 쓰레기 통을 열었다. 바나나 껍질은 확실히 2개뿐.... 분명 10개 사 온 거 맞는데?


아까 집주인아주머니가 다녀갔다. 요즘 들어 이웃 빌라에 도둑이 자주 들었다고 했다. 혼자 사는 독거 청년을 노리는 절도가 다시 기승을 부린다고. 아니, 길바닥에 CCTV가 깔렸구먼 무슨, 게다가 난 건장한 성인 남성이다.


집주인아주머니가 어두운 표정으로 잔소리를 했다. 문단속 잘하고, 여자친구 있으면 조심시키라고. 그리고 도어록이 더 위험하다고들 하니까, 이제는 열쇠로 바꾸겠다고.


아주머니가 돌아간 이후, 양치를 하려고 욕실 문을 열었다. 여친이라... 그러고 보니 어제 멍멍드랍 사이트에 누가 글을 썼다. 자기는 여자친구와 동거 중 이라면서, 욕실 배수구에 머리카락이 산더미 같이 빠지는데, 매번 자기가 치운다나 어쩐다나, 나는 기꺼이 이 새끼에 대한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너는 지금 존나게 퐁퐁질 당한다고, 시샘을 감춘 채 댓글을 달아주었다. 문득 나의 시선 또한 욕실 배수구에 향했다. 나야 뭐 그런 고민은 없긴 한데... 머리카락이 좀 고여 있긴 하네, 본김에 치우자. 나는 두루마리 휴지를 좀 뜯어 머리카락을 집어 올렸다. – 삽십 센티가 넘는 기다란 머리카락이 딸려 나왔다. 뭐야 시발, 하수구에 왜 이런 게 끼여 있지?


오늘 저녁에는 내가 좋아하는 짜파게뤼 라면이나 먹어야겠당~ 룰루랄라~♬ 아 마음이 급하다 급해~♬ 나도 모르게 열쇠도 꽂지 않고 현관문 손잡이를 잡아당겼는데, - 스르륵... 응? 왜 열려있지? 아, 맞아 집주인아줌마가 왔다가 문도 안 잠그고 그냥 가셨나.


아유 덥다 더워, 샤워 좀 해야겠다. 당분간 쓸 일은 없겠지만 나의 소듕한 꼬추까지 뽀득뽀득 정성껏 닦는다. ‘나는 희망을 가져 본다’. 싹 씻고 나온 뒤 굳이 전화주문으로 치킨을 시켰다. 배달앱을 쓰면 편하기는 한데, 소상공인들이 손해가 크다는 뉴스를 멍멍드랍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현금 결제를 하겠다고 했더니 콜라를 공짜로 준다고 한다. 도착한 치킨을 받아 들고 지갑을 열었는데, 어? 돈이 없네? 어어어??? 난 분명히 현금 5만 원씩 꼭 지갑에 넣어 두는데. 이상해, 벌써 치매라도 왔나. 요새 하도 게임만 하고 SNS만 붙잡고 있었더니 머리가 나빠진 것 같다. 아몰랑.


아 심심해. 오늘도 멍멍드랍 익게에서 어그로나 좀 끌어볼까.


* 제목 : [고민상담] 어뜨캄 우리 집에 귀신 사는 것 가틈..코와이...T^T

* 내용 : 나 요즘 이상한 일이 자꾸 일어나.. 스토커가 생긴 것 같구.. 오뜨케 오뜨케 오빠들 나 좀 도와줘이이이잉~♡


... 시발 남초 사이트 아니랄까 봐, 5분 정도 고추를 주물럭거리다가 화면을 새로고침 했더니 벌써 조회수가 수십 회다. 다른 글은 조회수 몇 회 되지도 않는다. 내 글 아래로 누군가 최근 정부에서 시행하는 정책에 대해 무슨 장문의 글을 적어 놨다. 클릭해 보니 너무 길고 머리가 아프다. 뭔 말인지도 모르겠다. 조회수가 두 자릿수도 안 나온다. 아 시발 아재요, 이 게시판은 그런 곳이 아닌데, 아무튼 틀딱충들 민주화를 시켜부러야제~


뭐, 내 글이나 잘 팔리면 그만이지.


그중에 또 이상한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너 내가 조심하라고 했지? 너 이제 진짜 큰일 났다. 제발 이제 마지막 기회야. 며칠 안 남았어.’


미친년이 뭐래, 몰라 뭐 저 새끼도 나처럼 관종이겠지 머. 아무튼 내가 쓴 게시글에 이런저런 답변이 달렸다. 대체로 사이비 퇴마법이었다. 소금 항아리를 두라는 둥, 누군가 셀프로 만들 수 있는 부적 그림까지 첨부해서 올려 주었다. 나는 코딱지를 파던 손으로 포스트잇에 대충 부적을 흉내 내어 그려봤다. 포스트잇을 쫙 떼내 어 이마빡에 척 하니 붙였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강시처럼 쿵쿵 제자리에서 몇 번 뛰어 본다. 병신 같지만 재밌어. 아무튼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소금 항아리 정도는 하나 놔둘까.


며칠이 지났다. 야매 퇴마법이 효과가 좀 있었던 것 같다. 이상하게 요새는 잠을 잘 자게 되었다. 한번 곯아떨어지면 아침까지 꿈도 안 꾼다. 나는 멍멍드랍 사이트에 후기를 올렸다. 퇴마가 됐는지 안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불면증은 해결 됐다, 고맙다고. 또 몇몇 익숙한 닉들의 댓글이 달렸다. 저번에 그 카산... 뭐시기 고닉은 안 보였다. 이따금 내 게시글을 뒤늦게 확인한 후, 고나리질 오질라게 하던 년. 기집년 닉 + 씹선비 말투 + 훈장질 = 뭐 하는 새끼일까. 한번 검색해 볼까 – 이미 탈퇴 처리되고 없다. 어휴 미친⚪, 이상한 글이나 써재낄 때부터 알아봤다. 도에 넘치는 관종짓으로 강퇴당한 것이 분명하다. 무당인지 귀신인지, 진짜면 왜 멍멍드랍 사이트에서 시간 낭비하세요? 로또나 맞춰 지 팔자나 고칠 것이지. 닉만 봐도 계집년일 것이다, 오빠들 노는데 건방진 보⚪년이 어딜 감히, 우쭈쭈쭈~♬


벌써 겨울이다. 한 해가 다 지나가고 있다. 멍멍드랍 사이트에서 활동한 지 또 1년이 지났다, 세월 참 빠르다. 나는 오늘도 게시판에 하루 일과를 보고하는 글을 올렸다. 나는 이제 진짜 멍멍드랍 유명 인사다. 누가 봐도 아는 고정닉 보유 ☆축 김 개붕 인생 최대 업적 달성☆


올해가 단 하루 남았다고 글을 썼다. 오늘은 벌써 12월 30일. 며칠 전 크리스마스에도 나는 혼자였다. 그날만큼은 사이트에 접속하고 싶지 않았다. 며칠 멍멍드랍 사이트를 쉬었더니, 익숙한 고닉들이 그것조차 알아보고 친절한 댓글을 단다. 와중에 어느 병신이 크리스마스에 혼자 집에서 딸딸이나 쳤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다들 끄덕이며 동의했다. 우리가 그렇지 뭐, 개붕이 신세 다 거기서 거기라니까.


누군가 우리끼리 한 번 만나볼까? 제안을 했다.


만나서 피방이나 가자고, 자기가 치킨을 쏘겠다 - 오호라?! 저 고닉은 내가 분명 기억하고 있다. 주식으로 수익률 20퍼센트를 냈다면서 인증글을 올린 사람이다.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멍멍드랍 사이트 유명인사다. 당연히 돈이 있으니 뭐 치킨 몇 마리 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겠지, 번개 장소를 보니 때마침 우리 집 근처다. 나도 참가해도 되냐고 댓글 한 줄 달았다.


어떤 답변이 달릴까 잠깐이지만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도 인맥이라는 게 좀 생길까? 이 게시판에서 나는 나의 영혼과 정신을 모두 바쳤다. 나는 내 겉모습도, 스펙도, 사는 지역도, 출신 대학도 아닌 오직 그저 나의 인격과 지성으로 평가받 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실제의 나도... 괜찮지 않을까?


- ○○시, ○○ 호프집.


이야 시발, 찐따인생 탈출각이 보인다. 끼얏호~♬


아 잠깐, 왜 현관문이 안 열려? 밖에서 누가 잠근 것 마냥 문이 안 열린... 아 열렸다!... 대체 뭐람, 누가 밖에서 문고리를 잡고 막아선 것처럼. 당연히 밖에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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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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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멍멍드랍 사이트 오프라인 모임을 강력하게 금지합니다. 모두들 주목~!

* 내용 : 최근 여러 이슈로, 멍멍드랍에서 친목 및 오프라인 모임 유도를 금지합니다. 커뮤니티에서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만남을 조심하시길 당부드립니다. 현거래 유도, 개인정보 제공 요청 시 운영자에게 꼭 알림 바랍니다....


‘... 뭐 하냐.’

‘시간 외 근무 중입니다. 뭐, 이 사이트도 이제 적당히 해야겠네요. 공지 뜬 거 좀 보세요.’


-흘깃.


‘흥, 야 저래 봤자 어차피 여미새 새끼들은 너 정도 필력이면...’

‘참, 이번 ‘돼지’는 여미새는 아니지 않아요? 잡는데 일 년이나 걸렸다니까요, 아까 보니까 좀 보기 그렇더라고요. 싹싹 빌면서 울다가 앉은자리에서 막...ㅋㅋㅋ’

‘ㅋㅋㅋ, 그 새끼 벌써 작업 끝났다. 지금 돼지우리에 있는데, 궁금하면 함 열어 보든가.’

‘아휴, 거절하렵니다. 참, 드럼통 남은 거 있어요? 거기 오래 놔두면 냄새나는데.’

‘...ㅋㅋㅋ’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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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카산드라 2

* 제목 : 시발새끼들 결국 모두 지옥에서 만나겠네

* 내용 : 기어이 나를 쫓아냈어. 내 서방은 지금 내 곁에 있다고. 내 서방은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았는데, 우리는 다음 생에 행복하게 다시 태어날 수 있었는데, 내 서방은 지금 여기 있어. 눈도 텅 비어 있고, 배도 텅 비어 있고.


우리는 다시 태어날 수 있었는데.

우리는 아직 인연이 남아 있었는데.

너희가... 그걸 망쳤어.

기어이...


The End.


[면책 및 저작권 안내] 본 작품은 호러, 유머, 풍자, 사회비판적 시각을 바탕으로 창작된 허구로서, 실제 존재하는 인물·단체·사건과는 어떠한 관련도 없습니다. 작중 화자의 말투, 사고방식, 정치적 견해 및 가치관은 모두 서사적 장치를 위한 설정이며, 창작자의 입장이나 신념을 대변하거나 이에 동조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사회의 다양한 단면을 재현·변형함으로써 독자에게 비판적 사고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제작되었습니다. 본 작품의 저작권은 전적으로 작성자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편집·재배포·2차 창작을 엄격히 금합니다. 또한 어떠한 정치적 목적이나 선전·선동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일절 허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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