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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졔 Dec 09. 2023

연애와 글쓰기의 상관관계

 거울을 보며 혼잣말을 한다. 혹은 이어폰을 빼고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걸으며 혼잣말을 한다.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하고, 그에 예상되는 반응을생각한 뒤 또 대답을 한다.

 글을 쓴다. 그것이 어떤 주제이든, 어떤 글이든, 무엇이든 쓴다.


 위 두 가지 행동이 반복될 때, 나는 인지한다. ‘아, 나 지금 외롭구나.’


 생각해보면, 혼잣말로 했던 대화들을 실제 대화 상황에서 나눠본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내 머릿속에서 나올 수 있다 예상했던 말들과 상대방의 말들은항상 달랐으니까. 나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면 같을 수가 없었겠지. 나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듣는 이가 누구냐에 따라 조금씩은 달라졌다.  


 나에게 글쓰기는 혼잣말과 같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

 하지만 그 이야기는 항상 누군가가 들어줬으면 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이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늘 글을 쓴다. 어딘가에, 언젠가는닿았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그래서였을까. 연애를 하고 있을 때는 연애 외의 카테고리와 관련된 글은 거의 쓰지 않는다.

써놓고 보니 아이러니하다. 연애를 하고 있는 상대방과 연애에 관련된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어야 하는게 아닐까? 하지만 그래본 적은 없다. 연애를 하고 있을 당시 연애에 관해 글을 쓴다는 것은, 뭔가 생각이 필요한 주제임과 동시에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고, 그렇게 신중해야 하는 부분이라면 완전하게 정리가 된 이후에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으니까. 오히려 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나 영화, 책, 오늘 있었던 자잘한 에피소드들은 이야기하기 쉬우므로 상대방에게 말로써 전하고, 글로까지 옮겨지지 않았다.


 연애를 끝내고 나면 연애를 하는 동안 연애를 제외한 나의 일상은 어땠는지 잘 기억이 안나는 이유도 그것일 것이다.  


 아,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나는 연애를 하면 ‘무뎌지고자’ 무던히 노력한다. 나의 모든 생각들, 모든 감정들을 이해받기를 기대할 수는 없으니까. 기대했다 낭패를 본 적이 대부분이니까. 그래서 그런 기대 자체를 없애고자 나의 모드를 전환시킨다.

 그렇게 모드를 바꾼 나는 꽤나 시큰둥하고, 많은 것들을 빠르게 잊는다. 많은 것들을 빠르게 잊지 않고 내 마음과 머릿속에 간직하며 지내는 것에는 소모되는에너지가 크니까. 하지만 연애를 하는 도중에는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해야 하니까.

 일상의 8할 이상을 빠르게 잊으며 살아가는 삶은, 그만큼 기록할 것이 없는 삶이 되고, 딱 그만큼 글쓰기로부터 멀어진다.  




 결국 모든 것은 상처받기 싫은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작은 것들에도 공감하고, 의미 부여하기를 좋아하는 나. 그런 나는 사랑에 있어 약자가 되기 쉽다는 생각을 했다. 약자였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어쩌면 가장 말랑해야 할 ‘사랑’이라는 영역에서 나의 감성을, 그리고 감정을 배제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내가 행복한 것은 무엇인가.

 후에 조금 많이 아프더라도, 그래서 또 후회하더라도. 나는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순간이 좋다. 그와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순간 속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그리고 시공간이 멈춘 듯한 장면을 경험하는 것이 좋다.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말자.

글쓰기란,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 것. 나를 표현하는 것. 연애를 하는 나와 그냥 나. 결국에는 모두 ‘나’이니까. 잃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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