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즉흥 속에서 발견한 자유

by Solar 수지

뉴욕에서 마지막 밤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 하나의 버킷은 재즈 공연을 보는 거였는데,

어디로 가지? 고민하다가 예약을 그만 놓쳐버렸다.


가고 싶던 재즈바는 이미 예약이 가득 찼고,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던 중

걷다가 새로운 재즈바에 도착!


웨이팅 라인은 꽤 길었지만 그래도 워크인이 가능하다니!

1월의 어느 밤, 손을 호호 불며 입장을 기다렸지만 기다리는 순간마저 설레었다.


운 좋게 발견한 재즈바에서 나는 나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바 안은 시끄러웠다.

큰 음악 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 술잔 부딪히는 소리.

사람이 많은 탓에 다른 일행과 합석을 해서 앉아야 했다.

그래도 좋았다.


서로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귓속말을 소리치듯 해야 했지만 그게 또 매력이겠지.


조용한 재즈바는 아니었고 높은 텐션의 바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 나는 묘한 고요함을 느꼈다. 다들 현실의 걱정 따위는 잊은 듯, 그 순간을 온몸으로 즐기고 있었다. 음악도 마찬가지였다. 즉흥적으로 흘러가는 듯했지만, 그 안엔 분명히 어떤 질서가 있었다. 혼돈 속의 질서. 소음 속의 평화.


가수가 입장하기 전 신나는 팝송이 흘러나왔고 모두들 동요라도 되는 듯 따라 불렀다. 아주 약간의 소외감을 느꼈지만 괜찮았다. 이들의 문화를 내가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니.


드디어 무대 위 여가수가 등장했고 음색이 너무 아름답고 소울 풀했다. 옆에는 파워풀한 색소폰 남자 연주자가 함께 했다.

두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흐름을 읽으며 연주하고 노래했다. 그 장면이 너무 자유로워 보였다. 그런데 또 어딘가 정돈되어 있었다. 형식은 없는데 완성도가 있었다. 그게 바로 재즈였고, 그게 바로 자유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그 안에 완전히 동화되었고 빨려 들어갔다. 무엇보다 여가수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자신의 일을 정말 사랑하는 것 같았다. '나는 내 일을 저렇게 사랑하는가?' '저렇게 즐기며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온통 덮었다. 이 생각은 '내 평생을 두고 사랑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뭘까?'로 이어졌다.


그날 밤 숙소에 와서도 그 여가수의 몰입하던 모습이 머릿속에 떠나질 않았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일이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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