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바라나시에서 만난 소밋
-여인숙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 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잘랄레딘 모하마드 루미 Jalāl al-Dīn Muḥammad Rūmī_1207-1273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진 바라나시는 힌두교 시바신이 만든 힌두교의 성지이면서
불교, 자이나교에도 신성한 곳이다.
인도 북부 맥그로드 간즈에서 바라나시로 넘어오니
한여름 더위가 온몸에 달려든다.
길 위의 쓰레기와 풍기는 악취는 바라나시에 발을 디딘 나를 반긴다.
붐비는 인파와 끊이지 않는 경적 속,
여행자 커뮤니티 카우치서핑을 통해 연락이 닿은 소밋과 만났다.
요가 강사이자 기부제 호스텔을 운영하는 소밋은
점성술도 한다며 본인을 소개한다.
좁은 골목을 지나쳐 도착한 호스텔의 홍보 문구가 보인다.
‘힌디어, 전통 요리, 바라나시 투어 …’
다양한 재주를 가진 소밋은 여러 체험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그중 한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 지도 봉사 환영.’
소밋은 형편이 좋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내며 다짐한 봉사라고 말한다.
그는 호스텔 근교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슬럼가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도 지도한다.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거나,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 39명은 매일 소밋 호스텔을 찾아 교육받는다.
나누는 마음을 가진 그의 모습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
어린 시절을 자세히 들려달라 묻는 내게 그는 나긋이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 교육비를 댈 수 없던 소밋의 가족은 그를 공립학교로 보냈다.
학교는 무료 교육이었지만 달마다 내야 하는 수업 외 비용이 있었다.
돈을 내지 못한 그는 선생님에게 혼나 울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같은 교무실의 요가 선생님은 소밋을 따로 불러 그의 사정을 물끄러미 들었다.
요가 선생님은 소밋에게 아시람(Ashram; 힌두교도들이 수행하며 거주하는 곳)에서
무료 요가 수업을 제안했고
10살이던 그는 학교를 나와 1년간 요가와 명상을 배웠다.
“이 우주에서 너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면,
그 뒤에는 분명 좋은 이유가 있어.”
자신의 불행에도 배움을 얻는 그는 1년간 배움을 통해 훗날 아이들을 가르치며 돕기로 다짐했다.
이후 아버지의 가게가 있는 바라나시로 옮겨 관광객을 상대로 요가를 가르쳤다.
강 주변 호텔 방을 무턱대고 두드려 요가 수업을 홍보하는 꼬마 요가 강사가 된 것이다.
점차 그의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는 홀로 번 돈으로 사회학 석사까지 공부를 마쳤다.
졸업 이후에도 도움이 필요한 이를 만나며 어린 시절에 꿈꾼 ‘베푸는 삶’을 잊지 않았다.
스스로 가난을 뛰어넘어 얻은 배움을 사람들에게 나누는 소밋.
인간은 모두 죽기에 삶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본인의 불우한 환경을 나눔으로 바꾼 그에게 삶의 이유를 물었다.
내 삶의 이유는 카르마야.
나는 카르마를 위해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할 거야.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불러오기 위해 계속해서 나의 일을 해 나가 갈 거야.
그는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교육이라 강조한다.
스스로 번 돈으로 학업 정진에 분투한 그가 얻은 깨달음이다.
소밋의 존재 자체로 인간의 가치, 나눔의 손길을 배운다.
어느덧 흐른 시간에 아이들은 재잘재잘 떠들며 소밋에게 인사한다.
밝게 웃는 아이들에게서 바라나시에서 요가를 가르치던 꼬마 소밋을 떠올린다.
갠지스강 잔잔한 물결에 떠오르는 일출처럼 꼬마 소밋의 꿈이 아이들 미소와 함께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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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