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숨 쉴 구멍, 센트럴파크

by Solar 수지

뉴욕이라는 도시는 시끄럽다.

택시 클락션, 사람들의 대화, 서두르는 발걸음, 그리고 빽빽이 들어선 네모난 건물들.

그런데 센트럴파크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도시 전체가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처럼 조용해진다.
바람 소리, 새소리, 낙엽이 밟혀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 같은 것만 남아있다.

도시의 심장인데, 여기선 오히려 고요하게 심장이 쉬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겨울의 센트럴파크를 만났다.

회색 도시 위에 하얗게 내려앉은 평화 같은 느낌이랄까.

봄이나 여름처럼 활기차진 않겠지만, 오히려 고요해서 더 깊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닝 하는 사람은 정말 많았다. 이 한 겨울에도? 이 추위에도?

패딩으로 몸을 꽁꽁 싸매고, 털장갑까지 끼고 걸어도 춥던 날씨였는데..

이 사람들, 정말 독하다 독해.
그리고 여기서 뛰는 사람들 중에는 비만인 사람이… 거의 없다.

다들 탄탄한 몸에, 부지런함이 삶의 일부처럼 박혀 있더라고.

겨울에도 센트럴파크에 러닝을 하러 나올 사람들이라면.. 암 그렇겠지


그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저 사람들은 4계절을 꾸준히 달렸을 것 같다고.

‘역시, 꾸준함이 결국은 몸을 만들고, 삶 또한 그렇게 만들어지는 거겠지.’


센트럴 파크의 호숫가는 특히 좋았다.
햇빛이 조금만 있어도 윤슬이 반짝였고,
분수는 물줄기 하나로도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었다.
괜히 자연이 위대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

인공물로 둘러싸인 도시 속에서, 살아있는 것들은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우리를 위로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진짜 가치 있게 여기는 것들은 결국 ‘살아있는 것’들이 아닐까.


흐르는 물, 맺혀있는 물방울, 흔들리는 나뭇잎, 닿는 바람, 그리고 사랑.


예술가들이 자연을 보고 영감을 얻는 이유,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나는 봄의 센트럴 파크도 궁금하고,
가을의 센트럴 파크도 너무 보고 싶다.

아마 또 다른 얼굴이겠지


내가 뉴욕에 다녀와서 뉴욕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이야기했다.

" 나는 영하 10도의 한 겨울에 뉴욕을 다녀왔는데, 다음엔 봄이나 가을에 가보고 싶어."

그랬더니 친구가

" 봄가을에도 정말 예뻐. 걷기도 정말 좋고. 근데, 그 한 겨울의 뉴욕이 그리워질 때가 있어."라고 답했다.


맞아. 덕분에 크리스마스 느낌도 느꼈고, 차가운 거리를 걷다 카페에 들어가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기도 했지. 잊고 있었네.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은 다 아름다운 순간인 거 같다.


센트럴 파크는,

뉴욕의 고요한 심장, 숨 쉬는 허파, 그리고 우리가 살아있음을 잊지 않게 해주는 곳.


내가 뉴욕에서 가장 고요했던 순간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