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적으로 좋고 싫은 게 분명해요.
의무교육인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학교에 다니고 졸업을 한다. 그래서인지 선생님은 모두에게 가장 친근한 직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게 좋아 보이는지, 청소년의 희망 직업 중 선생님은 늘 상위권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 선생님이 되고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서 느끼게 되는 교사의 장단점을 각각 3가지씩만 꼽자면 아래와 같다.
장점 TOP3
1. 선생님은 개인사업자다.
사회에는 인권이라는 무적의 키워드가 있듯, 교직에는 교권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르치는 일에 있어서의 권리인 교육의 자율성과 학문의 자유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교육의 자율성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내 수업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래라저래라 간섭할 수 없다. 요새는 신규교사를 뽑을 때도 수업 나눔을 평가하는데, 이것은 지시나 평가가 아닌 자기 성찰과 반성이 핵심이다. 공무원 사회는 대표적인 관료주의로 계급이 존재한다. 하지만 교사는 일반 공무원이 아닌 교육 공무원으로서 교장, 교감 이외에는 모두 같은 직위다. 한 학교에서 일하지만 각자는 개인사업자와 같아서 느슨한 형태로 연결될 뿐이다.
2. 배우는 게 일이다.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자기 계발은 하나의 사회적 흐름처럼 되어버렸다. 우리는 돈과 시간을 들여 내가 원하는 것을 배울 때 성취감을 느낀다. 회사에서는 하나의 부속품이 된 것처럼 소모되는 느낌이지만, 퇴근 후 자기 계발은 나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의미에서 교사는 배우는 게 일이다. 이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젊은 층이 자기 계발을 좋아한다고 가정했을 때 큰 장점이 된다.
선생님을 위한 사설, 공설 연수원이 수십 개나 된다. 거기에 마련된 직무연수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다. 방학이 되면 숙식을 제공하는 온갖 집체연수가 넘쳐난다! 자격연수(1정, 부전공 등)도 교육청 예산을 들여 시켜준다. 진학을 위해 청원휴직을 할 수도 있고, 파견에 선발되면 서울대나 교원대에서 공적으로 휴직하며 학위를 취득할 수도 있다. 해외 유학휴직은 허가만 받으면 월급의 50%를 받으면서도 석박사 과정에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교사 개인의 직무연수 실적을 성과급(!) 가산점에 포함시킨다.
3. 방학이 있다.
방학은 별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큰 장점이다. 하지만 방학에 대한 오해가 있는데, 놀고먹는 시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방학은 학기 중 엄청나게 바쁜 학사일정으로 인해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수업연구를 본격적으로 실행하는 시기다. 정말 많은 선생님이 자기 연찬을 위해 방학에 시간과 돈을 들인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그리고 선생님은 정말 부득이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학기 중에 연가를 사용할 수가 없다. 사실상 휴가를 모두 방학 기간에 강제로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공무원 중 유일하게 연가 보상비도 받을 수 없다. 거의 모든 연가일수가 그냥 사라지는 셈이다. 게다가 방학 기간은 극성수기라 사실상 여행을 가기엔 좋은 시기도 아니다.
교직에는 "선생님이 미쳐 날뛰기 직전에 방학을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학기 중 업무강도는 상당하다. 때문에 일 년에 두 달가량 되는 방학 기간은 안식월과 같은 것이다. 교수들에게도 오래전부터 안식년이나 연구년 같은 것들이 있었다. 교수직에게는 정기적인 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사는 업무 특성상 학생과 교과가 매년 바뀌고, 학교를 옮기기라도 하면 모든 일을 처음부터 해야 한다. 항상 새로운 걸 배우고, 가르치고,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하는 운명이다.
단점 TOP3
1. 사람과 부딪히는 일이 많다.
"일이 힘든 건 괜찮아도 사람이 힘든 건 안 괜찮다."는 말이 있다. 선생님은 수백 명의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와 이해관계로 얽혀있다. 학생이나 동료 교사와 사소한 일로 부딪히는 날에는 하루 종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심지어 퇴근 후나 주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종종 교사를 성직(?)으로 여기는 학부모들도 있기 때문에, 늦은 저녁이나 주말에도 온갖 문자나 전화에 시달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적응하기 힘들고 견디기 어려운 단점이 바로 사람과 부딪히는 일이다. 교직 초반에는 하루에 하나 이상 씩 기분 나쁜 일이 생길 정도로 잔뜩 예민해지기도 했고, 이것은 잘 면역이 되지 않았다. 선생님을 위한 심리상담, 힐링센터가 인기몰이(?)를 하는 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2. 말을 많이 하고 오래 서 있어야 한다.
간혹 연수나 모임에서 나이가 많으신 선생님을 만나면 말을 정말 청산유수로 하신다. 그런 분들을 보고 있으면 선생님은 가르치는 게 일이 아니라, 말하는 게 일인 것 같다. 교사는 하루의 아주 긴 시간을 서 있고, 말을 한다. 나처럼 기본적으로 성대가 약한 사람은 금세 목이 쉬고 심하면 후두염을 앓는다. 교사 전용 쇼핑몰의 베스트 제품이 휴대용 마이크 스피커 세트일 정도로 모든 선생님의 공통 문제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 선생님이 "너희는 앉아 있는데 뭐가 힘드냐. 나처럼 하루 종일 서 있어봐라."라고 했던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교사의 주요 산재보험 항목에 하지정맥이 있을 정도다. 하루 종일 수업을 한 날에는 정말 말할 기운도 없다.
3. 저경력일 때 월급이 적다.
교사로서 첫 월급을 받게 되면 통장에 190만 원 후반대가 찍힌다. 물론 첫 달에는 각종 수당이 빠져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무나 작고 소중한 월급이다. 또래의 친구들이 벌어들이는 돈에 비교하면 초라할 지경이다. 이러려고 그 힘든 임용시험을 통과했나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이 조금 지나면 해결될 문제이긴 하다. 매년 호봉이 올라가고 특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어느 시점을 넘어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높은 수준으로 올라간다. OECD 회원국 평균에 비교했을 때 한국 교사의 월급은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작고 소중한 월급으로 최소 10년 이상은 버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