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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I
나의 첫번째 사파리

데이지 세계일주 버킷리스트  ③①: 아프리카 사파리에서 빅5 보기

by 여행가 데이지


케냐로 떠나기 전 이야기 다시보기 ▶ 이집트 I 저가항공사의 최후


의자 밑에 쭈구려 잠시 눈을 붙이니 5시 30분,

청소 도우미 분의 부름에 눈을 떴다.


"어디 비행기에요?"


"나이로비에 가요."


케냐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수많은 승객들

비행기 결항 사건 이후,

마침내 열린 게이트를 통해 수하물 검사를 했다.


게이트 앞에서 잠시 불편한 자세로 잠에 드니

한 케냐 사람이 물었다.


"어디 가세요?"


"케냐에 가요."


비몽사몽한채로 답하며

케냐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비행기 좌석에 앉자마자 바로 잠에 빠졌다.

잠시 눈을 붙인 기분은

일어나니 창문 너머 나이로비 전경을 보여준다.



'헐! 내가 케냐에 왔다니!'


콘테이너로 만든 듯한 나이로비 공항을 나오니

맑고 쾌청한 하늘이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드러났다.


IMG_6580.HEIC 케냐 나이로비의 첫 풍경


나이로비 거리는 인도와 네팔을 떠올리게한다.

동시에 동남아시아 느낌도 조금 풍긴다.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가 섞여있으며

동시에 아프리카 만의 매력이 드러난다


무엇보다,

'케냐 사람들 .. 옷을 굉장히 잘 입는데?'


길거리 바닥 어디서나 옷을 팔고있지만,

출처를 불문하고, 저마다 개성있는 패션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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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넘치는 케냐 버스와 멋진 패션 감각을 가진 케냐 친구


사파리에 가기 전날 밤,

침대에 누우니 잠이 오지 않아 하루를 반추했다.


'내가 지금,

아프리카 케냐에 있다니.'



21살의 신예진이 아프리카 케냐에 있다.

누워서 그냥저냥 떠오르는 생각들을 한게 언제일까,

오랫만에 누워서 그저 천장을 바라본게 얼마만일까.


어릴적, 뒤척이다 천장을 바라봤던 그 순간이 마지막인거 같다.

연탄을 떼운 뒤,

따뜻하게 데워진 곳으로 가족 다같이 모여 이불을 덮던 그 순간.


부모님의 숨소리를 들으며

아프리카 여행을 꿈꾸던 어린 시절의 순간 •••


지금 이 순간을 꿈꿨던 지난 날들을 돌아보면서

스르륵 잠에 들었다.





20231205_133149.jpg 케냐 마사이마라 국립공원 사파리를 하면서


시원한 바람이 내 뺨을 스친다.

광활하게 펼쳐진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구름이 몽실몽실 펼쳐진다.


"우리 로컬 음악을 좋아하길 바라."


운전사는 아프리카의 한 부족이 내는 듯한

소리와 드럼소리가 울려퍼지는 노래를 튼다.


케냐의 싱겨운 노래가 차 안에 울려퍼진다.

우린 지금, 마사이마라로 가고 있다.


데이지 세계일주 버킷리스트③① : 아프리카 사파리에서 빅5 보기

*마사이마라는 케냐 남서부에 위치한 자연보호구역이다. 마사이족의 명칭을 따서 마사이마라로 불린다. 야생동물 보호구역과 사파리 여행지로 알려져있다.



*빅5: 사파리에서 대표적인 다섯가지 대형 야생동물을 일컫는다. 코끼리, 코뿔소, 사자, 표범, 버팔로이다.

아프리카 초원을 달리는 동물을 어디선가 보긴했으나,

고등학교 여행지리 과목을 배우며

빅5의 존재를 처음 배웠다.


교과서 너머 빅5의 사진을 보면서

초원에 심드렁하게 앉아

지그시 빅5를 바라보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고등학교 시절의 상상은 이내 현실로 돌아온다.


'내가 지금 마사이족 목걸이를 차고 사파리를 보러간다니!'


차 안을 울려퍼지는 케냐 로컬노래가 참 좋다.

흥겨운 케냐 노래를 들으며 생각한다.


'나는 사파리의 자연을 생생히 눈으로 담을 준비가 되어있어.'


계속 이동하다 졸리면 잠깐 눈을 붙이고,

다시 일어나 창밖을 바라본다.

담백하고도 야생의 맛이 느껴지는

창밖 풍경의 색채가 참 좋다.



한참을 달렸을까,

마사이 마을 근처에 도착해

마을 사람들 삶의 모습을 구경하고

멍 때리며 숙소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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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배불리 먹고

숙소 근처에 온 마사이마라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었다.

다큐멘터리에서만 밨던 마사이마라 사람들,

마치 연예인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한참을 마사이족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니

사파리 가이드 잭슨은 사람들을 불렀다.


"이제 사파리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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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를 하면서


엉덩이가 귀여운 얼룩말,

우아하고 고고한 가젤,

버팔로와 코끼리까지 눈에 담는다.


"코끼리 수컷은 자신 생식기를 코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여,

암컷과 수컷을 구분하는 방법은 가슴의 유무야.

저 코끼리는 가슴이 있지? 그럼 암컷이라는 소리야."


가이드 잭슨 설명과 함께

푸르른 초원을 뛰다니는 동물을 바라본다.


"우와! 저기봐 !!!!"


풀 속에 숨어있는 동물을

예의주시하며 찾아내고,

함께 있는 동료들에게 알린다.


누군가 발견한 소리가 들리면

일체 해당 방향을 바라보며 다함계 환호한다.


"우와!! 하이에나야!"


"헐! 저기 사자가 있어!"



영화 라이언킹에 나오는 동물을 모조리 찾겠다는 듯

모두가 뚫릴듯하게 풀밭을 바라본다.



문득 사파리 다큐멘터리의 문구가 떠오른다.


"야생의 길은 도태와 생존 사이, 그 치열한 투쟁의 길이기도하다"


먹이사슬 아래에서

포식자에게 쫓기는 초식자,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쫓는 포식자,

생과사가 걸린 이들의 투쟁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침을 골각 삼키는 찰나조차 긴장감을 만든다.



서로가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속에서

태어난 생명은 새로운 자연을 만들고

생명이 퍼뜨린 유전자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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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무렵에는 비가 내렸다.

떨어지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비를 맞으면서 국립공원을 나오는데,

무언가 자유로워지는 해방감을 느낀다.


짜릿해!

시원해!

자유롭다!


나는 자유다!!!!



비에 홀딱 젖으며

나는 온몸으로 자유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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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마라 마을을 구경하며


사파리 이후에 마사이마라 마을을 둘러봤다.

붉은 천의 '킨 바'를 입은 마사이족은

입구에서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마사이족 마을 입장료 10달러를 건네니

마치 자판기에 버튼을 누르듯,

그들은 '우! 우!'거리며 의식을 시작했다.


갑작스레 시작한 의식에 당황해하면서도

독특한 그들의 몸짓과 소리가 신기해 웃음이 터졌다.


IMG_7873.HEIC 마사이족 사람들


마사이족은 붉은색의 천과 함께

그들은 높이 뛰어올랐다.


'전사'로의 성인식을 마친 뒤,

신체 능력과 강인함을 증명하기 위해 점프를 하는 것이다.

점프는 그들의 힘과 능력을 상징하며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기도 한다. 



흥미롭게 의식을 지켜본 뒤,

마사이족 가정 집 안을 방문했다.


소 배변으로 만들어진 집은

침실과 부엌으로 간소하게 이루어있다.


그들은 창문 하나에 들어오는 빛에 의지한 채,

직접 불을 때며 식사를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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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마라 사람들이 의식주를 해결하는 과정을 구경하며


현대사회 문물에 길들여진 나는

그들이 여전히 고수하는 전통방식이 마냥 놀랍기만 했다.


나에게 집을 소개해 준 마사이족은 엠포이와 엘레.

엠코 이는 마사이족의 삶이 어떤지 설명했다.



Screenshot 2025-04-20 at 7.01.19 AM.png 마사이족은 엠포이와 엘레. 집안에 불빛이 없어 껌껌하다



"마사이 가족은 부인을 제약 없이 많이 가질 수 있어.

나의 아버지도 6명의 아내를 갖고 있지."


연령 계층에 구분되는 사회구조에서

남성은 '전사'로 가정을 이끈다.

여성은 양육과 가사를 담당한다.


부자일수록 더 많은 부인을 가질 수 있지만,

엠코 이는 부인 한 명과 살아가는데 만족한다.


제대로 서 있기에도 좁은 공간에서

아내, 자식과 함께 6명 가족들이 살아간다.


'이런 삶을 살아가는 건 어떤 삶일까?'

'이들은 꿈과 삶의 이유가 뭘까?'


집을 구경하며 증폭된 호기심으로

갑작스레 그들에게 꿈이 뭐냐고 질문한다.


"꿈?"



나는 재차 고개를 끄덕인다.



"만약 네가 학교에 간다면,

너는 의사나 선생님을 꿈꾸겠지.

그렇지만 우리에게서 꿈을 묻는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소를 가축하는 거지.

계속해서 마사이 문화를 배우고, 보존하는 게

우리의 꿈이야."


전통적 삶을 고수하며 살아가면서도

전통적 삶을 관광객에게 팔면서 생계를 유지한다.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엠포이와 엘레의 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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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족의 신기한 풍습 (팔뚝에 불을 지지거나, 귀에 큰 구멍을 뚫는다)


그들의 대답을 시작으로 나는 질문을 이어간다.


소똥으로 만든 집 안에서,

마사이족과 한국인의 담론쟁이 펼쳐진다.


"너희에게 살면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뭐야?"


"정직, 자유, 존중이지. (Honesty, Freedom, and Respect)

자유는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 하게 해주잖아.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가치이니까.

우리는 또한 정직해야지.

마을 대표를 뽑을 때, 정직하게 살아왔다면 선출될 확률이 높잖아.


이것은 다른 이들에 대한 존중과도 연결되어 있지."



"너희는 언제 행복해?"


"우리가 다 함께 소를 키울 때 가장 행복함을 느끼지.

우리가 마을에서 돌아올 때,

숙녀분들이 우리를 반길 때 말이야"



엘레도 답한다.


"언제나 행복하지"


"언제나? 그럼 언제 슬퍼?"


"슬픈 건 딱히 좋지 않은 거 같아.

물론 우린 때로 슬플 때도 있고,

무언가 기분이 상하기도 하겠지.


그렇지만 우린 우리의 마음을 행복하게 바꿀 수 있잖아.

언제나 화를 내지 마.

언제나 사람들에게 무례하게 하지 마."



"(웃음) 그럴게.

너희에게 행복은 뭐야?"



"행복은 화나는 감정을 갖지 않는거지.

좋은 느낌을 받는 거야.

너를 화나게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거지.


때로 네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도

우리는 언제나 행복하려고 노력해."



엠포이의 대답을 끝으로 엘레도 말한다.


"나에게서도 행복은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걸 보는 거야.

함께 살아가는 거지."


나는 그들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동시에 우리 사이에 발생해온 지난 일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전혀 다른 삶의 양식으로 살아온 엠포이, 엘레와 나.

엠포이, 엘레는 마사이족의 천을 두르고 있고,

나는 바지와 웃옷을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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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족 사람들과 함께


엠포이, 엘레는 양과 염소를 가축을 돌보며 하루를 시작하지만,

나는 휴대폰 연락을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엠포이, 엘레는 장작에 불을 피우며 음식을 조리하지만,

나는 버튼을 누르며 음식을 조리한다.


엠포이, 엘레는 성인이 되며 점프 실력으로 본인을 증명했고,

나는 성인이 되며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우린 전혀 다른 삶의 양식을 채택했지만,

삶이라는 가치 앞에서 다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정직한 삶,

자유로운 삶,

서로를 존중하는 삶.

어떠한 삶의 양식도 부정할 수 없는

공통의 가치 앞에서 나는 깨닫는다.

어떤 삶의 형태를 가지던지,

함께하는 가치가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IMG_7965.HEIC 마사이마라 마을 아이들과 함께


현대 문물이 만든 양식에 노출되더라도,

위 세대 문화를 보존해오는 방식이 익숙하더라도,

마사이족의 답변은 내게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린 모두 인간이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인간,

세대와 세대를 잇는 인간,

서로를 필요로 하는 인간,

그들은 보여준다.


우린 불완전한 우리의 모습 속에서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이유를. 




#사파리에서 돌아온 뒤,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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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에서 다음 국가로 이동하며


창문을 뚫고 햇살이 강렬하게 들어온다.

거리 위에서 구운 옥수수를 들고 서 있는 남자는

우리를 멍하니 바라본다.


창문 너머 물건을 파는 상인들도,

창틀 사이로 시원하게 들어오는 바람도,

케냐를 통해 오는 아프리카의 모든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나는 어느새 케냐의 화장한 날씨를 사랑하게 되었다.



나이로비에 다시 돌아오니, 확실히 도시를 느낀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 지난 사파리를 다시 떠올렸다.


도시 외에도 부족 마을을 볼 수 있던건 참 행운이다.

삶의 양식이 전혀 달라도 우린 같은 인간이란걸 깨달은건 참 소중하다.


무엇보다

사파리를 하며 어린 시절 꿈을 마주한 순간은 참 황홀했다.

넓은 초원에서 어릴적 나와 만난건 참 행운이었다.








데이지 (신예진)

yejinpat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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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어릴 적 꿈인 세계여행 버킷리스트 100가지를

이루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유튜브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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