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인도네시아 고시(考試)

혹시, 고시공부를 해 본 경험이 있는지? 

공부량으로 치면 사법고시,  변호사, 의사자격시험, 행정고시, 변리사, 회계사 순이다. 


사법시험의 경우, 약 7천 페이지 나 되는 민법, 형법 등 수험서 등을 5 회독 이상해야 시험을 칠 정도가 된다. 2차에는 상법, 행정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이 추가되고, 더불어 약 4천 페이지에 달하는 판례집까지 숙독해야 하는 엄청난 양이다. 2차까지 합격하고도 사법연수원에서 2년 간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공부량으로는 최고봉을 자랑한다. 


인도네시아 관광청을 맡을 당시 내 기분이 과장 좀 보태서 이와 비슷했다. 

인도네시아에 대한 상식 몇 가지만 읊어도 무슨 의미인지 짐작할 것이다. 



'포텐 터짐'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섬을 보유한 나라로 대부분의 영토가 세계에서 가장 산호초가 많은 ‘산호 삼각지대’에 들어있어 해양영토와 자원이 무궁무진하다. 가장 큰 섬 7개(수/자/누/깔/술/말/파)의 이름은 외우지만 못 외우는 이름(듣도 보도 못한 섬 이름이 태반)이 더 많다. 정확한 집계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니 말해 무엇하랴. 인도네시아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으면서 지역전문가라고 소개를 받으면 자괴감마저 든다. 


인구는 2억 6천만 명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 

미국, 중국, 인도에 인구가 많은 건 어린아이라도 상식 수준에서 알고 있을 법 한데, 인도네시아는 너무나 의외였다(또 자괴감). 



인도네시아는 너무나 젊은 나라다. 

생산가능 인구와 유소년 인구가 각각 전체의 67.2%, 27.5%로 생산과 소비시장을 두루 갖춘 나라다. 

반면 한국은 급격하게 늙어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중위연령이 28.3세 임에 반해, 한국은 41.3세다. 한국은 불과 10년 사이 다섯 살이나 늙어버렸다. 



주변의 베트남, 태국과는 달리, 한국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인식은 ‘경제’ 키워드가 대부분이다. 

신남방정책, 바다에 떠 있는 중국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인도네시아=중국을 대체할 시장’ 정도로 각인되어 버린 듯하다. 


실제 경제면에서 인도네시아의 성과는 눈부시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는 연평균 6%를 달성, 그 후로는 조금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5%대 성장률을 유지하는 중이다. 아세안 GDP의 40%를 창출해, 아세안 경제공동체 회원 국 중 가장 큰 경제규모 자랑한다. 2050년 중국 미국 인도에 이어 세계 4위의 GDP를 달성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달성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아시아 태평양의 중심국, 세계 중위 국가로서 국제무대에서 정치, 외교면에서도 입김이 나날이 커지는 중이다. 


높아진 경제적 위상과 함께 2014년 첫 민간인 출신 대통령 당선으로 인도네시아는 인도와 함께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로 등극했다. 올해 재선으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더욱 새로운 물갈이가 이뤄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평균 연령이 30대인 '밀레니얼 세대'로 무장한 혁신적인 내각으로 전문성을 갖춘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인도네시아의 역동적인 미래를 앞당기고 있다. 교육부 장관에 35세인 고젝(Gojek)의 공동창업자를 등용했고, 필자가 몸담은 관광부의 경우, ‘창의경제관광부’로 개명하면서 미디어 관련 사업을 이끌어온 43세 사업가를 장관으로 등용했다. 차관 역시 방송과 미디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32세의 여성을 앉히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인도네시아 심화과정


정치, 경제 부문이 1차 고시과목이라면, 문화, 사회, 언어, 인종 등 제2차 ‘심화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가장 큰 저력이자 매력은 단연 ‘다양성’의 공존이다. 

300여 개 민족이 700개가 넘는 언어를 사용하는 다인종, 다문화 국가로, 인구의 85%에 해당하는 2억 1천 명의 무슬림이 거주하는 이슬람 문화권이지만 헌법으로 6개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 위의 법인 ‘빤짜실라*’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 다양성과 평등을 저해하는 정치, 종교행위를 엄격하게 배제한다. 

(*인도네시아어로 실라(Sila)라는 기초 혹은 근본, 빤짜(Panca)는 다섯이라는 뜻이다. 다섯 가지 원리는 “절대자에 대한 신앙”과 “민족주의” “인도주의” “대중 합의체 민주주의” 그리고 “사회정의”다.)


인도네시아의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 중 하나인 관광도 절대 과락해서는 안 되는 필수과목이다.  

관광부문이야 말로 인도네시아의 광활한 국토면적과, 이미 관광의 허브가 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남태평양과 접경인 아시아-태평양의 ‘메가 허브'로서의 지리적 위치, 생물학적 다양성을 고스란히 품은 자연환경의 매력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관광산업은 모든 산업의 뼈대’라 지칭하며, 새로운 관광지 개발과 함께 도로, 항만, 공항이 신설되고, 그 주위에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며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생기는 등의 ‘황금알을 낳는’ 관광산업의 경제효과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발리’의 후광이 너무 강한 터라 우리나라에는 다른 섬 들이 아직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세계 최대의 도서국’인 만큼, 서핑, 다이빙, 크루즈 등 바다를 기반으로 하는 모든 관광산업들이 발달했고, 한국에서 항로만 조금 더 열리게 되면 앞으로 ‘발리만큼’ 유명세를 떨칠 여행지들은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정부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창의경제관광부(구 관광부)는 발리만큼 성장시킬 ‘핵심 5개 지역’을 공표하며 인프라 개발 및 홍보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5개의 지역은 


■ 롬복 섬 남부에 위치한 만달리카

■ 중앙 자바에 위치한 보로부두르

■ 서울만큼 큰 호수가 자리한 수마트라의 또바 호수

■ 지구 상 마지막 공룡 코모도가 서식하는 라부안 바조

■ 북부 술라웨시의 리꾸빵 

이다. 


발리 역시 놀라운 회복과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2017년 아궁 화산 분화를 계기로 다소 주춤했지만, 작년 대비 올해 발리를 찾은 방문자 중 한국시장 성장률은 47%에 달한다 (전년대비 1-9월 기준). 발리는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 1위(트립어드바이저)를 놓치지 않는 소위  ‘명불허전’ 최고의 여행지임에 틀림없다. 



"서로를 위해 만들어진 나라"


문재인 정부 역시 인도네시아를 “신남방정책 핵심 파트너”로 지목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한-아세안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에게 “존경하는 형님”, 문 대통령은 "소중한 친구 조코위 대통령”이라 칭하며 정상 간의 깊은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한 외신 보도(Nikkei Asian Review)는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기업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함께 “인도네시아와 한국은 마치 서로를 위해 만들어진 나라 같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젊고 역동적이며 새로운 시장이자,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할 가장 든든한 동반자 국가임에 틀림없다. 

물론 시장 자체는 재론의 여지없이 매력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앞으로 한국이 대 인도네시아 진출을 준비하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네 가지 시장은 뷰티, 콘텐츠, 할랄 그리고 관광산업이라고 본다.


(下편에서 계속)


▲ 글/슬라이드= 박재아 인도네시아 창의경제관광부 한국 지사장 (VITO Korea of MoTCE Indonesia)

▲ 사진= 인도네시아 창의경제관광부


작가의 이전글 모리셔스, 모르셨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