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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I
NGO 단체와 해외 봉사하기

데이지 세계일주 버킷리스트 ③⑥ : 해외 봉사하기_탄자니아 편

by 여행가 데이지


킬리만자로 등반을 마친 뒤, 카우치서핑을 통해 아브라함과 만났다. 나는 그가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FREEDOM EDUCATION FOUNDATION (아래 FEF)에서 모시에 있는 내내 머물렀다.


탄자니아 모시에서 만난 아브라함 이야기 보러 가기


FEF 설립자 아브라함과 함께

"킬리만자로 정상은 내 마음을 해방시켜 줘. 내 안을 자유롭게 하는 거야.

데이지, 언제나 명심해. 내일은 새로운 날이야. (Tomorrow is another chapter)


완전히 색다른 도전이 되는 거지. 그걸 즐겨! 하쿠나 마타타!"


그는 여행사를 운영하며 지역 발전을 위해 NGO를 설립했다.


"다른 지원 없이, 오로지 여행자와 봉사자 개인 기부만으로 단체가 운영되고 있어."


FEF는 2019년 지역사회봉사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탄자니아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기본적 인간의 필요,

학교 인프라의 재활 및 수리, 가난한 가정 자녀에 대한 교육 장학금, 지역사회 경제적 권한 부여, 지역사회에 대한 환경 관리 교육 등의 지원을 진행해 왔다.


"데이지, 네가 전공하는 미디어학을 살려서 우리 단체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그의 행동력을 들으며 나는 눈을 반짝였다. 그를 진심으로 돕고 싶어졌다.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진심을 다해 도울 방법을 찾아볼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봉사를 시작하기로 말한 뒤,

NGO 유일한 직원인 나세리아는 단체를 개괄적으로 소개했다. 아침으로 짜파티*를 오물거리며 그는 말했다.



*짜파티: 탄자니아를 포함한 동아프리카 지역의 주식


"간단히 말해, 학생들에게 교육 물자재를 지원하고 멘털 훈련과 상담, 삶 코칭을 진행해. 낙후 마을의 화장실 없이 살아가는 이들을 살피기도 해."


그는 최근에 다녀온 낙후 지역 사진을 보여줬다. 정글처럼 바나나 나무가 가득한 숲 속에 찢어진 천막이 세워져 있었다. 화장실 하나 없이 살아가는 이들은 사진 속 밝게 웃고 있었다. 나무막대로 구분된 화장실을 보니 인도에서 봉사할 때 본 화장실이 떠올랐다. 나세리아 말을 들으면서 입꼬리가 들썩거렸다.



'내가 정확히 원하는 거잖아!'



해외 봉사를 위해서 홈페이지 이곳저곳을 조사했지만, 발견하기 힘들던 조건의 봉사를 이렇게 발견하다니! EFE NGO 단체를 만난 게 참으로 행운처럼 느껴졌다.


"데이지, 너의 도움이 필요해."


나세리아는 간절하게 말하며 미소 지었다. 아프리카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 어딜 가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다는 것이 떠올랐다. 해외 봉사를 하고 싶어서 굳이 돈을 내고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도, 직접 현장에 가보니 언제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걸 느꼈다. 현장에 오면 봉사자를 원하는 이들이 정말 많구나.


감사했다. 고등학교 졸업생에 불과한 휴학생이지만, 미디어전공생으로 그들에게 도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FEF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뭔지 고민했다.


"너의 재단에서 무엇을 하는지 내게 정보를 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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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으로 책상에 앉아 회의를 시작했다. FEF 단체 정보를 조사하며 나는 내가 그동안 배워온 기술과 지식을 이용해 내가 도울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제대로 갖춰진 구조가 없기에 뭐든지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말은 즉슨, 나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해 뭐든지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해진 거 하나 없지만, FEF가 알고 있는 정보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청년 두 명이 있는데, 무엇을 못하랴. 우리는 할 수 있는 방법을 머리 맞대어 고민을 시작했다. 조금 배운 영상과 사진 툴로도 유용한 기술이 된다는 사실과 동시에 내가 많은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작은 마을 주민에게 도움 될 방안은 무엇일까.

단체와 함께 어떤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사회의 공적 차원에서 난 어떤 능력이 있을까.

직접 나를 통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 순간이었다.


"나세리아! 내게 아이디어가 생각났어!"



IMG_4279.HEIC FEF 사무실 앞에서. 얼굴은 킬리만자로 등반 당시 화상을 입어 벌겋다.




#1. 기관 소개 영상 만들기



우린 FEF 단체를 소개하는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 교육을 통한 빈곤 퇴치를 목표로 하는 FEF 단체 설립 목적과 미션을 소개하고 활동 분야 현장스케치를 담았다.

단체 설립자인 아브라함은 가난한 마을 가정 출신이다. 그는 킬리만자로 포터 일을 하다 등산객의 제안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해 가난에서 벗어났다. 그는 '가난'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FEF를 설립된 것이다.


"아브라함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야! 영상에 담아보는 거 어때?"


설립자 인터뷰 영상을 비롯해 단체를 잘 담아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주민들을 직접 만나고, 직접 현장에 조사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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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낙후지역 주민 방문



FEF는 지역 사회 구성원의 잠재력 실현을 위해 사회,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 낙후 지역에 찾아가 안부를 물으며 사회적 연결망을 강화하고, 지식 기반 사회 구현을 위해 숙련자를 양성한다. 나세리아는 말했다.


"그냥, 낙후 지역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거야."


"함께 정을 공유하는 임무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난번 방문한 마을 사진을 보여줬다. 집은 나무판자로 어설프게 세워져 있었다. 자연이 만든 화장실은 나무판자 옆에서 천막에 가려져있다.


"이들은 집값을 내지 못해 외곽으로 쫓겨나서 여기에 살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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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변두리에 있던 가정집



외곽 소외계층을 찾아가 안부를 묻고, 말동무가 되는 임무가 주어졌다. 사진 속 그들은 해맑은 웃음을 갖고 있었다. 원주민과 비슷한 소외 주민의 삶은 자본으로부터 퇴출당한 삶이지만, 결코 불행해 보이지 않았다. 실제 현장에 찾아가도 그들은 행복한 미소를 갖고 있었다. 어서 오라며 의자를 가져와 반갑게 맞이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집을 소개하며 흙바닥 위 천조각을 침대라고 말했다. 말하면서 퍼지는 그의 미소는 수억 원짜리처럼 보였다. 탄자니아 모시의 낙후된 나무 판잣집 뒤로 청명하고 아름다운 날씨가 펼쳐졌다. 몽글몽글 피어오른 흰색 구름은 친근한 탄자니아 사람들의 웃음처럼 귀엽다. 주민과 함께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자식에 대한 고민, 변두리 삶에 대한 사정을 들으며 미소를 나눴다. 그들은 사회 사각지대에서도 본인의 의미를 찾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IMG_4544.HEIC 마을 외곽 주민들과 함께



하루는 기술 양성 프로그램 대상자 집을 방문했다. FEF에서 생필품을 비롯해 소수를 대상으로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FEF는 지원대상자에게 노동을 준 뒤, 그에 따라 생활비를 지급한다. 대상자를 만나 하루 일감을 도와주고 기관 소개 영상 촬영을 했다. 지원 대상자가 일하는 섬유, 의류 산업 시스템을 배우고 함께 이야기 나눴다. 그는 갓 걷기 시작한 아들을 껴안으며 FEF 덕분에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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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shot 2025-08-24 at 8.50.45 AM.png 그는 면생리대 제작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3. 보육원 봉사



하루는 FEF에서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보육원을 찾았다. 나는 보육원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한국 문화를 알려줬다. 보육원에 가기 전, 나이로비 시내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탈탈탈 돌아가는 선풍기 앞에서 나세리아는 바나나 구이를 오물거리며 말했다.


"고아원 아이들은 가정 밑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해. 대게 가정집이 고아원보다 형편이 더 어렵거든. 그래서 가정과 꾸준히 접촉하면서 유대감을 만들어야 해."


"가족이 있는데, 왜 고아인 거야?"


"가족이 있더라도 능력이 안되어서 고아원에 오는 거야. 혹은 다른 가정 아래에서 키우는 거지."


나세리아 말을 들으니 문득 인도에서 마주친 노숙자 가족이 떠올랐다.

경제적 여건 없이 아이를 가진 채, 길거리 구걸을 전전하던 부모의 흔들리던 눈동자.

당시 나는 의문이 들었다.


'부모가 되는데 기준이 필요할까?'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걸 알지만, 매일을 노숙하며 가족 다 같이 구걸하는 걸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드는 의문이었다.

'어쩌면 부모가 되는데 경제적인 능력이 있어야 하는 걸까?'


독일 여행 당시, 해당 고민을 독일 친구에게 털어놓으니 친구는 답했다.


"물론 그러면 좋겠지. 하지만, 우린 능력 없이 부모가 된 사람을 비난할 수 없어. 그보다, 사회를 바꾸려고 해야 하지.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더라도 그 자식은 가난하지 않도록 만드는 사회로 말이야. 가정이 가난한 게 부모가 멍청하다는 의미가 아니야. 불평등한 사회 구조로부터 인한 가난도 많은걸.

중요한 건, 사회적으로 가난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게 필요해."


탈탈 거리는 선풍기 소리가 다시 들렸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 순간으로 돌아오니, 나세리아가 대답하고 있었다.


"돈이 없는 부모라도 아이를 가질 수 있지. 그렇지만, 그들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줘야 해."


"오늘 보육원 봉사에서 많은 사랑을 줘야겠다."


우린 나머지 바나나를 입에 넣은 채, 보육원으로 향했다.

보육원 아이들은 커다란 눈으로 한국에서 온 이방인을 반갑게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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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보육원에서 나오는 길, 덜컹거리며 울퉁불퉁한 도로를 이동하는 툭툭 위에서 보육원 아이들에 대해 나세리아와 이야기 나눴다.


"보육원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기본적인 건강과 교육이야."


"동의해. 아이들이 돌아올 집이 있다는 것도 중요해. 아이들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걸 아니까."


우린 아이들 미래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지, 좋은 부모는 무엇일지 공유했다.


"부모는 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야.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그런 유대감을 얻지 못하잖아. 유대감이 있고 없고는 확연히 달라. 애당초 그런 유대감이 없는 아이는 결핍을 갖게 되지. 그래서 우리가 그들의 결핍을 채워줘야 하는 거야. 우린 아이들에게 유대감을 제공할 수 있지. 넌 모든 걸 줄 수 있어."


아이들 스스로 살아가도록 도울 수 있는 부모,

아이들에게 집을 제공해 주는 부모,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부모,

사람을 돕도록 알려주는 부모,

신을 느끼게 도와주는 부모.


좋은 부모 됨을 고민하며 우리는 동일하게 끄덕였다. 툭툭의 열린 문 사이로 흙먼지가 흩날렸다. 하늘은 굵은 구름으로 맑기 그지없었다.




#4. FEF 단체 가꾸기



FEF와의 마지막 업무로 FEF 단체를 정비했다. 봉사자를 모집하는 사이트에 FEF 공고를 수정하고, FEF의 시설과 서비스를 알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우리, 사무실도 바꾸는 거 어때?"


사무실 페인트를 칠하는 시간

나세리아 제안으로 깜짝 미술 교실이 시작됐다. 학생들의 과제는 EFE 사무실 책상 꾸미기. 아브라함이 준비한 페인트를 꺼내 우린 사무실 책상을 디자인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나는 이제 가야 해"


떠나는 날에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보니 페인트 작업을 완성하지 못한 채, 어느덧 모시를 떠나는 버스 시간이 다가왔다.


"나세리아, 페인트를 완성하고 떠나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미안해."


"하쿠나 마타타.(문제없어)

데이지, 이미 바꿀 수 없는 거에 마음 쓰지 마. 시간은 지나갔고, 우린 그걸 받아들이면 돼!"



그의 위로에 웃음 지으며 나도 말했다.


"하쿠나 마타타(문제없어)"


그는 우리가 다시 만나야 한다고 말하며 급히 뛰어갔다. 허겁지겁 돌아오며 내 손에 귀걸이를 쥐어주었다. 빨강과 검은색의 비즈가 기다랗게 펼쳐진 귀걸이였다. 나는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말하니 그는 대답했다.


"하쿠나 마타타. 괜찮아. 그 대신 다음에 꼭 다시 와야 해."


그의 말을 끝으로 툭툭 기사가 도착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었다. 툭툭를 타고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 그가 선물한 귀걸이를 바라봤다. 지난 FEF에서 봉사하던 순간이 스쳐갔다. 빠르게 흘러간 FEF와의 시간 속에서 나는 나눔을 하러 왔지만, 되려 수많은 걸 얻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희망,

사회 변화를 위한 움직임,

어린아이들이 교육을 받고,

여성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며,

모든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삶을 위한 시간들


IMG_9351.HEIC FEF 사무실 앞에서


조그만 돈으로 살아가는 사회에 있으면 삶이 보잘것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삶이 결코 보잘것없지 않지만, 조금 무력감이 든달까.

봉사하면서도 무력감을 느끼곤 했다. 마을 주민은 몇 백 원 하는 돈을 꼬질할 때까지 넣고 다닌다. 누구는 고작 몇 천 원 하는 돈을 빠르고 쉽게 얻지만, 누군가에게는 천 원이 하루의 생존이 걸린 금액이라는 사실이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이번 탄자니아 봉사를 하며 무력감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집중했다. 아무것도 없는 불모지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내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방향을 고민했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문제 해결을 모색해 왔다. 실제 NGO 단체가 돌아가는 방식을 익히고, 아프리카 NGO 대부분이 처한 상황을 느꼈다.


실제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만나고, 도움줄 방안을 생각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들이 필요한 건 무엇일까?'를 수없이 고민했다. 고민의 성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우린 언제나 미소를 주고받았다.


한 단체가 설립하여 아장아장 걸어가는 순간을 보는 건, 단체를 의젓한 성인으로 키우기 위한 과정에서 함께 성장하는 일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황황 대지에서 함께 힘을 모아 건설해 나가는 과정. 그 과정에서 내가 조금의 기술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한 단체를 홍보하고 기반이 되는 활동 중심에서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는 순간.

사회적으로, 미디어적으로, 지금 우리가 가진 능력적으로 고민하는 순간은 내게 수억 불짜리 수업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맨땅에 나무를 심는 활동이더라도

나무를 심고 있는 이 활동이 값진다는 사실은 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IMG_9223.JPG 탄자니아 모시의 풍경







데이지 (신예진)

enjoydaisypath@gmail.com

@the_daisy_path : 인스타그램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나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어릴 적 꿈인 세계여행 버킷리스트 100가지를

이루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유튜브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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