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중심, 뉴욕

by Solar 수지


뉴욕에서는 숨 쉬는 것도 과금된다.


미국은 자본주의의 끝판왕이다.

그 중에서도 뉴욕이니 오죽할까.


공연을 보려면 먼저 입장료의 사회적 계급표부터 훑어야 한다. 맨 앞줄은 1인당 500달러, 중간쯤은 200달러, 계단 끝 구석은 “눈은 안 마주칠 테니 귀라도 열어달라”는 식이다. 같은 작품을 봐도 티켓 가격에 따라 감상의 품격이 다르다.


처음 미국에 와서 처음 배달앱을 켰을 때 ‘생각보다 저렴한데? 배달비가 없네?’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얼마안되는 미끼상품들에 불과했다.

‘서비스 수수료’, ‘배달비’, ‘팁 예상 금액’이 붙으니 거의 음식값만큼 나온다.. 아니 피자 한 판 시키면 피자보다 각종 수수료가 더 비싸다. 나는 1-2인분용 배달을 한 건 했을 뿐인데, 마치 무슨 VIP 이벤트라도 받은 듯 결제창에 ‘총액: $45-60‘(₩66,000-88,000원) 이라는 숫자가 뜬다.

팁을 0원으로 체크하면 이런 문구가 뜬다.

“음식이 많이 늦게 올 수 있습니다.”


파이브가이즈에서 햄버거를 둘이 먹으려 했을 뿐인데, 계산대에서 40달러(약 6만원)가 넘게 나오는 순간, 무언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다. 패티 두 장에 감자튀김 몇 조각인데, 왜 이건 고급 레스토랑 디저트 플레이트 가격인가? 햄버거조차 서민 음식이 아니게 된 미국이다.


문화생활은 아예 럭셔리 취급이다. 전시 하나 보려 해도 입장료 37달러, 카페에서 커피 하나 마시면 7달러. 거기에 팁 20%면 1.4불, 총 8.4불(1만 2천원) 커피에 우유 대신 오트를 넣으면 ‘건강한 선택’이 아니라 ‘더 비싼 선택’이 된다. 누군가랑 전시 보고 브런치까지 하면, ‘취향 있는 하루’를 위해 1인당 100달러쯤은 기분 좋게 증발한다. 그러니까 이 도시에선 미적 감각도 자본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집값은 말해 뭐하나. 내가 포틀랜드에서 살던 원베드룸 전세가 250만 원쯤이었다. 뉴욕에선? 그 가격으론 브루클린 외곽에서 공동 화장실 쓰는 방 한 칸 얻을 수 있을까 말까다. 중개비도, 관리비도, 이사비도 다 따로다. 심지어 엘리베이터 없는 워크업 빌딩 4층인데 ‘햇빛 잘 든다’는 이유로 렌트가 더 비싸다. 해도 이젠 고급이다.


그리고 팁. 식당, 카페, 네일샵, 심지어 셀프 계산 키오스크 앞에도 팁을 요구한다. 버튼이 세 개다: 18%, 20%, 25%. ‘팁 없음’은 아주 작고 회색이다. 마치 “그래, 너 정말 이런 사람이구나”라고 말하는 듯. 부끄러워서 20%를 누른다. 그러면 그 순간 나는 자본주의에 순응한 또 하나의 얼굴이 된다.


팁을 안주거나 적게주면 미개한 아시아인처럼 보일 것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포틀랜드는 오리건주라 세금이 없었는데,

뉴욕에 오니 눈 뜨고 코 베이는 기분이 든다.


이곳은 자유의 대가를 정확하게 청구하는 도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안에선 누군가 자는 척하고, 누군가는 진짜 자고, 누군가는 진심으로 눈을 감는다. 먼 퇴근 길, 막히는 도로, 이 힘든 일상에서 눈이라도 감아야 버틸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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