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지 말고 함께 '창작'하라

제주의 역사, 제주어 등 다양한 메시지가 아이들에게 잘 퍼지는 교육방법

by 오승주 작가


그림형제는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집>으로 유명하지만 더 위대한 저작은 '독일어 사전'이다. 그림 형제는 독일어 사전 작업과 동화집 작업을 동시에 했다. A부터 Z까지 모두 32권으로 엮은 사전은 무려 3만 3,812쪽에 이르며, 1852년부터 1960년, 즉 108년에 걸쳐 편찬되었다. 동화집에는 211편의 이야기가 수록돼 있다. (1857년 제7판) 세종대왕 역시 1446년 <훈민정음>을 반포한 이듬해 훈민정음으로 지은 문학작품 <용비어천가>를 발표했다. 언어에 있어서 위대한 인물인 세종대왕과 그림형제를 보면서 '창작'의 교육적 가치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창작'을 처음으로 교육에 적용한 것은 2017년 여름이었다.



초등학교 3-4학년 아이들과 그림책 수업을 하려고 갔는데 모두 여학생이었다. 아이들과 별명을 지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뻔한 수업은 싫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 만들기를 해보겠느냐는 제안에 아이들이 신기한 듯 호응을 해주었다. 아이들은 직접 원고 작성을 하기는 어려웠지만 스토리에 의견을 내거나 그림을 입히는 일을 했다.


올 겨울 동안 두 개의 도서관에서 제주도 지역문화와 역사에 대해서 수업을 하게 되었다. 역시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들이었다. 제주어로 된 그림책을 소개를 받았다. 아이들에게 제주어를 가르쳐 주고, 제주의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다가 '창작 수업'을 생각했다. 창작수업은 교육자보다 수업을 받는 아이들이 참여할 여지가 참 넓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느끼는 점도 더 많아서 좋았다.


제주도의 역사와 관련된 그림책 <나무 도장>을 읽어주고 각자의 느낌을 발표하게 했다. <나무 도장>은 '나무 도장'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어릴 적 비극적 사건을 듣게 되는 시리의 이야기로 제주4.3을 잘 형상화한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발표한 느낌을 살려서 동시에 담았다. 아이들은 시에 그림을 입혔다. 아이들이 만들 글그림 중에서 2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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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인은 아니지만 시를 즐겨 쓰고,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 동시를 자주 쓴다. 작품을 내기 위한 시 창작이라면 어휘 하나 하나 함부로 쓰면 안 되겠지만, 아이들에게 뜻을 전달하는 방식의 창작은 많이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공자의 말처럼 말이란 통하면 그만이니까. 아이들은 창작의 순간에 초집중을 하고, 글그림을 만드는 과정 역시 집중했다.


제주어 동시 수업은 좀 의외였다. 어린이들이 제주어를 어려워할 줄만 알았는데, 수업 내용 중에서 제주어 동시 창작 수업이 가장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왜 그런지 물었더니 제주어를 잘 알면 할머니와 대화를 잘 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제주의 아이들이 제주어를 어디에서 배울까 생각해보았다. 딱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는 제주어를 가지고 동시를 쓰는 연습을 하다 보면 그림 형제와 세종대왕이 의도했던 것처럼 언어 교육 효과가 잘 담길 것이다.


제주어 수업은 <곱을락>이라는 제주어 그림책을 가지고 읽으며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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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로 시를 쓰기 위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제주어 사전을 자주 들여다봐야 했다. 나 역시 제주어 동시를 쓰면서 제주어를 더 잘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지역들이 있으니 지역어를 되살리기 위해서 지역어 동시를 교육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면 큰 효과를 거두리라고 생각한다.


요컨대 관련 그림책을 읽고 각자의 소감을 모아서 이를 동시로 구성한 후 글그림을 만드는 창작 수업은 아이들의 흥미와 집중도를 높이면서도 교육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경험을 공유하고자 이렇게 글로 모아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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