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어떻게 움직일까
타임스퀘어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나는 거대한 힘을 느꼈다.
사회문화시간에 나는 ‘사회실재론’과 ‘사회 명목론’을 가르친다.
사회 실재론은 ‘사회는 개인의 외부에 실제로 존재하는 독립적 실체이다 ‘라는 주장을 하는 이론이고, 사회명목론은 ’ 사회는 개인의 합에 이름을 붙인 것에 불과하고 실재하는 것은 개인뿐‘이라고 전제하는 이론이다. 평소 내 입장이 이렇다 할 것은 없었는데 이번엔 분명히 느꼈다.
이곳엔 개인들 합 그 이상이 존재했다. 그 순간 나는 개인의 외부에 있는 힘을 느꼈다.
나를 휘감고 있는 네온사인, 어디서부터 들려오는지 알 수 없는 웅성거림, 쉴 새 없이 오가는 사람들. 밤 10시인데 뉴욕은 아직 한창이었다.
이 거대한 에너지는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뉴욕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걸까, 아니면 이런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 뉴욕을 만들어가는 걸까?
생각해 보면 뉴욕은 일종의 에너지 허브다. 움직이고 싶은 사람, 더 큰 에너지를 갈망하는 사람들은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이 도시에 모여든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흘러가거나 소진되지 않는다. 오히려 점점 더 증폭된다.
이 순간을 만끽하고 싶었다. 이 에너지 흐름의 한가운데 내가 있다니. 그래서 눈을 감고 느꼈다. 나는 세상에서 에너지가 가장 많은 곳 한가운데에 서있어. 이 에너지를 흡수해 보자. 아니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보자. 나를 통해 에너지가 흐르게 할 수 있을까. 나는 그 정도로 큰 에너지를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흥미로운 건, 에너지를 쓸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끌어당긴다는 점이다. 에너지가 에너지를 부른다.
그리고 에너지를 잘 쓰는 사람에게 자연스레 흘러들게 되어있다.
에너지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흐르는 건 아니다.
다만,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있다.
뉴욕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던져주지만, 에너지를 잃은 사람에게는 놀랄 만큼 냉정하다.
당신이 가치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혹은 당신이 에너지를 잘 쓰지 않는다면 에너지도 당신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뉴욕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지, 에너지가 뉴욕을 만드는지에 대한 답은 하나다. 양쪽 다 맞다. 뉴욕은 이미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지만, 그 에너지는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에너지를 쓰는 것에서 비롯된다. 도시와 인간의 에너지는 서로를 끊임없이 밀고 당기며 순환하고, 그 에너지를 잘 쓰는 쪽에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열린다.
타임스퀘어를 빠져나오며 나는 한 번 더 뒤를 돌아봤다. 불빛은 여전히 눈부셨고, 사람들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뉴욕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그 흐름에 올라타는 건 각자의 몫이다. 이곳에선 두 가지 선택만 있다. 에너지를 쏟아내며 흐름을 만드는 쪽이 되거나, 에너지가 당신이 필요하지 않아 떠나거나.
뉴욕은 멈추지 않는다. 문제는 당신이 준비가 되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