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뉴욕은 정말 한국보다도 춥다. 바람이 내 뺨을 스치면 정말 살이 베이는 듯한 추위.
-5 ~ -10도 되는 정도 날씨지만 한국에서 영하 12도보다 춥게 느껴지는 느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차가운 공기마저 설레는 날이 있다.
브루클린에서 보낸 하루가 딱 그랬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덤보(DUMBO)를 드디어 눈앞에 두고, 그 익숙한 풍경이 실제로 펼쳐졌을 때,
이상하게도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곳이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브루클린 브릿지와 맨해튼 브릿지 사이, 단단한 벽돌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은 어쩐지 나에게 말을 거는 듯했다.
"반가워. 여기까지 왔구나."
덤보를 보고 우리는 브루클린 브릿지로 향헀다.
브루클린 브릿지 위를 걸을 땐 진짜 많이 추웠다.
이게 맞나 싶지만, '또 언제 오겠어'하고 걸어진다ㅋㅋㅋㅋ
손끝이 얼어붙고, 볼과 코는 빨개졌지만, 그 다리를 걷는 기분은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아니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길.
강을 하나 두고, 거대한 도시와 도시가 손을 맞잡고 있는 느낌.
그 위를 내가 걷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뭉클했다.
사진으로만 봤던 다리 위에서 서서 나는 직감했다.
이곳을 오기까지 힘들었지만, 또 오게 될 것 같다고.
자라 뽀글이 재킷을 벗고 찍는 걸 시도하다가 바로 포기했다ㅋㅋ
맨해튼의 모습에 넋을 놓고 잠시 머물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그러다 배가 고파져서 예약해 둔 식당으로 향했다.
브루클린에 딱 하나의 식당을 추천한다면 여기를 가라고 추천받은 곳,
피터 루거 스테이크.
2인 스테이크에 시저 샐러드, 음료 한 병. 이렇게 약 225불. 30만원..ㅎ
솔직히 말하면, 30만 원이 넘는 고기를 먹는 데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다.
한국이었다면 파인다이닝에서 코스요리를 먹을 수 있는 가격이니까.
하지만, 미국식 스테이크하우스는 또 다르다.
투박하지만 정이 있는 미국 스타일 식당, 무심한 듯 던지는 서비스,
그리고 정말 맛있는 고기.
서비스는 조금 아쉬웠지만, 그 고기 맛 하나로 모든 걸 덮을 수 있었다.
다시 가고 싶냐고? 음... 당장 내일 가라면 망설여질 거다.
그치만 5년에 한 번쯤은, 브루클린의 그 공기가 그리워질 때.
투박하고 두껍지만 부드러운 그 스테이크가 그리워질 때.
그럴 땐 또 가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경험이 오늘의 나를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줬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건 '감각이 살아나는 순간'이다.
그래서 소품샵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브루클린은 소품샵이 예쁘기로 유명하다.
세련된 인테리어, 편안하면서도 들뜨게 하는 음악,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향,
무심하게 진열된 개성 있는 오브제들.
브루클린의 감성 있는 숍들을 돌아다니다 보니, 마치 나도 조금 더 감각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렇지만 한국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그저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데보시온(Devoción).
카페라기보다는 하나의 광장 같았다.
'ㄷ'자 형태의 의자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각자 랩탑을 가져와서 혼자만을 보내는 사람들.
그들을 보며 너무 부러웠다. 특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나도 맥북 들고 와서 여기서 영상 편집하고 싶다. 여기 한 달만 살아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던 곳.
커피 맛도 좋았지만 그냥 그 공간이 나를 매료시켰다.
브루클린에서 보낸 하루는 그렇게, 나의 감각과 취향을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들어줬다.
하루라 너무 아쉬웠던 공간.
다음에 머무른다면 최소 3일은 있고 싶은 브루클린.
내가 사랑하는 공간이 또 하나 늘었다.
나를 이루는 공간이 또 하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