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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 데이지 Sep 29. 2024

베트남Ⅰ잊지 못할
나의 첫 번째 노숙

데이지 버킷리스트 ⑬  베트남 길거리 쌀국수 먹기

* 퉁은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해 만난 그랩드라이버 운전기사입니다. 

퉁과 만난 이야기는 월요일 발행되는 [너의 데이지]를 통해 함께할 수 있습니다.


퉁과 만난 이야기 [너의 데이지] : 날개 없는 우리가 대화하는 방법은


베트남 하노이는 어딜 가나 오토바이가 보인다.


하노이의 도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무질서의 아스팔트 위에서 암묵적 질서를 유지하는 사람들.

동남아시아 여행 때보다 더 많은 오토바이에 놀라지만

퉁 오토바이를 꽉 잡으며

무질서 속을 향해 질주한다. 


사건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여느 때처럼 호스트 집까지 데려다준 퉁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문을 열려고 하는데,

굳건히 잠겨있다.


초인종을 누르고,

쾅쾅 대문도 두드리고,

전화로, 육성으로 아무리 호스트를 불러도

단단하게 잠긴 문은 묵묵 응답으로 대응한다.


"데이지, 무슨 일 있어?"


안전하게 돌아가는지 보기 위해

나를 기다리는 퉁이 묻는다.


"문이 닫혀있어. 호스트는 또 연락이 안 되네."


퉁은 집으로 돌아가도 되지만,

오토바이 전등을 이용해 나를 비추어 기다린다. 



그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으로

10분 정도 문과 사투를 했을까,

결국 담장을 넘기로 결심한다.



혹여나 경보가 울리지는 않을까,

지나가는 누군가는 없는지,

눈치 보며 높게 솟아오른 담장을 산 타듯 넘어간다.

그 꼴이 마치 도둑과도 같다.


호스트의 집 앞에서 갈등하는 모습


그 모습이 마냥 재밌고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진다.

걱정스러운 퉁의 얼굴도 나의 웃음에 같이 미소가 번진다.

한밤중에 펼쳐진 도둑 극은 서로의 웃음으로 끝난다.



무사히 담장을 넘고 방에 도착하니

어제와 오늘 연속으로 잠적을 감춘 호스트가 떠오른다.

문득 생각이 스친다.



'이럴 바엔 어차피 몇천 원 안 하는 도심지 호스텔이 나을 거 같은데.'



담장 너머 겨우 도착한 방.

눈앞의 침대에 누워 자면 끝날 일이지만,

짐을 부랴부랴 싸고 나와 퉁에게 말한다.



"퉁, 나를 다시 도심지로 데려다줄 수 있을까?

그냥 호스텔에서 자는 게 나을 거 같아."






15kg가량의 배낭을 메고 나오려는데,

안에서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퉁, 안에서도 문이 안 열려. 

보안이 살벌하게 되어있나 봐."



"다시 넘자. 도와줄게."



다시 펼쳐진 도득극에서

관객이던 퉁은 어느새 도둑을 돕는 배역을 맡는다.


외부인을 강하게 차단하기 위한 뾰족한 담장을 넘어,

다시 담벼락에 내려오며 퉁과 나의 모습은

영락없이 물건을 훔치고 빠져나오는 도둑과 같다.


도둑 아닌 도둑 집단은

다시 하노이 도심으로 출발하려고 오토바이에 오른다.



드르릉 탁.


드르릉 탁.



"퉁, 오토바이에 무슨 문제가 있어?"



순조롭게 극을 마친 도둑들은 연이어 꺼지는 시동에 당황한다.



"음··· 그게, 처음에 너의 호스트 대문이 안 열렸을 때,

빛을 비추느라 전등을 다 썼나 봐.

그 과정에서 오토바이 에너지가 다 소모되었나 봐."



시동을 다시 걸기 위해

퉁의 오토바이에 전력이 필요하다.



우린 주차된 자동차의 전선을 연결하고

거리를 지키는 전봇대 전선을 연결하고

한밤중 이웃집에 전선을 요청하며 충전을 시도하지만

여전히 오토바이는 드르릉거리며 다시 잠에 빠질 뿐이다.


세계여행 중 의도치 않은 첫 번째 노숙

어느새 시계는 새벽 3시를 가리킨다.

꼭두새벽의 졸음을 이기지 못해 배낭을 침대 삼아 잠시 눈을 붙이는 동안

그랩 서비스를 이용해 연락이 닿은 퉁은 내게 반갑게 다가온다.



"데이지. 이제 도우미가 와서 고쳐줄 거야.

많이 피곤하지. 조금만 기다려."



하루 종일 미용 일을 하고 온 뒤

의도치 않게 밤을 새우며

오토바이 문제를 해결하는 퉁.


본인이 가장 피곤하고, 

지칠 텐데도

퉁은 나를 걱정하고,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다.



딸깍.


새벽 4시를 알리는 정각 소리와 함께

오토바이 시동 소리가 들린다.




"우와!!! 드디어!!!

퉁!!! 다행이야!!!"



얕은 잠에서 깨 시동 걸린 오토바이를 보고

기뻐하는 나에게 퉁은 말한다.



"데이지! 우리 어디로 갈까? 가고 싶은 곳 있어?"



완전히 지쳐버린 나는 도심으로 이동하는 오토바이 앉아서 잠에 든다.

얼핏 설핏 잠에 서 깨어 본 하노이 도심 거리는

문 닫은 상점으로 가득하다.


졸음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려 퉁에게 묻는다.



"퉁,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일단 뭐라도 먹자.

열린 식당이 있을 거야.

그때, 쌀국수 먹고 싶다고 했었지?"



베트남 쌀국수
데이지 세계일주 버킷리스트 ⑬ : 베트남 길거리에서 쌀국수 먹기


어릴 적, 보았던 여행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베트남 쌀국수를 먹은 장면은 

베트남에서 쌀국수를 먹고 싶다는 꿈을 만들었다. 


커피, 쌀국수, 반미샌드위치···.

베트남하면 떠오르는 다양한 음식이 있지만,

쌀국수만큼은 길거리에서 먹어보고 싶었다. 


길거리 노상가게에서 

시키자마자 갓 나온 쌀국수를

경적소리를 들으며 먹는 순간을 종종 상상하곤 했다. 


새벽 4시 베트남 길 위의 쌀국수를 먹지 않은 자는 베트남 쌀국수를 먹은 게 아니다.


버킷리스트로 베트남 길거리에서 쌀국수를 먹어보고 싶다고

지나가듯이 말한 순간을 퉁은 기억하고 있다.


사소한 것을 붙잡는 그의 섬세함을 감사하기도 전에

졸음과 피곤으로 가득한 나는 그를 따라갈 뿐이다.


수사반장 퉁과 수사대원 데이지의 새벽 4시 쌀국수회담


새벽 4시에 열려있는 쌀국숫집을 물색한다.

수색에 성공한 수사반장 퉁은

졸음과 사투 중인 대원 데이지를 자리에 앉힌다.



대원은 피곤함에

되려 더 화를 내야 하는 수사반장에게 짜증을 낸다.



"지금 자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이런 새벽에 쌀국수라니 ···"



수사반장은 대원의 짜증에 아랑곳없이 웃으며 말한다.



"길거리 쌀국수는 이런 맛에 먹는 거지.(웃음)"



본인의 피곤은 아랑곳없이 나를 다독이는 퉁.

그가 자신 있게 시킨 쌀국수가 곧바로 나온다.  


도로 위, 그 많던 오토바이 하나 없는 한적한 새벽 4시.

노상 가게에 앉은 사람들은 떠들썩하게 새벽 소리를 채운다. 


살랑살랑 부는 새벽 공기와 함께

하노이 길거리 위에서

어릴 적부터 꿈꿔온 베트남 쌀국수를 먹는 순간.



훗날 대원은 그때를 아래와 같이 회상한다.


"그때 먹은 쌀국수는, 내 인생 최고의 쌀국수였어."





데이지 (신예진)

enjoydaisypath@gmail.com

@the_daisy_path : 인스타그램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나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어릴 적 꿈인 세계여행 버킷리스트 100가지를 

이루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블로그와 유튜브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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