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세계일주 버킷리스트 ③③ : 튀르키예에서 패러글라이딩하기
세계일주 150일 즈음 차, 튀르키예에서 작성한 일기
풀리지 않는 일이 연속으로 발생했다.
이집트에서 당한 사기 문제,
카파도키아에서 먹힌 카드 문제,
취소된 비행기 환불 문제,
카드를 재발급 과정에서 국제택배의 배송지연 문제,
금융 관련해 담당자 연결 문제까지 ···.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존 문제에 새로운 문제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계속해서 불어나는 문제 앞에서 나도 조금씩 지쳐갔다.
정해져 있지 않은 계획,
예측할 수 없는 모든 순간과
예상치 못하게 문제가 생기는 인연으로 머리가 지끈거린다.
문제는 해결하려고 노력해도 계속 꼬이기만 했다.
그 사실에 억울하고 울컥함이 북받친다.
'보통 속상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속상함이 자꾸 올라와.
꽈배기처럼 꼬인 문제가 자꾸 쌓이고 쌓여.
풀려는 나의 노력이 소용이 없는걸.
오히려 더 꼬임을 부추기는 느낌이야.
속상하고 울컥해.
그냥, 잘 안 풀리는 이 순간이 속상해.'
이 불확실성을 사랑하지만,
요 근래 풀리지 않는 문제들 앞에서 불확실성에 머리가 아파온다.
원래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그렇기에 더욱 배울 점이 많으며
실제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도 그런 예측 불가능한,
언제나 계획이 바뀌는 순간이 찾아오면
버릇없어지는 내 부분은 여전히 다스려야 할 부분이 많다.
내일은 생애 처음으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날이다.
무사히 외루델니즈의 하루가 그저 잘 마무리되기를 바랄 뿐이다.
데이지 세계일주 버킷리스트 ③③ : 튀르키예에서 패러글라이딩하기
외루델니즈는 튀르키예 남서부 지중해 연안에 있는 해안 마을이다.
조그만 해안마을은 연중 맑은 날씨와 안정적인 바람으로 세계적인 패러글라이딩 명소가 되었다.
외루델니즈의 바다와 석호는 많은 여행객을 불러왔다.
풀리지 않는 일이 연속으로 머리를 싸매며 잠에 들지만,
푸르른 외루델니즈 바다 위를 나는 상상은 내게 모든 걱정거리를 지웠다.
페티예에서 하룻밤 묵은 나는
아침 일찍 히치하이킹으로 외루델니즈로 향했다.
운 좋게 얻어 탄 차에서 재즈 노래(Cheek to Cheek)가 울려 퍼졌다.
아름다운 재즈풍 리듬을 듣는데, 갑자기 울컥했다.
힘든 상황에서 조그만 행복이 찾아올 때면 울컥함이 들곤 하는데,
그간 알게 모르게 신경을 건드린 여러 요소가
재즈풍 노래에 위로를 받고 있었다.
'나 자신, 튀르키예 여행을 맞이하면서
여러 가지 제대로 풀리지 않는 일들이 있는데,
그로 인해 정신적으로 힘들었구나.'
코를 훌쩍이며 괜히 메모장을 켰다.
행복은 힘든 상황 속 우연히 찾아온 내가 좋아하는 조그만 노래이다.
운전자에게 감사인사를 전한 뒤,
외루델니즈 해변으로 걸어오니
에메랄드빛의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집트 다합의 바다보다 조금 탁 트이고
일부 서양스러운 분위기도 느껴졌다.
예약 시간이 갑작스레 변경되어
바닷가 벤치에 누워 잠시 바다를 감상했다.
몸에 쌓여있던 피곤함 사이로
파도소리가 비집도 들어와 자장가가 되었다.
모래사장과 자갈이 공존하는 해변가는
사그작 사그작 파도에 쓸려 내려가는 파도 소리를 더했다.
청명한 하늘 아래에서 에메랄드빛 바다를 바라보며
자갈과 부딪히는 파도소리를 음미하는 아침잠은 달달하기 그지없었다.
이후, 예약 시간에 맞추어 패러글라이딩 가게에 향했다.
가게 벽에 파묵칼레 홍보사진을 바라보면서 문득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여행지리 시간,
페티예 외루델니즈를 사진으로만 봤던 순간.
고등학교 신예진은, 이곳을 언젠가 가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오늘이구나!
기분이 묘했다.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맞이하는 기분은
무언가 간지러우면서도
수수께끼를 풀기 전 맞출 것 같은 느낌과도 비슷했다.
외루데니즈의 패러글라이딩은 2,000미터 높이의 산까지 올라간다.
함께 비행하게 될 파일럿과 인사 나누었다.
"니코야. 만나서 반가워!"
밝은 에너지의 파일럿과 인사 나누며 나의 흥분상태는 고조되었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직업으로 비행을 하면 어떤 느낌일까?'
매번 하늘을 나는 비행사를 상상하다 보니
이집트 다합에서 만난 스쿠버다이빙 강사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더 이상 물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물이 싫어."
매일 물에 들어가는 스쿠버다이빙 강사는
더 이상 물을 좋아하지 않았었다.
"니코, 하늘을 나는 건 정말 환상적인 일이야.
그렇지만, 계속 타다 보면 하늘 나는 게 싫기도 해?"
"그럴 수 있지.
그렇지만 난 아직 하늘 나는 게 좋은걸!"
그의 말을 들으며
파일럿이 하늘이 지겨워지는 순간을 상상해 보지만,
상상은 이내 쿵쾅거리는 마음에 사라진다.
처음으로 하늘을 날게 될 나의 설렘 미치도록 가슴이 뛰었다.
'나중에 비행이 지겨워지는 한이 있어도
지금 난 너무나도 떨린걸!'
조금씩 버스가 산 정상에 다다르니
외루델니즈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호수와 바다를 보고 있노라니,
내 심장은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불과 오늘 아침에 느낀 스트레스는 온 데 간 데 없이
오로지 설렘과 잠재적 짜릿함만이 내 기분을 가득 채웠다.
파일럿 니코에게서 일부 설명을 들은 뒤,
니코 지시에 맞추어 바람을 탔다.
하나,
둘,
셋!
바람과 함께,
나는 처음으로 하늘을 날았다.
내가 하늘을 날다니,
내가,
하늘을 날다니!!!!
하늘을 날자마자
눈물이 와장창 흘러내렸다.
"나는 지금 하늘을 날고 있어!
난 울고 있어.
모두들 사랑해.
지금 하늘을 날고 있는데,
너무 예쁘고, 너무 행복해"
눈물은 멈출 수 없이 흐렀고,
니코는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닦으며 말했다.
"내 손님에게는 특별한 선물이 있지."
그는 가져온 스피커로 노래를 틀었다.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나는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지금 듣고 있는 이 노래와,
살결을 스치는 이 바람과,
하늘을 날고 있는 이 순간과,
발아래 펼쳐진 이 풍경과,
내 주위를 이루는 모든 존재와
난 온전히 사랑에 빠졌다.
난 순간 속에 있었다.
거침없이 하늘을 나는 순간을 호흡했다.
"내가 하늘을 날고 있어!"
발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난 아름다운 풍경에 연신 감탄사를 남발할 수밖에 없었다.
"데이지, 바람을 느껴봐."
니코 말을 따라,
조용히 눈을 감고, 내게 달려드는 바람을 맞았다.
눈을 감아도 조용히 흘러내리는 눈물을 껴안으며
힘껏 달려가는 속도에 맞춰 바람을 음미했다.
지금 이 순간,
짜릿한 이 순간을 나는 눈물로 밖에 표현할 줄 몰랐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기에,
처음으로 하늘을 날았기에
온몸을 다해 마음껏 순간을 느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이 순간을 온몸을 다해 사랑한다.
한참 감격해하며 하늘을 비행하는 순간을 느끼며
행복의 한가운데에 있다 보니,
문득 가족이 떠올랐다.
이 행복한 순간을, 가족과 공유하고 싶었고,
가족에게 이런 행복한 순간이 있다고,
다음에 함께하자고 알려주고 싶었다.
눈물을 머금으며 가족에게 영상 편지를 썼다.
"우리 엄마, 우리 아빠, 그리고 언니 오빠,
사랑해
우리 꼭 건강하자.
우리 꼭 행복하자.
나도 더 멋진 사람이 될게."
패러글라이딩은,
경험했던 액티비티 중 가장 놀랍고, 따뜻했다.
무엇보다 빠르게 40분이 흘렀다.
꿈만 같던 패러글라이딩 순간을 마치고,
제아 언니와 함께 과자를 사서 바다를 바라봤다.
투명하도록 깨끗하지 않더라도,
하늘색의 깨끗함을 담고 있는 외루델니즈 바다.
바다가 가진 푸르름은
그저 가만히 누워 바라보기만 해도 잔잔하게 마음을 울렸다.
청아한 하늘을 채운 패러글라이딩들은
외루델니즈 하늘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가만히 누워 하늘을 비행하는 패러글라이딩의 움직임을 따라 눈동자를 굴렸다.
불과 몇 분 전에 나도 하늘을 날았구나.
방금 일어나 기적 같던 황홀함을 돌이키며
그저 멍도 때리고
파도소리도 음미하며
여유를 한껏 느꼈다.
'6개월이란 시간은 무언가에 적응되고 무뎌지기 쉬운 기간이구나.
어느덧 여행이 내 일상이 된 느낌이다.'
파도가 자갈과 함께 사 그 작사 그 작 소리를 내며 물러난다.
바다가 주는 선물을 만끽하다 보니
어느덧 어둠이 찾아왔다.
생애 처음으로 하늘을 날던 순간,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눈물로 와르르 쏟아지던 순간을 돌이켰다.
난 일상처럼 느껴지는 여행에서
여전히 감동하며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데이지 (신예진)
enjoydaisypat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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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나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어릴 적 꿈인 세계여행 버킷리스트 100가지를
이루는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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