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마다 규정은 다르지만

by DAISYEON





항공사마다 규정은 다르지만 이나의 항공사는 포니테일과 같이 자유 분방한 머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갤리 승무원이 아니더라도 위생에 철저히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머리망이 규정에 있지만, 머리를 땋아서 망에 넣건, 그냥 하나로 묶어서 망에 넣던 상관없었다. 한 망 안에 가지런히 넣어서 묶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그래도 한국에서 승무원 학원을 다녔던 경험이 있어서, 머리에 뽕을 띄우고 빳빳이 묶은 머리를 유지하는 데에 도가 터 있다. 항공사에서 제공해 주는 머리끈과 머리망 외에 이나의 헤어 관련된 제품은 실삔과 왁스, 꼬리빗이 전부였다.

머리를 묶는 것은 신성한 의식처럼 느껴지곤 했다. 머리를 말리면서 쭉 펴내고, 꼬리빗으로 한 가닥 한 가닥을 전부 빗어낸다. 하나로 머리를 꽉 맨 후에 왁스와 실삔으로 고정을 해주면, 그 후에 머리를 도넛 모양으로 빙빙 돌려 다시 한번 묶어준다. 머리망과 리본은 이나에겐 장식일 뿐이다. 오늘도 아주 따스한 햇빛 아래에서, 이렇게 꼼꼼히 머리를 잘 묶었다고 생각했지만.


꿈이었다.

내게 이럴 수 없었다.

한 번도 지각을 한 적 없었는데, 이 대로 가다가는 조금 지각할 것이 분명했다. 허겁지겁 옷을 입으려고 하니 유니폼도 제대로 다려지지 않은 것이 보였다. 스타킹을 신다가 무릎을 커피 테이블에 박질 않나, 머리를 예쁘게 묶는 것은 고사하고 머리망도 잘 보이지 않았다. 겨우겨우 준비를 끝내고 현관문을 나서다가 택배 박스를 발견했다. 택배 박스에 PRADA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아, 그랬다. 얼마 전에 충동적으로 구매했던 그 80만 원짜리 머리핀.


80만 원이라는 숫자가 머릿속을 빙빙 도는 와중에 셔틀버스를 타러 달려갔다. 이럴 때면 면허를 따지 않은 스스로가 원망스럽곤 했다. 이 두바이에서 아직까지 뚜벅이로 다니는 사람은 자신뿐일 거다. 아무리 두바이에서의 승무원 생활이 타국의 승무원보다 복지나 임금 면에서 우수한 점이 있다지만, 차도 끌고 다니고 여유도 즐기면서 살아가기엔 이나는 가진 것이 너무나도 없었다. 이나에겐 우선, 집이 없다. 집을 갖고 싶던 이나가 부릴 수 있는 사치는 제일 쓰지도 않을 - 모셔놓을 것들을 사다 두고 하루 종일 지켜본 후에 잊어갈 때쯤에 후회하는 것이었다. 이 머리핀도 곧 후회를 데려오겠지. 이나의 삶은 항상 이나로 인한 후회의 연속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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