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이유는요
내 또래 친구들이 흔히 사용하는 쇼핑 어플들이 있다.
보세 옷들을 한 데 모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에 힘을 쓴 어플도 있고, 다양한 신생 브랜드들의 옷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어플도 있다.
나는 내가 사용하는 옷이나 신발, 대부분의 사물들을 오프라인에서 구입하는 편이라 어플을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스타일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스타일이 궁금할 때, 더 자세히 말하자면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알고 싶을 때는 어플을 켠다.
그렇게 여러 물건들을 탐색하다 보면 항상 드는 생각. ‘뭐지, 왜 이렇게 비싸지?’
백화점에 입고되어 그만큼의 임대료 및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는 상품이나 브랜드도 아니고, 만들어진지 오래되거나 사회적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인정받고있는 브랜드도 아니며, 그렇다고 사용한 재료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데 이 가격이라니?
이런 생각이 들면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았더라도 그것이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나는 대학생 시절부터 사실 그랬다. 그 때야 ‘유행에 민감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었기에 인터넷으로 옷을 주문하고 입고 다녔던 적도 있지만, 사실 그렇게구매한 옷들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했느냐 하면, 단연코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는 더더욱 그렇게 되다 보니, 가끔 내가 너무 요즘 유행에 둔감한가, 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그게 무엇이든 그저 인스타에서 많이 보여서, 주변 사람들이 많이 입어서, 요즘 유행이라서, 등의 이유로 물건을 구매하지 않다 보니 내가 뒤처진 것 같기도 했다. 그렇다고 요즘 유행인 아이템이 무엇인지 아예 모르는 것은 또 아니라서, 같은 돈이 있다고 할 때 그런 유행 아이템을 구매하는 친구들을 보며 더더욱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내가 하는 선택이 더 옳다는 확신을 갖는다.
우선 오프라인 매장에서, 꽤나 공인된 브랜드에서 물품을 구입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장점이 크다.
첫째, 질리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어떤 물건을 선택할 때 저 ‘질리지 않고’, ‘오래’에 가장 큰 가치를 두는 편이다. 아무리 예쁜 재화를 내가 갖게 된다 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은 본능이기에. ‘내가 짧게는 1년, 5년, 10년 뒤에도, 혹은 내 아이가 사용할 시점이 되어도, 이 물건을 다시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을 해보면 답이 나온다. 그리고 오랜 시간 지속된 브랜드들은 대부분 본인들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가지고 있고, 그 디자인은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소위 말하는 ‘스테디셀러’에 집중하는 것이다.
둘째, a/s 처리가 확실하다.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든지 간에, 공급자는 본인의 공급한 것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오프라인 또는 공인된 브랜드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은 그 책임을 확실히 보증 받는다. 얼마 전 루이비통에서 가죽 불량으로 인한 물품들을 교환하도록 해준 사태가 이의 가장 정확한 증거이다. 값이 싼 물건을 여러 개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웃돈을 얹어서라도 가치가 높은 물건을 선택하는 이유. 그것은 그 가치 속에 후속 조치에 대한 책임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셋째, 감가상각이 되지 않는 재화일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물건은 사용할 때마다 그것의 가치가 훼손된다. 그 브랜드의 가치가 높아져서, 혹은 물가가 그만큼 상승해서 동일 제품의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를 때를 제외하고. 그리고 그 물건이 나에게 길이 잘 들어서 다른 어떤 물건과도 바꿀 수 없는 정서적인 가치가 추가되었을 때를 제외하고. 후자는 감정의 영역이라 생각하면,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전자가 가능한 것은 오래 그 명성을 지속해 온 브랜드일 때이다.
넷째, 나의 오감에 의존한 보다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입한다는 것은 한 번 왜곡이 되었을 수 있는, 혹은 연출이 된 사진 혹은 동영상을 시각만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프라인이라면 어떤가. 시각은 당연지사요, 그 물건을 내 손에 잡아봤을 때의 촉각, 들어봤을 때의 촉각, 맡아봤을 때의 후각, 맛봤을 때의 미각까지 모든 감각을 동원할 수있다. 물론 오감을 활용하기 까지 약간의 교통비나 시간을 투자해야 할 수 있겠지만 한 가지 감각만으로 물건을 선택했을 때 보다는 그 물건에 대한, 그리고 그물건을 선택한 나의 선택에 대한 더 큰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시간과 돈, 그리고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음을 느낀다.
그렇기에 사물이든 사람이든, 무언가를 선택할 때 더욱 정성을 들이게 된다.
선택한 그 순간 이후, 그것은 나의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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