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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I
카파도키아 열기구 타기

데이지 세계일주 버킷리스트 ③④ : 튀르키예 카파도키아 열기구 타기

by 여행가 데이지


이집트 사기로 인해 카드 결제사와 소송에 들어가고,

어젯밤 갑작스레 ATM은 나의 카드를 먹었다.

계획대로라면 이동 버스에 있을 나는 급히 계획을 바꿨다.

틀어진 계획에 머리를 싸매며 생각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여행 중에도 길을 잃은 느낌이다.

정처 없이 머물러있는 순간에,

신은 나를 어디로 이끌고 싶은 걸까.


'누군가 대신 계획을 세워주면 좋겠다.'


조금씩 내가 마주한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오늘 당장 페티예로 향할 계획으로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데,

우연히 어제 골동품점 주인분과 만났다.


IMG_2495.HEIC 골동품 상점 주인 무스타파와 함께



"원래 모든 건 계획대로 되지 않아.

오직 신만이 내린 계획이 있지."


착잡한 마음으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나에게

무스타파는 말했다.


"2002년 즈음인가, 한 한국인이 나에게 찾아왔었어.

그는 가방을 두자마자 자신은 우치사르에 가야 한다며 바삐 준비했지.

내가 그 한국인한테 말했어.

'차 한잔하고 천천히 움직여.'

그러나, 그이는 가야 한다며 빠르게 나갔지.


그는 히치하이킹을 시도했고,

우치사르로 가는 중에 교통사고로 죽었어.


나는 그의 소식을 못 들었기에

이틀 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어.

이후 소식을 들었지."


무스타파 말을 듣자마자 나는 놀란 눈이 되었다.

무스타파 이야기 속 한국인이

내 모습과도 같게 들렸다.


언제나 계획을 세웠으면 그 계획대로 움직여야 했던 나.

이전에 계획한 대로 바쁘게만 움직였던 지난 여행들이 스쳐갔다.

동시에 생각했다.


튀르키예 카파도키아

어쩌면,

정말 어쩌면,

이집트에서 처리해야 할 여러 문제와

어제 먹힌 카드를 통해

무언가 내게 잠시 쉬라는 말을 주려던 게 아닐까?


잠시 한 곳에 머무르며

나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말한 게 아닐까?


"데이지, 잠시 우리 집에서 쉬어가.

원하는 만큼 머물러도 돼."


무스타파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음 지으며 담배를 물었다.


나는 놀라하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의 골동품점에 다시 돌아와

상점을 둘러봤다.


테라스 전경도, 괴레메 풍경도 마음에 들었다.

나는 고민 끝에 그에게 물었다.


"무스타파, 정말 여기서 머물러도 되나요?"


IMG_2501.HEIC 무스타파 골동품 점에서


그렇게 일주일간 묵게 된 골동품 가게.

소박한 아름다움을 가진 도시 괴레메에 머물며

잠시 머무름의 여유를 즐겼다.


동시에 버킷리스트를 하며 잊지못할 일주일을 보냈다.

데이지 세계일주 버킷리스트 ③④ : 튀르키예에서 카파도키아 열기구 타기




#1. 두둥실 떠오르는 열기구를 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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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구가 뜨는 모습을 보기 위해 카우치서핑으로 만난 친구들과 열기구 장소로 향했다


새벽 3시 30분.

알람에 맞추어 일어났다.

열기구 비행 구경을 계획했기 때문.


열기구는 일출 직전에 뜨기 시작하기에

조금이라도 늦으면 안 된다는 조급한 마음으로

4시 정도에 출발했다.


어두컴컴한 카파도키아 거리는 한적하다.

멀리 떠 있는 커다란 보름달은

가로등이 되어 우리에게 빛이 됐다.


"새벽의 이 느낌이 참 좋아."


함께 이동하는 친구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음"


피곤함을 짓누른 기대는

적당한 무게를 만들었다.


처음 보는 거리의 풍경과 공기 냄새,

불과 어제 처음 본 사람들과 함께 열기구를 보러 가는 이 순간.


음 음 음


IMG_4598.JPG?type=w3840 괴레메 열기구 장소에서


괴레메에 도착해 열기구 쪽으로 이동했다.

새벽 4시 30분임에도 열기구를 보러 오기 위해 수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있었다.


보름달은 여전히 동그랗게 괴레메를 비추었다.

괴레메 기암괴석의 장관과 어우러져

헨젤과 그레텔이 사는 달콤한 숲처럼

마치 동화 속 마녀가 사는 곳에 온 느낌이었다.


그렇게 열기구의 비행을 기다리는데,

사람들은 열기구에 바람을 넣기는커녕 멀뚱멀뚱 기다리고 있다.


평소와 같으면 이미 열기구 준비를 분주하게 해야 하는데,

무슨 일인지 열기구 준비가 이루어지지 않은지 1시간이 흘렀다.

산 너머로는 조금씩 해가 뜰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저기! 풍선에 바람 넣는다!"


해가 뜰 것 같아, 결국 전망대로 올라가려는 찰나,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열기구에 바람을 넣기 시작했다.



풍선을 보니 동심이 생각난다.

괴레메 동화 속 순간에 열기구 바람을 보니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내가 풍선을 좋아하는구나.



우리는 열기구를 보면서 조금씩 전망대에 올랐다.

비행을 준비하는 풍선을 보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부푼 기대로 열기구 비행을 기다리는데,

사람들은 이내 다시 열기구에 바람을 뺐다.


"무슨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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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구는 결국 뜨지 못했다


날씨 영향으로 인해 오늘 열기구는 뜨지 않는 것이다.

아쉬움이 들었지만, 동시에 선물 같았다.



'내가 직접 열기구를 타는 날에,

더 많은 감동을 느끼라는 계시인가 보다!'



사람들이 떠난 뒤,

나는 친구들과 남아서 풍경을 감상했다.

기암괴석 너머로 조금씩 해가 떠오르면서

우린 아무 말 없이 일출을 바라봤다.


20230802_062624.jpg?type=w773 카파도키아의 열기구가 뜨지 못한 뒤, 우리끼리 그저 경치를 바라보면서


문득 한국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아름다운 풍경을 봤을 때

누군가가 생각나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생각난 누군가가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고,

그이를 앞으로 더 소중하게 대하자는 다짐을 준다.


소중한 누군가가 떠오르는 것도 행복한 일이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공유할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건 더욱 행복한 일이다.


지금, 이 순간 함께한다는 이유만으로

시공간을 공유한다는 사실만으로


시공간을 관통하는 온기는 두 배가 되고

너와 내가 나눈 시공간은 영원히 잊지 못하는 추억이 된다.


IMG_4651.JPG?type=w773 카파도키아에서 일출을 맞이하며




#2. 두둥실 떠오르는 열기구를 타러



그날 밤,

열기구에 오르기 위해 예약을 마치고,

골동품점 옥상에 올라가 괴레메 마을을 이룬 빛들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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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불빛들이 연한 빛과 어우러져 괴레메 마을을 오목조목 귀여운 마을을 이뤘다.


괴레메의 소박한 야경, 소박하기에 더욱 소중한 추억이 될 것만 같은 야경을 배경으로

테라스 흔들의자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다니.


'내일이면, 열기구에 오르겠구나.'


괴레메의 가로등은 연한 주황빛과 노랑빛을 띠고 있다.

기암괴석의 바위틈 사이로 조금씩 별들이 보였다.


몇 시간 뒤면 열기구가 별들의 자리를 꿰뚫고 내 시야에 들어오겠지.

언제나 밖에서만 바라본 열기구를 직접 타는 건 어떤 기분일까.


반짝이는 야경의 불빛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몇 시간 뒤면 펼쳐질 나의 꿈을 상상하는 건

마음속 불빛을 더욱 밝게 해 주었다.



새벽 4시, 알람이 울렸고 알람에 바로 눈을 떴다.

이후 준비를 마치고 괴레메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버스 안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꽉 차있었다.

사람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게

흔하지 않은 일이라는 듯 하품을 달고 있었다.


오늘은 공기가 괜찮았던지,

미리 준비를 마쳐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열기구가 있었다.

그곳에 불을 화르륵 지폈다.


따뜻하다.


설렘으로 가득했으면 좋았겠지만

사다리를 이용해 열기구에 오르고 나니

열기구가 두둥실 떠올랐다.



열기구 내에서 사람들은 서로 사진을 찍겠다고 여념이 없었다.

자리 선점으로 인해 서로에게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나 역시 사진을 남기고자 여러 번 시도하다 보니,

풍선 위에 있는 순간을 온전히 느끼지 못한 게 아쉬웠다.


비켜달라는 사람들 틈에서 나와

홀로 노래를 들으려고 헤드셋을 꺼냈다.



카파도키아 기암괴석 전경을 바라보며

헤드셋 너머 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

눈물이 저절로 흘렀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지 않았음에도

내 몸과 마음이 아름다움에 반응해서일까,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 볼을 스치며 떨어졌다.



두둥실 떠오르는 풍선과

일출을 바라보며 동화 속 생각의 나를,

두둥실 떠오르는 수많은 풍선들을 보며 내가

지금 꿈꾸던 그 순간에 있다는 사실을 음미했다.


공기 가득 떠오른 풍선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깨달았다.


어른들의 가장 큰 실수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잊는 것임을.


어린 시절의 나는 나 밖에 모른다.

어린 시절을 잃는다는 건,

어린 시절의 나를 없애는 것이기에

난 열기구를 보면서 소원을 빌었다.


어른들이 자신의 어린시절을 잊지 않게해주세요.

어린 시절 꿨던 꿈을 잊어버려도

꿈을 꿨던 순간을 잊지 않게 해주세요.



본인의 어린 시절을 잊지 않고

마음속 꿈을 계속 이루어 나가는 이들이 존경스럽다.

그리고, 나도 그러고 싶다.


두둥실 비행하는 열기구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순간을

마음속, 오랫동안 기억하기로 했다.




#3. 노래를 듣다가 옆을 보면 커다란 풍선이 너와 함께하고 있음을 알게 될 거야




'지이익 지이익'


무스타파 골동품 점 창문 너머로

열기구 불피우는 소리가 들린다.


생애 한번뿐일 거라 생각한 열기구를 다시 보며 잠에서 깨는 기분은

묘하면서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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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 또 열기구에 불을 넣는 소리를 들으며 일어날까?'


떠오르는 햇살과 열기구를 배경으로 눈을 떴다.

한 번이자 마지막일 줄 알았던 카파도키아의 풍선들은


괴레메에 머무는 내내 나에게 동심이 되어주었다.

나는 카파도키아에 머물면서 매순간 풍선을 보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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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에 머물며 본 풍선들



내게 큰 휴식이 되어준 카파도키아의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겠다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무스타파, 그동안 감사했어요."



무스타파 골동품점에서 아무 걱정 없이 머문 일주일.

무스타파 어머님 안네의 맛있는 식사는 물론,

편안한 방 안에서 푹 잘 수 있던 삶.

선선하고 따뜻한 날씨를 배경으로 나의 작업들을 하는 순간들이 스쳤다.


참, 이런 삶을 또 살 수 있을까!


문득 무스타파가 처음 건넨 말이 생각났다.


"오로지 신만이 계획할 수 있어."


그의 말처럼

우리가 세운 계획은 모두 그 계획처럼 되지 않는다.


어쩌면 이번 카파도키아에서의 일주일은,

뒤를 돌아보며 휴식을 취하라고 말인 것 같았다.


카파도키아의 바위는

멈춰있고, 머물러있는 듯한 바위이지만,

그 바위는 충분히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가졌고,

앞으로 나아가는 마법이란 것을 깨달았다.


머무름의 전진.


내가 카파도키아에서 머무르며 배운 것이다.

머무르면서 나를 정비하고, 과거를 통해 미래에 비밀을 얻는 것.


견고하고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는 기암괴석이지만,

언제나 머물러있는 게 마냥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연함을 가진 기암괴석들을 바라보며 나는 말했다.


"오랫동안 보아도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물론 그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러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지금 카파도키아에서 처음 느낀 이 순간의 설렘을 온전히 누리고,

나중에 감흥을 잃게 되더라도, 첫 설렘의 기억을 간직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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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날 아침,

하늘을 가득 채운 벌룬을 보러 갔다.


언제나 동화 속에 온 것 같은 아름다움과

열기구의 동심 같은 마음이 만나 한 편의 동화를 느꼈다.


함께 열기구가 지나가는 것과 일출을 보았다.

여전히 아름다웠다.


마지막으로 열기구와 일출을 보며

여행 의미를 다시 새기며 소원을 빌었다


"세상에 공짜를 바라지 않고,

공정하게 사는 삶을 살면서

내가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해주세요.

사람들에게 나눌 줄 아는 지혜를 주세요."


IMG_2224.HEIC 마지막 열기구라는 사실은 순간을 더 값지게 했다.



무스타파와 마지막 포옹을 했다.

무스타파는 내게 말했다.



"여기는 너의 집이야.

언제든지 다시 찾아와."


작별인사를 하며 무스타파는 내게 말했다.


"언제 다시 한번 꼭 찾아올게요."


우리는 진한 포옹을 나눴다.


그렇게 카파도키아에서의 10박 11일이,

무스타파 집에서의 일주일이 끝났다.


두둥실 떠오르는 풍선과 맞이한 아침동안

카파도키아는 내게 말했다.


머무름은 앞으로 나아가는 힘울 가져다준다고,

머무름은 여유와 설렘을 안겨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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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괴레메 사람들은 나누는 것에 관대했고,

자신이 가진 수많은 것을 자랑하지 않고 조용히 갖고 있었다.


밀린 일들을 처리한다는 생각에 음미하지 못했던

카파도키아에서 받은 무조건적인 나눔을


떠나면서야 느꼈다.

버스 안에서 잠시 울컥했다.


내게 소중한 가치를 알려주신 무스타파, 감사합니다.


앞으로 우리의 길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순간에 행운이 깃들길.


나는 새로운 여정을 향해 출발하며

머무르면 얻은 스스로와의 약속을 기억하길 바랐다.







데이지 (신예진)

enjoydaisypath@gmail.com

@tellmeyourdaisy : 인스타그램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나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어릴 적 꿈인 세계여행 버킷리스트 100가지를

이루는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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