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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좋아해서 섬 일하는 박재아입니다.

마이스 웹진 인터뷰 (2021년 12월)


1. 먼저 본인 소개를 해주세요.

“섬 좋아해서 섬 일하는” 박재아입니다. 

현재 인도네시아 창조경제 관광부(MoTCE-RI) 한국 지사장, 태평양 관광기구(SPTO) 한국 지사장, 주한 사모아 정부 관광청 한국-일본 대표, 모리셔스 관광청(MTPA)의 한국 파트너로 세계 섬들의 아름다움과 잠재력을 한국에 알리는 일을 합니다. 

또한  대한민국 외교부의 공적원조(ODA)의 일환으로, 한국과 태평양 도서국(태평양관광기구 소속), 메콩 5개국(메콩연구소 소속), 환인도양 국가들과의 인적, 물적 교류 진흥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 운영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언론인이 되고 싶어 사회학과 언론홍보학, 국제지역학을 공부했는데 꿈은 이루지 못하고, 대신 디지틀조선,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의 미디어에 칼럼을 기고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자녀는 중학교 3학년이 되는 딸과, 중학교 1학년이 되는 사랑스럽고 건강한 아이 둘이 있습니다. 


2. 섬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섬과의 운명적인 만남은 남태평양의 피지 섬에서 시작됩니다.

대학교 4학년 2학기 때 공채로 우연히 들어간 회사의 대표님이 '피지 명예 총영사'를 겸하고 계셨어요.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피지라는 곳은 (원시인에 가까운 모습으로) 부족 생활을 하며 

100년 전까지만 해도 식인종이 있었지만, 자연환경은 천국에 가까운 아름다운 작은 섬나라였습니다. 

영사관에서 관광청 업무도 겸했는데, 출장으로 처음 피지에 갔던 때를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자연환경은 말할 것이 없었고, 너무나 선하고 아름다운 피지 사람들과 너무나 정이 들었습니다. 

2007년에는 (만나이)24살의 나이로 피지 관광청 한국 대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연소 관광청 대표라 인터뷰도 많이 했습니다. 그 후 13년 동안 피지 섬 한 우물만 팠어요. 

피지를 몰디브와 필적할만한 고급 휴양지로 인식시키겠다는 일념으로 경쟁 구도에 있는 모든 섬들을 비교 분석해 차별점을 찾고, 고급화 전략으로 홍보해, 김태희, 권상우, 송일국, EXO 등 당시 가장 유명한 연예인들을 관광청 예산은 거의 한 푼도 쓰지 않고 피지로 모실 수 있었습니다. 스타벅스, 캐논, 현대 그룹 등 국내외 최고 브랜드들과의 콜라보 마케팅도 최저 예산으로 멋지게 진행했습니다. 5년 후에는 피지 정부의 공무원 자격이 주어지는 지사장으로 발령을 받았고, 연봉은 10배나 올랐습니다. 돌이켜보니 정말 피지를 여행하듯 꿈같은 시간이었네요. 

3. 이렇게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하는 게 어떻게 가능한가요?

아버지를 닮아 성실하고 인내심과 끈기가 있는 편이라 공부건 일이 건 뭔가에 꽂히면 최선의 방법을 찾아서, 될 때까지 쉬지 않고 집요하게 하는 편입니다. 아무리 어렵고 높은 목표라도 방향을 제대로 잡고, 쉬지 않고, 끝까지 하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제 방 안에 1평짜리 고시원을 책상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업무를 봅니다. 일도 고시 공부하듯 하는 거죠. 친정엄마의 도움을 좀 받긴 했지만, 육아도 제가 직접 했습니다. 아이 둘을 보면서 대학원도 다닐 만큼 억척스러웠죠. 그렇게 훈련이 되어서 인지 멀티태스킹에 정말 능한 편입니다. 



4. 인도네시아 관광청 한국지사는 어떤 일을 하는가요?

각 나라마다 자국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현지에 지사를 운영해요. 지사의 홍보 활동을 통해 현지 사람들이 자국으로 찾아오게 홍보를 합니다. 제가 하는 일이 그거예요. 인도네시아 관광청의 한국 지사장으로서 다양한 지역과 여행 명소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하기 위해 직접 기획, 제안, 운영하는 일을 합니다. 예를 들어, tvN <윤식당>의 인도네시아 편이 방영되었을 당시, 촬영지인 롬복섬이 인기를 얻으면서 다양한 언론 매체를 통해 롬복의 여행 상품과 매력을 소개하는 기사를 배포하고 더 다양한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전세기를 띄웠습니다. 더 폭넓은 홍보를 위해 인플루언서, 기자단, 여행사의 팸투어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일반 여행자 외에도 다이빙, 골프, 어학연수, 한류문화, 무역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방문자들을 위해 지원하는 역할도 하죠. 모두 결과적으로는 인도네시아의 방문객을 늘리는 게 주된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곳입니다.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자 아세안에서는 GDP 규모 1위를 차지하며, 젊은 중산층이 인구의 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아세안 중에서는 유일하게 G7에 포함되며,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순조롭게 발달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 너무 알려진 것이 없는 나라입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 인도네시아의 잠재력을 발견하고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고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몇 달 동안 인도네시아에 '꽂혀' 있었습니다. 이 멋진 나라를 제대로 한 번 알려보고 싶어서, 자원하여 한국 지사장 자리를 따냈습니다. 코로나19로 아직도 '멈춤' 상태지만, 다시 발동을 걸 수 있을 때 빠르게 전진하기 위해 콘텐츠와 아이디어를 많이 준비해 두었습니다. 

5. 태평양관광기구(Pacific Tourism Organization, SPTO)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태평양은 약 2만 5천 개의 섬을 품은 지구 면적의 1/3를 차지하는 가장 큰 바다로, 풍부한 해산물과 해저 자원, 에너지를 보유한 아직 개척되지 않은 미래 식량과 자원의 보고(寶庫)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공기와 물, 유리알 같은 백사장과 에메랄드 바다 등 축복받은 자연환경 덕분에 관광은 제1의 산업으로 모든 산업을 연결하는 태평양 경제에 ‘뼈대’에 해당합니다. 


태평양 관광 기구는 태평양 도서국 및 자치령의 관광부(관광청)를 대표하는 “태평양 지역의  유일한 문화, 관광 진흥 기관”으로 무역 이외의 거의 모든 의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준 국제기구입니다. 


기구의 회원은 17개의 태평양 도서국, 200여 개의 관광 관련 민간단체와 프랑스, 영국, 미국의 해외 영토 (Territories)입니다. 지속 가능한 교류를 바탕으로 태평양 도서국의 상생 발전을 목표로 태평양의 아름다움과 외교, 문화, 경제적 가치와 가능성을 홍보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기관입니다. 


한국지사는 2017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설립이 되었다기보다, 태평양의 잠재력을 두고만 볼 수 없어서 예산도 필요 없고, 급여도 당연히 받지 않을 테니, 일할 수 있는 자격만 달라고 설득을 해서 만든 자리입니다. 

예산, 인력은 없지만, 지난 20년 간 각 정부들과 소통하며 필드에서 활발하게 교류하며 네트워크를 쌓아왔습니다. 무엇보다 태평양 도서국을 저만큼 깊이 좋아하고 이해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노력과 시간이 2019년 대한민국 외교부가 태평양 도서국들과 인적, 경제교류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되었습니다. 


6. 태평양의 섬과 전남의 섬의 연계성이 있다면?

태평양은 세계에서, 전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섬이 많은 지역입니다. 

가장 많은 섬을 품고 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외로움 속에서 꽃피운 개성

“바다로 완전히 둘러싸인 땅으로 대륙보다 작고 암초보다 큰 것"이 섬의 사전적인 정의입니다. 협소한 면적의  땅덩이들이 넓은 바다에 흩어져 있으니 교류가 적을 수밖에 없어 섬마다 저마다의 개성이 있습니다. 다소 거칠 수 있지만 섬 문화는 독특하고 탐스럽죠. 때문에 세상에 같은 섬은 없고, 모든 섬은 다 가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몰라서 모르는 또 하나의 세상

섬에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바다가 육지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에게는 바다가 '해양영토'인 셈입니다. 바다는 지구의 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우리가 바다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육지를 세상에 전부라 알고 지낸 인류에게 바다는 또 하나의 세상인 셈이죠. 

태평양 섬나라들의 해양영토인 배타적 경제수역은 전 세계 배타적 경제수역의 36.3%를 차지합니다. 전 세계 참치의 25%가 이곳 태평양에서 생산되며, LNG, 석유, 망간단괴, 해저열수광상과 같은 심해저 광물 지하자원이 풍부합니다. 아직 탐사하지 못한 태평양이 더 넓습니다. 우리가 아직 모르는 먹거리, 자원, 에너지가 무궁무진할 것이 분명하겠죠. 


더 이상의 재난을 막아줄 다양성의 보고 

섬이 많은 태평양과 전남은 위대한 생물, 문화 다양성의 보물창고입니다. 
 미국 캐리 생태 시스템 연구원(Cary Institute of Ecosystem Studies) 팀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근 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생물 다양성은 가장 위험한 병원성 종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며 "생물 다양성은 위험한 종들로부터 인류 건강 보호"한다고 전합니다. 


기후변화로 자연재해가 산발적으로 자주 발생하며 해수면이 상승하고,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질병으로 인류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생물, 문화 다양성이 풍부한 섬과 바다는 이러한 난제에 대한 해답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시에 해수면 상승과 오염, 재난에 가장 취약한 곳 또한 섬입니다. 섬과 바다가 품은 가능성과 잠재력을 미처 발견하기도 전에 사라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인류가 쥔 마지막 '패'가 바로 섬임을 절실히 깨닫고 섬을 보존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개발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7. 전남이 섬과 바다를 활용해 관광과 mice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해양영토를 최대한으로 확장시켜주는 자연환경으로서의 섬, 그리고 개개 섬이 가진 독특한 문화와 식량, 에너지 자원 등 섬이 지닌 가치는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MICE의 주제입니다. 

펜데믹으로 사람들이 대규모로 한자리에 모이는 것을 꺼리게 되면서 '섬 MICE'의 위상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은 태생적으로 '프라이빗'한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오래 일했던 피지섬의 홍보 문구는 "One Island, One Resort"였습니다. 신혼여행으로 피지 섬을 찾는 분들은 '섬을 통째로 전세'내는 셈입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건 뭐든 할 수 있고, 출입을 확실히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호주의 몇몇 고등학교는 연말이 되면 피지의 섬 하나를 통째로 빌려 졸업기념 파티를 성대하게 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200~300명 규모 단체행사를 여러 번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중 한 다단계 회사의 행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1인당 200만 원 정도의 예산으로 고급 풀빌라에 신선한 랍스터와 해산물을 곁들인 최고급 식사, 헬기, 잠수함 등을 동원해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다양한 체험들을 녹인 일정으로 진행된 행사의 만족도는 최고였습니다.

앞으로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질 낮은 저가 패키지 수요는 줄고, 가족, 지인 위주의 작은 규모의 맞춤 여행은 증가할 것입니다. 

MICE도 전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국내외의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행사 자체는 마음껏, 저렴하게 즐기되, 현장 인원은 최소화, 고급화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섬 MICE 담당자라면 이런 트렌드에 빠르게 올라타야 합니다. 

'섬'이 주는 프라이빗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인원 통제가 용이하고 다양한 야외 환경 활용이 가능하며 다채로운 문화와 먹거리, 시설이 있는 섬 마이스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실질적인 대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태평양관광기구, 여수시, 전남관광재단이 주최해 지난 12월 8일에 진행된 '2021 한-태평양 지속가능 발전 포럼'이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합니다. 

시야가 탁 트인 '여수 디오션 호텔'에서 강사님들과 주요 인사들이 모여 여유로운 공간에서 포럼을 진행했고, 저녁에는 산해 진미를 맛보며 지루하고 답답한 포럼이 아닌, 좋은 분들과 맛있는 음식으로 나누고 편안하게 대화하며 즐겁게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습니다. 학술대회, 기업교육 등 어떤 목적으로 모이더라도 일단 편안하고 즐거워야 합니다. 하루 종일 어두컴컴하고 답답한 공간에 갇혀 강의만 듣는 MICE 참석자들에게는 그 시간이 트라우마로 남아 되려 지역의 이미지를 헤칠 수 있습니다. 

섬 MICE 기획, 운영자들은 그동안의 관례를 과감히 깨고 마이스의 미래를 새롭게 쓰는 마이스 트렌드 리더가 되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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