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세계일주 ③⑤ :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스카이 다이빙하기
유럽 여행을 시작하고
며칠마다 국가가 바뀌는 날들을 보내다 보니
이전보다 정신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하루를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욕구,
해당 국가에 도착했으니,
순간을 후회 없이 보내야 한다는 욕구로 인해
매번 하루 일과가 끝나면 침대로 돌아와 픽 쓰러지기 마련이었다.
이런 내 모습을 사랑하지만,
가끔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다.
체코 프라하에서의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일정이 꼬이는 바람에 하루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했다.
극도의 스트레스가 쌓이니
호스트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의문이 들었다.
'이게 여행인가?'
수많은 스트레스로 돌아가는 길에서
문득 신고 있던 구멍 난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 뚫렸는지도 모르는 구멍 난 신발은 내게 말했다.
'이건 결코 여행이 아니야.'
데이지 세계일주 ③⑤ :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스카이 다이빙하기
새벽 4시 50분.
앞 일정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지만,
우선 예약해 둔 스카이다이빙에 늦지 않기 위해 새벽잠을 뚫고 일어났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어제 귀갓길을 떠올렸다.
머리를 지끈 감싸던 순간은 무색하게도 클래식 노래가 프라하를 감쌌다.
나도 모르게 물렁해진 내 마음을 감미로운 클래식이 꼭 껴안았는지
그만 행복함에 눈물이 흘렀다.
'그래, 내 주위를 감싸는 스트레스를 차근차근 받아들여야지.'
내게 주어진 스트레스를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나니
프라하 새벽 공기가 더욱 달게 느껴졌다.
조그맣고 오래된 느낌의 빨간색 트램이 프라하의 새벽 공기를 감싼다.
조그만 종소리도 들려온다.
비슷하게 보이는 유럽의 풍경이지만,
프라하 건물은 유독 더욱 정교한 유럽풍의 느낌이었다.
나는 스카이다이빙 미팅 장소인 맥도널드 앞으로 갔다.
한국업체 여행사이기에,
같이 체험하게 될 한국 분들과 이야기 나누었다.
옆좌석에 앉은 분들과도 말이 닿으며 이야기 나눴다.
각자 스카이다이빙을 앞둔 심정을 털어놓았다.
스카이다이빙을 앞둔 순간의 감정이
스트레스를 비롯한
지난 모든 감정을 잠식시켰는지,
나는 설렘에 들뜬 채 내 심정을 말했다.
"저는 울 것 같아요.
행복하면 눈물이 흐르거든요."
"부럽네요.
저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아 무언가를 느낄 때 큰 마음이 들지 않거든요.
무언가에 쉽게 감동하지 않고 무덤덤해서 나처럼 큰 기쁨을 느끼고 싶네요."
"스위스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나니
한국 단양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했는데 스위스에서의 했던 기쁨이 크다 보니,
단양에서는 오히려 실망했거든요.
스카이 다이빙을 하고 나서도 다른 것들이 재미없으면 어쩌나 싶네요 (웃음)"
그의 말이 이해는 되면서 동시에 나는 다르게 생각했다.
실제 여행을 하고 나면 그로 인해 새롭게 하고 싶은 일들이 생긴다.
"제가 세계일주를 떠나기 전에 친오빠가 걱정했었어요.
제가 재밌는 경험을 많이 하다 보니, 돌아와 일상에 쉽게 지루해질 거라며 걱정했죠.
그렇지만, 실제 여행을 해오니, 그렇지 않았어요.
오히려, 새로운 꿈들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나는 지난 여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꿈은 또 다른 꿈을 불러오는 거예요."
인간관계적으로 볼 때 삶은 굉장히 좁다.
우리는 건너 건너 모두를 알고,
우연히 오래된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지구상으로,
경험의 측면에서 볼 때 지구는 무한히 넓다.
여전히 내가 경험해야 할 것들, 봐야 할 것들,
느껴야 할 것들,
두 팔 벌려 사랑해야 할 것들이 차고 넘친다.
무언가를 해내면,
그로 인한 또 다른 무언가가 생기고,
그 다른 무언가를 하면,
그로 인한 또 또 다른 무언가가 생긴다.
꿈을 계속해서 꿀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이야기를 짧게 나누다 보니
구멍 난 신발이 다시금 시야에 보였다.
"배낭 여행자의 상징이네요."
"그렇죠(웃음)"
내게 멋있다고 말하는 동행자의 말에 멋쩍게 웃으며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비행장에 도착했다.
차 안에서부터 나도 모르게 조금씩 떨려오던 마음이
비행장에 발을 디디니 거세게 요동쳤다.
아무래도 4000m 상공에서 뛸 거라는 상상만 해도 온몸이 짜릿한데,
이제 몇 시간 뒷면 그것을 할 거라고 생각하니 내 몸이 반응을 했나 보다.
떨리고 설렌다.
이 떨림이 좋다.
짜릿한 떨림.
단어 그 자체로 짜릿한 떨림을 조금씩 느껴온다.
옷을 갈아입고 순서를 기다리면서 다른 분들의 점프를 구경했다.
하늘 멀리 경비행기가 날아올랐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떨어지는데,
그저 별과 같이 하나의 점으로 보였다.
흰색의 별이 조금씩 아래를 향해 다가오는데,
별이 조금씩 움직이는 현상과 같았다.
'저 조그만 별들이 사람이라고?'
미치도록 설렜다.
설렘은 나의 입꼬리를 내려가지 않게 했다.
"어떠셨어요?"
"엄청나요!"
스카이다이빙을 마친 이들은 하나같이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한번 더 할 수 있다면, 꼭 다시 하고 싶어요."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경험을 했다고 말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설렘에 쿵쾅거리는 마음은 더욱 거세게 요동쳤다.
마지막 순서로 된 건 큰 행운이었다.
뛰기 직전의 이 떨림과 설렘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끝내고 돌아온 사람들에게 어땠는지 이야기 듣고,
내려온 직후의 흥분상태의 온기를 온전히 느꼈다.
잔뜩 부푼 마음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잠시 밖에서 기다리는데 비행기 돌아가는 펠러 너머로 강렬한 소리를 느꼈다.
그 펠러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땅은 무척이나 색이 진했다.
드디어, 경비행기에 오른 순간.
4,000피트 상공에서 떨어질 예정인 나는,
1,000피트 상공에서 떨어지는 이를 목격하고 심장이 미치도록 뛰었다.
이럴 수가!
1,000m도 이렇게나 높게 느껴지는데,
여기서 3,000m를 더 올라간다고?
차장 너머로 점점 작아지는 풍경이 펼쳐졌다.
경비행기 차창 너머로 조금씩 높아지는 고도를 느끼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미소로 방출했다.
"이곳에서 내가 뛰어내린다니!
오예!"
떨리고, 좋았다.
동시에 이게 안전하다는 생각 때문에 떨림이 두려움까지 가지 않았다.
더욱이 비행사와 함께 안 듯이 가는 거여서 크게 무서움도 없었다.
그저 떨림과 설렘만이 나를 가득 감싸 안았다.
카메라를 향해 심장이 마구마구 뛴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생각나는 사람들을 불렀다.
우리 가족, 친구, 은사님, 등.
나도 모르게 그들 이름을 입밖에 냈다.
그들에게 지금 나의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고, 터질 듯이 쿵쾅거린다고 말했다.
파일럿을 따라서 비행기 뒤로 조금씩 자세를 옮겼다.
뒤에 있는 분이 순식간에 사라진 상황,
셋을 외치면 나도 곧 떨어진다.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짜릿함은
문이 열린 비행기 문짝 너머의 아찔함을 더했다.
나를 찍는 카메라맨이 떨어진 뒤,
마음속으로 외쳤다.
하나
둘...
셋을 외칠 겨를도 없이
바로 떨어졌다.
우와!!!!!!
그렇게, 나는 하늘을 날았다.
동시에,
하늘에서 떨어졌다.
정말 빠르게 떨어졌다.
떨어지는 속력은 거세지면서
무섭도록 내 뺨을 스치는 바람을 만들었다.
카메라맨은 나를 보고 매우 환하게 웃었다.
그의 진한 미소가 나의 비행에 매우 큰 효과를 주었다.
나는 떨어지면서
황홀함에 사로잡혀 눈물이 나왔다.
눈물은 빠르게 떨어지는 속도에 사라졌지만,
나는 분명히 눈물을 흘렸다.
지금 마주한 순간이,
무섭도록 빠르게 뺨을 스치는 공기의 속도가,
살갗을 지나치는 모든 입자의 촉감은
하나가 되어 내게 한 가지 감정을 전달했다.
'짜릿해'
짜릿함에 나오는 눈물은 머무는 새 없이 공기 중으로 증발했다.
바람은 미치도록 빠르게 스쳐가지만 눈앞 풍경은 고요하게 시야에 머물렀다.
스카이다이빙의 흥분이 조금 가라앉을 즈음
프라하 공원 언덕에서 일몰을 보러 갔다.
제대로 풀리지 않는 순간들에 스트레스받으며
'여행이 아니다'라고 여긴 순간과
4,000피트 상공에서 떨어지며
극도의 짜릿함을 느낀 순간이 스쳐갔다.
거의 동시간에 일어난 상반된 상황들은
프라하 공원에 번지는 주홍빛 노을에 녹아들었다.
난 주홍빛 노을에 젖으니 한 친구가 떠올랐다.
여전히 구멍 난 신발을 신은 채로 그에게 편지를 썼다.
단비에게
단비야 안녕해? 나는 안녕해. 지금 나는 체코 프라하라는 도시 한 공원 언덕에서 노을을 기다리고 있어.
이곳은 정말 아름다워.
오늘 난생처음 스카이다이빙을 했어.
4000m 상공에서 떨어지는데 중간부터는 고글을 벗고 패러글라이딩을 해.
살면서 처음 느낀 속도로 수직으로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데 정말 짜릿하더라.
고글을 벗는 순간 눈물이 마구마구 흘렀어.
나는 행복하면 눈물이 나는데,
몇 초 전 느낀 그 경험이 눈물이 저절로 볼에 흐를 정도로 행복했나 봐.
삶에는 정말 다양한 경험이 존재하는 거 같아.
그만큼 다양한 감정이 존재하는 거겠지.
스트레스로 도무지 여행 같지 않은 순간이어도,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경험을 생각하며 언제나 가슴이 떨려.
어쩌면 그 떨림을 주체할 수 없어 눈물로 내보냈나 봐.
지금 바라보는 주홍빛의 노을이 너에게도 닿았으면 좋겠다.
프라하 Riegrovy Sady 언덕에서 노을을 보며
데이지 (신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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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어릴 적 꿈인 세계여행 버킷리스트 100가지를
이루는 여행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