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읽기의 무게를 줄여라
2003년은 군대 가기 전에 마지막 독서를 불태우던 시절이었죠. 특히 서당에서 한문을 배운 터라 《맹자》 스터디를 하면서 한문사전을 매일 찾으며 남은 분량을 짧은 시간 안에 다 읽었습니다.
《한비자》도 그 무렵에 읽었지만 완독하지 못하고 입대를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나서 다시 읽기까지는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죠. 독서를 하면서 후회되는 것은 딱 한 가지. 바로 이때 한비자를 국문으로 읽지 않은 겁니다.
위의 사진처럼 원문을 중심으로 읽었고, 모르는 글자는 자전에서 찾아서 메모해 뒀죠. 이렇게 읽으니 완독을 할 수 없었습니다. 차라리 나중에 다시 읽더라도 처음 읽을 때 부담을 빼는 것이 나았을 것입니다.
한비자의 슬픈 추억이 떠오른 것은 한 선배 기자의 안타까운 독서회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뜻 맞는 지인들끼리 《묵자》 읽기 모임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그 책을 혼자 열심히 읽었습니다. 최근 그 선배를 만나서 《묵자》를 다 읽었냐고 물었더니 도중에 그만뒀다고 하더군요. 원인은 역시 원문강독으로 접근했기 때문입니다.
독서에서 재미를 이길 수 있는 요소는 거의 없고, 부담을 이길 수 있는 것도 재미 외에는 별로 없습니다. 독서의 생명은 지속성이기 때문에 자꾸 지속성을 괴롭히는 방식으로 독서하는 습관은 독서의 명줄을 없앨 수밖에 없습니다. 짧은 말로 정리하면
책을 읽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지속적'으로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