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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Nov 05. 2018

왜 아까운 독서를 버리나요?

독서일기 쓰는 방법

독서는 마음의 운동이다


저는 어릴 적부터 시를 썼습니다. 시를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고, 적당한 시집도 없었지만, 무엇보다도 시를 찾아 읽으려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저 하나만 담기에도 시는 부족했습니다. 중학교 때는 시집을 보면서 이런 생각도 했었던 것을 분명히 기억합니다.


왜 시집을 봐야 해? 나는 시집 안 보고도 시를 잘 쓸 수 있어!


누군가 옆에서 그 얘기를 듣고 있었다면 "이거 어디서 배워먹은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야?" 하고 호통을 쳤겠지만 내 옆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내내 시를 썼지만 장려와 가작을 넘어보지 못했고 대학 시절 백록문학상이라는 교내 문학공모에서 비로서 당선을 해봤죠.


독서는 마음의 운동입니다. 운동을 하면 몸의 근육이 단련되지만, 독서를 하면 마음의 근육이 단련됩니다. 하지만 운동을 하는 방법을 알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탈이 나는 것처럼 독서 역시 방법을 모르면 탈이 나거나 시간낭비가 되고 맙니다. 물론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이나 시간 죽이기로 독서를 해도 충분히 만족하시는 분들이 있겠죠. 만약 제대로 독서를 하고 싶다면 독서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 글은 독서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려고 쓴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일단 자신에게 맞아야 합니다. 다만 빠뜨리지 말아야 할 점을 알려주는 게 이 글의 목적입니다. 제 전공이 논어니까 논어의 말로 표현해보겠습니다.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속이고,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미심쩍어 한다
「위정 편」


속인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도 내용을 잘 알지 못해서 그것을 알려준 사람을 속이게 되는 것이고, 요즘 사람들도 속인다는 것입니다. 영혼없이 배우면 그저 쓸모 있는 좀비가 될 뿐입니다. 우리 사회에 쓸모 없는 좀비가 무척 많은 것은 생각을 하지 않고 배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생각만 할 뿐 배우지 않는다면 스스로 미혹되어 자주 어려움에 빠집니다. 저는 아직 이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가르칠 때는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강조합니다. 배우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먹고살 수는 있지만,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먹고살기도 빠듯합니다.




독서일기 : 책이 일기 속으로 들어오다


책이 일기 속으로 들어온다는 생각은 청소년들에게 독후감 교육을 시키면서 만들어낸 말입니다. 학생들이 독후감 또는 독후감상문 쓰는 데 무척 애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든요. 생각해 보면 제가 학교 다닐 때도 독후감 쓰는 방법을 제대로 배운 것 같지 않고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학교 선생님들도 독후감 쓰는 것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으니 학생들에게 독후감 쓰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칠 리 만무합니다. 그래서 저는 독후감보다는 '독후일기'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 청소년 교육용으로 만든 메모 독서 양식을 응용하면 독서일기를 쓸 수 있습니다


독서일기에 들어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좋은 문장과 그 문장에 대한 나의 반응입니다. 저는 일기장을 따로 쓰지 않고 여기 저기 많은 글을 남기니 일기장과 비슷한 효과를 줍니다. 일기를 쓰시는 분들은 좋은 문장을 옮겨 적고 거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덧붙이는 습관을 가져보면 확실히 독서가 나아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생각 없이 읽는 독서는 독서시장과 출판시장 전체에 나쁜 신호를 보냅니다. 그 사람의 독서 습관에 맞게 책이 디자인되거든요. 요즘은 생각하지 않고 떠먹여주는 책이 봇물처럼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문학'이라는 양념을 살짝 뿌리면 적당히 우쭐거릴 수 있죠. 저는 여기에 진실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실되지 않은 사람을 만드는 책이야말로 버려야 하건만, 우리가 독서를 버리는 바람에 진실한 책과 진실한 작가들이 버려지는 가슴아픈 일이 벌어집니다.


내가 책을 읽는 순간은 영원하고 절대적이며 소중합니다. 그렇기에 나는 나의 독서를 완성할 책임이 있습니다. 책을 읽는 순간 마음을 울린 구절이 있다면 일기장에 적어놓고 내가 이 구절을 읽고 어떤 마음을 느꼈는지, 무엇을 깨달았는지 적어보세요. 그리고 그 글들을 일기장이나 한곳에 모아놓고 그것을 습관으로 만드세요. 그 습관이 당신을 새롭게 디자인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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