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책은 2020년의(전년도의) 베스트셀러, 네 번째 책은 같은 작가의 후속작으로 정했는데 공교롭게도 시리즈가 되는 바람에 1, 2 편을 연달아 읽었다. 바로 반도체 엔지니어로 근무했지만 판타지 소설 베스트셀러를 집필하게 된 이미예 작가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 1, 2 편이다.
달러구트 백화점은 읽는 내내 영화 캐롤에 등장하는 맨해튼의 백화점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영화 속에서는 다양한 크리스마스 장식들로 데코레이션 된 백화점 속의 두 사람을 비춘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센과 치히로. 맨해튼 백화점 사이 어딘가의 인상이었다. 눈꺼풀 저울이 움직이는 사운드와 다양한 꿈들이 진열된 진열장의 사물들이 부딪히는 소리만 채워 몇 시간 짜리 ASMR을 듣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만큼 간결한 문체와 다정한 설명으로 환상 속의 세계관을 잘 풀어서 맛 보여주는 책이었다. 어떤 꿈을 꿀지 미리 정하고 구매할 수 있는 백화점. 다른 이가 행복하게 다녀온 여행지부터 침울하던 삶의 단면까지 다양한 꿈의 풍경들을 보고 나면 감정의 조각들이 남는다. 값은 감정으로 치를 수 있다는 이 세계에서 순간들은 모두 귀한 기억이 되고, 또 누군가의 터닝 포인트가 된다.
읽는 내내 희한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 이유인즉슨 '너무 한국적인 서양 판타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초반부터 느껴지는 강한 '달러 구트'라던가 '페니'라던가 하는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은 이 책의 세계관 배경지를 서양 사회로 그리게 만든다. 또한 다양한 등장 요소들도 한국 사회를 떠올리게 하는 묘사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히, 한국인이 서술한 소설임을 알 수 있는 구절들이 등장한다. 한국 이름들이라던가,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자들만 할 법한 하는 기존의 판타지 소설에서 만난 적 없던 문법들이 대체로 그렇다.
그래서 더더욱 판타지가 아닐까 싶었다. 모든 문화권의 사람들이 편견 없이 어울리는 세계. 누구도 해치지 않고 악한 자 없이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동화 속의 판타지라서 현실의 삶을 견디며 독서하는 내내 그 괴리가 퍽 즐거웠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면서도, 이 책과 마냥 조우하기엔 내가 너무 문드러졌음을. 그런 나도 이 세계 속에선 보다 포근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