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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같은 미소를 나눌 수 있는 사람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만난 도르카

by 여행가 데이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여행은 다채로운 모습으로 매력을 더한다.


지금, 이 순간 나를 생각하는 것도 여행이지만,

지금, 이 순간 너를 생각하는 것도 여행이다.


순간을 온전히 사는 것도 여행이지만,

순간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는 것도 여행이다.


지금 나를 위한 선물을 고민하는 것도 여행이지만,

훗날 다시 만날 이를 위해 선물을 고르는 것도 여행이다.


여행은 나와 너를 잇는다.








유고슬라비아 전쟁의 참상을 여전히 담고 있어

공산주의 잔재에 조금은 어두운 느낌이던 동유럽.


헝가리는 같은 동유럽이지만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하자마자 사뭇 다른 느낌을 받는다.


높다란 나무가 커다란 잎으로 형성한 가로수길과

미디어에서 많이 봐온 유럽풍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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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거리



부다페스트 호스트 도르카의 집으로 가는 길은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유럽 영화 한 장면에 온 듯한 기분이 물씬 느껴진다.


마리오같이 둥근 코를 가진 헝가리 인들을 보며

다른 국가로 도착함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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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호스트, 도르카와 함께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도르카는 아침 6시부터 승마 수업을 준비한다.

도르카 서랍과 책상에는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이 보인다.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하는 스무 살로

대중매체 활용 예술을 도르카 만의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그는 취미로 시작한 승마 수업을 위해 부리나케 나선다.

버스에 오르기 전, 부다페스트에서 보내기 좋은 방법을 이야기한다.



말투와 행동에서 묻어나는 그의 친절함은

순수한 물결을 이루어 어린아이 같은 잔재주를 부린다.



부다페스트 거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에 매료된 채로

풋풋함이 묻어나는 그의 표정과 말투에 집중한다.



"그럼 저녁에 보자"


IMG-20230911-WA0046.jpg?type=w773 부다페스트의 야경

짧은 첫 만남을 뒤로,

어느덧 저녁이 찾아온다.


세계에서 아름다운 야경에 손꼽는 부다페스트의 건축물은

저녁을 맞아 명성에 걸맞게 하나둘씩 빛을 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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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야경/ 헝가리 굴뚝 빵을 먹기 전에



우린 부다페스트 일대를 함께 걸으며

헝가리의 전통 빵인 굴뚝 빵으로 망원경을 만들기도,

오페라 극장에 괜히 들어가서 사진을 찍기도,

그저 거리를 걸으며 부다페스트 밤거리가 내뿜는 은은한 향기를 마음껏 사랑한다.



세체니 다리 아래에 흐르는 다뉴브강

은은하게 물결 위로 비추는 건물의 조명들은

몽환적이고 꿈꾸는 듯한 순간을 가져온다.

도르카와 함께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운 야경을 함께 바라본다.


"도르카, 너는 꿈이 뭐야?"


"나의 예술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어.

훗날 나만의 회사를 차리고 싶어!"


예술가로 이 행성을 여행하고 싶다는 도르카.

그는 슬픔을 슬픔으로,

분노를 분노로 느끼고 싶다고 말한다.


"데이지 너는?"


"나는 전 세계 다양한 것들을 경험할 거야!

그리고 ··"



부다페스트를 흐르는 다뉴브강 위로

스무 살과 스물한 살의 꿈이 스며든다.



우리는 청춘의 한가운데에서 꿈을 노래하였고,

환상적인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우리의 꿈 위에 은은한 빛을 낸다.

조그만 방울을 울리며 지나는 트램도 도시의 분위기를 한껏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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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다니!





다음날, 하루 종일 부다페스트 거리 곳곳을 다닌 뒤,

시곗바늘은 자정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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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곳곳을 걸으며



어느덧 깜깜해진 밤.

부다페스트 마지막 날이기에 야경을 한 번 더 보고 갈지 고민하지만,

배터리가 없어 오래전에 꺼진 폰과 자정이 되어가는 밤 시계를 보고 다음을 기약한다.

'도르카와 함께 밤 산책이라도 같이하는 건 어떨까?'

부다페스트의 마지막 밤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며 집에 다다른 순간,

도르카는 나를 보자마자 달려오며 말한다.

"데이지! 어디 있었어!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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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한국 시간 적용으로 새벽 4시이지만, 헝가리 시각으로는 자정 무렵이었다.



폰을 충전하고 나니 도르카에게 온 무수한 연락을 발견한다.

안전하다고 여긴 도시기에 밤에 홀로 거리를 걸었지만,

도르카는 자정에 여자 혼자 낯선 곳을 걷는 건 위험하다며 내 걱정을 다 가져간 듯이 열변을 토한다.

연락 두절이 된 나에 대한 걱정은 깊어지고 깊어지며

그는 자신의 친구, 부모에게도 털어놓았고

경찰에 신고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부모님과 친구에게 내가 무사히 왔다는 소식을 알리는 그를 보며

그가 보인 엄청난 걱정에 당황하지만

이내 미안함과 함께 고마운 마음을 느낀다.

불과 어제 처음 본 나를 위해

밤이 늦도록 걱정하며 자지 못한 도르카.

연락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는 내게

짜증을 내도 이상해할 것 없는 상황에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이부자리를 내준다.


20230909_212306.jpg?type=w773 부다페스트의 밤


한바탕 소동이 끝난 뒤

이부자리를 비춘 전등이 꺼진다.

이부자리가 유독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도르카가 보인 나를 위한 마음 덕분일까.

아름다운 부다페스트의 야경보다도

더 밝게 빛나는 도르카의 마음을 생각하며

부다페스트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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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카가 만들어준 헝가리 전통 가정음식


떠나는 날 아침,

도르카는 급하게 세체니 온천에 다녀온 나를 기다린 뒤

헝가리 전통 음식을 만들어준다.

나는 온천에서 늦게 돌아왔기에

배고픔을 참고 있던 게 분명했을 텐데도

그는 내게 온화하게 질문한다.

"데이지, 지금 와서 정신없을 텐데,

조금 쉬었다 먹을래?"

자신의 배고픔을 참고 내 안부를 먼저 걱정하는 그의 모습은

마지막 만찬을 앞둔 순간까지도 나를 위한 마음을 보인다.

감자, 양파와 햄을 소스에 볶아 만든 헝가리 전통음식을 먹으며

우린 함께한 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 함께하지 못하지만, 서로가 나아갈 길에 관해 이야기 나눈다.

피어난 해바라기처럼 밝은 미소로 이야기 나누는 도르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도

누구보다 친한 친구처럼 걱정하고, 기뻐해 주는 도르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내 삶의 이유는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야.

여행하고, 스포츠를 하고, 등산하며 자연의 일부가 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고, 가족을 사랑하는 꿈이지.

나는 순간을 살기 위해서 삶을 살아.
나의 친구, 가족, 나의 모든 삶을 위해서.
나는 그 순간마다 행복을 느끼니까.

햇살 같은 그의 미소가

그의 답변을 더욱 환하게 밝혀준다.

비슷한 또래 친구와

만들고 싶은 세상을 이야기하고,

되고 싶은 미래의 모습을 나누고,

함께 꿈을 이야기 나누는 순간들.

우리의 젊음이 있기에 가능했던 순간에

부다페스트의 모든 순간은 찬란하다.

우린 서로 미래의 모습을 응원하며

훗날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약한다.

그날을 떠올리며 그에게 말한다.

"도르카, 네가 가진 미소가 정말 좋아.

앞으로도 그 미소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데이지 (신예진)

yejinpath@gmail.com

@tellmeyourdaisy : 인스타그램

https://www.youtube.com/@daisyshin:유튜브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유튜브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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