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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졔 Dec 30. 2023

인덱스



 인덱스 : 한 권의 책에 수록된 내용들 중 원하는 항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해 놓은 찾아보기, 색인 


 쉽다. 효율적이다. 생산적이다. 


 이 세 가지 말은 내게 동의어처럼 보인다. 그리고 가장 다가가기 어려운 단어이기도 하다. 



    

 인생에 있어 효율성이 반드시 필요할 때가 있다. 자격증 시험이나 어학 시험 등을 준비할 때가 그러하다. 이럴 때는 목표를 정확히 설정한 후, 그 목표를 달성할 방법을 단계적으로 정해 착실히 수행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험에 있어 ‘우직한 암기’가 아니라 바로 이 ‘효율성’이 당락을 결정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은 임용 재수 때였다. 고등학교 내신, 그리고 대학교 시험을 준비할 때와 임용고시는 범위 자체가 달랐다. 첫 시험에서 무작정 뛰어들었다 낭패를 본 나는, 전체 시험 범위를 구조화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마인드맵을 그리고 그 구조부터 외우기 시작하니 신기하게도 초수 때보다 절대적인 공부 양이 적은 것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높은 점수로 재수 때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효율성을 조금 버려둬도 될 때가 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그러하다.


 그냥 이유가 되는 일들 말이야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은 재밌는 소설을 읽는 일. 눈물도 안 나고, 딱히 교훈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지만 한바탕 웃고 마는 영상을 찾는 일.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그게 어디라도 찾아가는 일. 어딘가를 갈 때에는 좀 돌아가더라도 바깥 구경을 할 수 있는 버스를 타는 일. 갑자기 파도가 나를 부르는 듯한 착각에 강릉행 기차 티켓을 끊는 일 같은 거. 


 내게 독서는 재미를 위한 일이었다가, 얻어야 하는 정보를 찾는 일이었다가, ‘읽기’ 그 자체의 과정만을 위한 일이었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는 색색의 인덱스스티커를 구입해 기록을 하기 위해 표시를 하며 읽고 있다. 그러기 시작하면서 항상 나의 가방에 책과 함께 들어 있는 인덱스 스티커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다 조금은 씁쓸해진다. 요 근래 지나치게 효율성을 중시하면서 살고 있는 건가 싶어서. 그동안 나도 모르게 효율성이 미치지 않는 영역에 대한 마음이 작아진 건 아닐까 싶어서. 


 그런 노파심에 나는 다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ost를 찾아 듣는다.    



  

 역시, 효율성이 결여되어 있는 행위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때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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